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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당시 반응 안 좋았던 폰. 하지만 지금은?

조회수 2019. 6. 11.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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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LG G4를 무려 3년 동안 썼던 에디터B다. 새로운 제품이 발표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너무 예뻐, 갖고 싶어”, “진짜 신기하다, 근데 굳이 필요할까?” 삼성이 처음으로 엣지 디자인을 공개했을 때도, 애플이 아이패드와 에어팟을 출시했을 때, 홈버튼을 없애고 페이스 ID를 넣었을 때도 그랬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게 정말 필요해?’


지금도 그렇다. 스마트폰이 매년 신박한 기능을 하나씩 달고 출시될 때마다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그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의심일 수도 있다. 아직 보여줄 기술은 준비되지 않았고 그래도 새로운 척은 해야 하니까 욱여넣는 거 아니냐는 의심! 하지만 관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새로운 것에 또 적응해야 하는 거부감이 주는 관성 말이다. 그러니까 제조사 입장에서는 매번 소비자들의 의심이나 관성과 싸우게 되는 거다. 하지만 좋은 기술은 늘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무선 이어폰, 지문인식 홈버튼, 태블릿PC 같은 것들처럼. 그래서 ‘굳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은 써본 사람만이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본론. 나는 LG의 새 스마트폰 V50 thinQ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알다시피 LG는 유독 모바일 분야에서 많이 좌절했다.


LG는 G4처럼 가죽 케이스를 만들거나 G5처럼 조립형으로 만들거나 V20처럼 심하게 투박한 폰을 만들기도 했다. 분명 색다른 시도였지만 위험 부담이 큰 모험이었다. 경영이 악화되며 LG도 V30 이후에는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는데, 오랜만에 패기 넘치게 색다른 시도를 했다. 듀얼스크린을 장착한 것이다. 이 스마트폰은 과연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듀얼스크린에 대해 말하기 전에 V50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상반기는 G시리즈, 하반기는 V시리즈라는 룰을 깨고 갑작스레 나온 제품이니만큼 뭐가 다른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G8이 출시되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나왔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펙상 큰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V40 때부터 시작된 펜타 카메라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전면에는 80도 일반카메라, 90도의 광각카메라가 탑재되었고, 후면에는 광각, 망원, 일반카메라 등 총 3개의 렌즈가 들어갔다. 다섯 개의 카메라는 튀어나오지 않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G8에 이어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55가 들어갔고 안드로이드 파이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늘어난 무게다. 183g으로 전작에 비해 무거워졌는데, 그 원인은 배터리 용량이 한몫한다. V40보다 700mAh나 늘어난 4000mAh이다. 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듀얼스크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듀얼스크린에 대해 말하려 한다.


듀얼스크린은 폰 크기와 같은 스크린을 V40에 부착하며 작동하는 기기다. 정식명칭은 ‘휴대용 스크린 커버’다. 전체 규격은 기기와 같지만 화면 크기는 다르다. 듀얼스크린은 V50보다 0.2인치 작은 6.2인치. 이 차이 때문에 듀얼스크린에서는 종종 화면이 잘려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듀얼스크린을 사용하면 당신의 삶에 한 가지 단점이 생긴다. 무거워진 손이다. 듀얼스크린의 무게는 131g. V50의 무게가 183g이니 ‘휴대용 스크린 커버‘치고는 무거운 편이다. ‘무겁다’라는 느낌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데, 참고로 나는 폰의 무게를 그렇게 중요하게 사람은 아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묵직한 베가 아이언 시리즈도 꽤 만족스럽게 사용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쓰냐고 했거든. 듀얼스크린과 V50을 결합하면 무게가 314g이 된다. 314g!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가 300.5g이다. 이 정도의 무게는 바지 뒷주머니에 넣든, 앞주머니에 넣든 손에 들고 다니든 어디서나 존재감이 확실하다.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큰 단점일 수밖에 없다.

듀얼스크린은 무게뿐만 아니라 상당한 두께도 자랑한다. V50의 두께는 8.3mm, 듀얼스크린은 7.2mm다. 두 개를 겹치면 15.5mm가 되는데, 거의 두 개의 폰을 들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듀얼스크린은 탈착 가능하니까 무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듣기에만 좋은 말일 뿐이라는 게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평소에 듀얼스크린을 분리하고 다닐 거라면 애초에 V50과 듀얼스크린을 구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듀얼스크린이 필요한 순간과 필요하지 않은 순간을 구분하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지금 한 말은 칭찬처럼 안 들렸겠지만, 사실 이건 V50에 대한 호평이다.

수많은 장점이 치명적인 단점 하나에 가려지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V50은 후자에 속한다. 듀얼스크린이 주는 이점은 무겁다는 단점을 가리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듀얼스크린, 필요할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대부분은 어느정도 듀얼스크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몇 번의 리뷰를 접해보고 V50 광고를 봤을 거다. 미리 말하건대 나는 이 글에는 광고에서도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듀얼스크린 활용법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다. 왜냐고? 그 정도로 듀얼스크린의 장점은 확실하고 간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에서도 과장 없이 잘 연출했고.


광고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나온다. 메신저 앱과 카메라를 동시에 실행시킨다, 게임을 하며 게임 공략을 본다, 유튜브를 보며 인터넷 검색을 한다. 이 모든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이다. 듀얼스크린의 장점은 멀티태스킹이다.

멀티태스킹이라… 굉장히 익숙한 단어지만 폰에서 그게 가능한 적이 있었나 싶다.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든 한 화면에는 하나의 앱! 그것이 지금까지의 한계였다. 화면을 위아래로 분할해 두 앱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안드로이드에서 가능하기는 하지만… 글쎄, 그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 앱도 많고 화면을 절반으로 줄이면 사용성이 확 떨어진다. 스카이 이자르폰부터 시작해 프라다폰3.0, G4까지 꽤 오랫동안 안드로이드 폰을 써왔지만 그 기능을 쓴 건 네 번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실수로 눌러서였다. ‘어이쿠 잘못 눌렀네’


그러니까 모바일에서 멀티태스킹은 지금까지 거의 불가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V50의 듀얼스크린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앱 두 개를 동시에 쓸 일이 뭐가 있냐고 물을 수 있다. 당연한 질문. 하지만 듀얼 모니터를 써보지 못한 대학생에게 듀얼 모니터의 편의성을 납득시키기 힘든 것처럼 듀얼스크린도 마찬가지다.

듀얼스크린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하실 만한 건 아무래도 게임이 아닐까. 광고에서 많이 연출되는 장면이기도 하니까. 한 스크린에서는 게임을 실행하고 다른 스크린에서는 게임패드를 실행하는 방식인데, 게임패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없던 실력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쾌적했다. 게임패드 조작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스크린을 터치하며 게임을 하려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동안 어떻게 화면을 가리면서 게임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패드는 모든 게임을 다 지원하지는 않는다. 이 점은 조심하도록 하자. 최근에 출시한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역시 세로 게임이라 게임패드가 적용되지 않더라. 아직 많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게임을 오래 하면 발열이 심해진다고 하던데 체감상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뜨거움에 관한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V50에는 베이퍼 체임버라는 냉각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데, V40에 들어간 히트 파이프보다 2.7배 더 커졌고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액체의 양은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베이퍼 체임버는 파이프 속 액체가 기화되고 액화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열을 배출시키는 장치다.


모바일 게임의 필수 기능처럼 자리 잡은 자동모드를 하면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는데, 듀얼스크린이 있다면 다른 스크린으로 메신저 답장도 할 수 있고, 유튜브도 볼 수도 있다. 이건 정말이지 대체되지 않는 편의성이다. S펜이 없어도 메모할 수 있고, 홍채 인식이 없어도 잠금해제 방식은 얼마든지 있지만, 듀얼스크린 없이 두 개의 앱을 풀스크린에 실행하는 방법은 없다.

이쯤에서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듀얼스크린이 필요 없나요?’


그렇지 않다. 유튜브를 보다가 메시지에 답장하기 위해 영상을 끌 필요가 없고,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두 개의 메신저를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으며, e-book과 메모장을 같이 쓸 수도 있다. 듀얼스크린의 활용은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듀얼스크린은 104도, 180도로 고정되어있는데 이점을 활용해서 카메라 삼각대나 거치대처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각도가 2개에 불과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인스턴트 캡처를 쓰면 버튼 하나로 캡처 사진 전송이 가능하다. 유튜브를 보다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바로 전송!]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인스턴트 캡처 기능이다. 이것 역시 듀얼스크린을 활용한 기능인데, 키보드가 활성화되는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키보드 상단에 떠 있는 인스턴트 캡처 키를 누르면 다른 스크린의 화면이 그대로 채팅창으로 전송된다. 카톡을 하다가 캡처 화면을 보내려고 하면, 채팅창을 나와서 다른 앱을 켜고 캡처를 한 뒤 다시 카톡으로 복귀해 사진을 선택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인스턴트 캡처는 이 프로세스를 버튼 하나로 줄였다.

듀얼스크린의 유용함에 대해 길게 설명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듀얼스크린은 전면, 후면으로 접을 수 있는데 전면으로 접으면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기능 덕분에 스마트폰을 켜지 않아도 어떤 알림이 왔는지 바로 알 수 있는데, 듀얼스크린으로 덮으면 무용지물이 되니 답답하더라.

[듀얼스크린이 있으면 ‘유튜브 + α’가 가능하다 ]

LG의 V시리즈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자주 비교를 당해왔다. 나 역시도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 S펜이 있는 노트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갤럭시 노트9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모를 하고 싶은데 종이가 없는 경우는 많아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꼴이지만, 화면을 두 개씩 쓰고 싶은 순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이었다. 분명 듀얼스크린의 무게와 부피는 부담스럽지만 멀티태스킹이 주는 신세계를 생각하면 감당할 만하다. 게다가 벌써부터 듀얼스크린 2.0이 개발된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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