일할 때 듣기 좋은 유튜브 노동요 추천

조회수 2019. 6. 20.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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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의 성실한 노동자 에디터B다. 나는 밭을 매거나 논을 경작하지는 않지만 노동요를 즐겨 듣는 사람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아주 많이 듣는데, 아홉 시간 중 여덟 시간은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일을 하는 것 같다(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내가 특별히 노래를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고, 노동요를 듣느냐 안 듣느냐에 따라 업무효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다들 알겠지만, 당연히 노동요라고 해서 ‘어기여 디여차’ 같은 거나 전북 김제의 ‘논매는 소리’는 아니다. 오늘은 내가 일할 때 많이 듣는 유튜브 음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Postmodern Jukebox

채널 이름은 Postmedern jukebox. 이 채널은 연남동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알게 된 채널이다. 친구와 우럭튀김에 청하를 먹고 있었는데, 스피커로 익숙한 듯 색다른 노래가 들리더라. 싸이의 ‘Gentleman’을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노래였다. 호기심이 생겨 채널의 올라온 영상들을 쭉 들어봤는데 정말 훌륭한 노동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좋은 노동요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첫 번째는 바로 BPM이기 때문이다.

나의 주된 업무는 ‘글쓰기’이기 때문에 BPM이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느려서도 아니 된다. 너무 느리면 졸리고, 너무 빠르면 마음만 조급해진다. 이 채널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라디오헤드의 ‘Creep’ 등 유명한 곡들을 1920년대 재즈, 1930년대 스윙밴드 스타일로 리메이크해서 들려준다. 만약 재즈풍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Japanese version

주로 BPM 130에서 17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K-pop은 상당히 좋은 노동요다. 트와이스의 ‘T.T’가 130, ‘What is Love?’가 170 정도 된다. 세계적으로 K-Pop이 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바로 그 점이 기여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노동요의 두 번째 조건은 가사가 들려서는 안 된다는 거다. 가사가 들리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가사를 쫓아가게 된다. ‘V50 듀얼스크린의 장점은…’이라고 쓰다가 트와이스가 ‘시그널 보내 찌릿찌릿’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시그널에 답하게 되니까.

안타깝게도 내가 한국어를 완벽히 습득했기 때문에 K-pop은 내게 노동요로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찾은 대안은 일본어 버전의 K-pop을 듣는 거다. 하하. 영리한 나란 녀석. ‘Japanese versio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레드벨벳,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이미 많은 아이돌의 노래가 일본어 버전으로 유튜브에 공개되어있다. 일본어에 능숙한 재일교포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Lo-Fi

자, 드디어 Lo-Fi를 소개할 시간이다. 나의 최애, 사실상 오늘의 주인공이다. Lo-Fi는 고음질을 뜻하는 Hi-Fi의 반대말로, 저음질(Low Fidelity) 음악을 뜻한다. 아니, 세상에. 4K로 영상을 보는 시대에 저음질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사실 나도 그 매력은 잘 모른다. 긁적. 어떤 사람들은 Lo-Fi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마치 LP 같다며 좋다던데, 내 귀에는 들리지 않더라.

유튜브에 ‘Lo-Fi’라고 검색을 해보자. 실시간 스트리밍 중인 채널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그중에 아무거나 들으면 된다. 이쯤 되면 궁금하겠지. 그래서 어떤 음악이 나오는 채널인데? 음…이건 설명하기가 꽤 어려운데, 이런 류의 음악에 대해 누구는 ‘Lo-Fi 힙합이다, 멜로우 힙합이다, 재즈 힙합이다’ 등등 의견이 분분하거든. 그리고 채널에는 한 가지 장르만 나오는 것도 아니라 어떤 장르의 채널이라 말하기가 참 어렵다. 공통적인 특징은 귀를 때리는 비트가 아닌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비트가 나온다 정도.


이 채널들에는 의외의 꿀잼 포인트가 있다. 바로 실시간 채팅. 해외 노동자들이 자기 나라 언어로 ‘블라블라’ 말을 하는데, 스페인어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늦은 오후에 ‘굿모닝’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도 있다. ChilledCow가 운영하는 채널 중 ‘lofi hip hop radio’만 해도 9000명이 실시간으로 듣는데 잘 보면 한국사람도 있다. 일하다가 심심하면 ‘한국사람 손!’ 해보자. 한 명 이상은 대답할 걸?

Raining

나는 ㄱr끔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 자체는 힘들지 않은데 마음을 잡기까지가 어렵다. ‘Raining’이라는 키워드는 그럴 때 검색한다. 3시간짜리, 8시간짜리 등 몇 시간 동안 빗소리를 들려주는 영상들이 나온다. 채널마다 큰 차이는 없으니 맘에 드는 러닝타임으로 골라 들으면 된다. 가만히 빗소리를 듣다 보면 가끔씩 천둥도 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특히 창이 없는 방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작업하면 완벽한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가 원고를 쓸 수 있게 된다. Lo-Fi처럼 리듬이 있는 것도 아니고 K-POP처럼 가사 있는 것도 아니라 집중력을 방해할 요소가 전혀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1시간 이상 듣기에는 지루하다는 거다. 나는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했고, 마침내 알아냈다. (내 머리를 내가 쓰다듬으며)하하 나란 영리한 녀석. 방법은 다음 키워드에서 소개하겠다.

어쿠스틱 MR

빗소리의 또 다른 장점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거다. ‘Kill this love’에 Lo-Fi를 섞으면 음악이 이상해지지만, 빗소리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노래와 얼마든지 같이 들을 수 있다. 나는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는 MR을 추천한다. 유튜브에 ‘어쿠스틱 MR’이라고 검색을 하면, 아이유, 정재일, 백예린 노래처럼 잔잔한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MR. Acoustic라는 채널의 콘텐츠이고, 아직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그리고 MR만으로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때 빗소리를 함께 들으면 된다. 둘은 서로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해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팁! 오늘 야근은 ‘서울이 아닌 저 멀리 베를린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검색해보자. ‘베를린 스타벅스 ASMR’. 베를린은 유튜브에 있다.

*주의 : 디자인, 기사 작성, 사진 보정 등 업무의 성격에 따라 노동요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가사가 있는 노래도 어울릴 수 있으니 내가 추천한 채널은 참고만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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