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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모드, 어느 폰이 최고?

조회수 2019. 4. 29.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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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아이폰 카메라를 켜고 몸을 점점 뒤로 젖힌다.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스텝을 밟기도 한다. 디에디트 사무실에선 참으로 흔한 풍경이다. 인증샷 찍기 좋은 순간마다 에디터M과 에디터 기은이 아이폰의 ‘인물사진모드’를 시전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이 기능을 참으로 격하게 사랑한다. 아이폰 최대의 발견은 얼굴인식이나 시리 따위가 아니라 인물사진모드라고 말할 정도다.

[아이폰 연인사진모드]

물론, 나도 좋아하고 즐겨 쓰는 기능이다. 작년에도 인물사진모드에 대한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스마트폰에 달린 손톱만 한 카메라로 ‘아웃포커스 사진’을 흉내 낼 수 있다니. 그것도 꽤 그럴싸하게. 이건 분명 축복이다 .

[내가 한창 뽕에 취했을 때 찍은 사진]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 ‘아웃포커스 뽕’에 취한다. Out of focus. 말 그대로 초점이 맞지 않는 상태다. 피사계심도가 얕아서 피사체 외의 다른 대상은 초점이 맞지 않고 흐려 보이는 상태가 된다. 잘 활용하면 감성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며, 피사체에 시선이 집중되게 만들 수 있다.

[더러운 사무실 배경은 그냥 아웃포커스가 답…]

배경이 지저분한 곳에서도 아웃포커스 효과를 통해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아하게 표현할 것 없이 좀 더 탁 까놓고 말하자면, 배경이 날아간 사진은 뭔가 그럴싸해 보인다. 있어 보인다! 그냥 아웃포커스를 하고 싶다! 아웃포커스 최고다! 크아아!

[내 인생을 항상 시험에 들게 하는 여자]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웃포커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조건이 받쳐줘야 한다. 일단 다들 아시는 것처럼 조리개값이 낮을수록(밝을수록) 아웃포커스에 유리하다. 하지만 조리개만 한없이 개방한다고 원하는 대로 심도 표현이 되는 건 아니다. 에디터M의 일화를 들어보자. 처음 GM 렌즈를 구입하고 나서 F2.8로 찍는데 왜 배경이 날아가지 않냐고 나에게 거품을 문 적이 있다. 왜냐면 우리 노랑머리가 벽에 기대앉아서 배경을 날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경이 멀면 조리개를 조여도 아웃포커스 표현이 쉽다]

제대로 아웃포커스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피사체와 배경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포인트는 초점거리가 길수록 좋다는 것이다. 망원렌즈를 사용했을 때 훨씬 드라마틱한 아웃포커스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상 촬영하면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몇 가지 조건이 받쳐줘야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아웃포커스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잠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볼까? 지금부터 보여드릴 3장의 아웃포커스 사진이 어떤 카메라로 촬영됐는지 맞혀보시길.

스크롤을 내리면서 대충 짐작한 분도 있겠지. 비슷한 구도로 찍은 세 장의 사진은 모두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정답은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갤럭시S10 5G, 아이폰XS Max, G8 ThinQ다. 어쩐지 어설프다고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 정도의 아웃포커싱 효과를 낼 수 있다니.


본래 나의 목적은 삼성, 애플, LG의 아웃포커스 사진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 브랜드가 더 잘 나오는지 우위를 판단하는 것 보다, 전반적인 결과물 자체가 놀랍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친한 촬영 감독에게도 사진을 보여주고, 에디터 기은과 신입 PD에게도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지 물었다. 결과를 제대로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진 한 장 더 보여드리겠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5G]
[LG G8 ThinQ]

역시 잘 나왔다.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미러리스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일상적인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는 용도로만 생각한다면, 몇 년 뒤에는 정말 카메라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 같지 않은가.


사진 퀄리티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폰 카메라는 쉽다. DSLR로 사진을 찍을 땐 앞서 언급한대로 조리개나 피사체와 배경과의 거리나 렌즈 화각이 받쳐줘야 원하는 대로 심도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폰 카메라의 아웃포커스 효과는 ‘가짜’다. 그런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듀얼 카메라라는 하드웨어적 조건을 이용해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는 원리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아웃포커스 효과를 연출해준다. 덕분에 렌즈를 바꾸거나 카메라 설정을 바꿀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다. 촬영 후에 원하는대로 배경 흐림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개꿀이다. 가끔은 200만 원짜리 렌즈를 달아서 찍은 사진보다, 아이폰 인물사진모드가 나은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제 슬슬 원래 목적대로 세 폰카메라의 결과를 비교해보자. 명칭이 각각 다르다. 아이폰은 인물사진모드, 삼성은 라이브포커스, LG는 아웃포커스 모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화각도 조금씩 다르다. 아이폰은 망원렌즈를 사용하고 나머지 둘은 광각렌즈를 사용한다.

주광에서는 아이폰이 빛을 발한다. 컬러 표현이 비교적 정확한 편이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서 노출차가 심한 환경에 강하다. 꽃다발 뒤로 아웃포커스된 창분 부분까지 날아가지 않고 노출과 색이 정확하게 잡혔다. 갤럭시 역시 사진 결과물이 훌륭하다. LG는 채도와 대비가 좀 더 강하게 표현되는 편이다. 아쉽게도 아웃포커스된 창문 부분의 노출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5G]
[LG G8 ThinQ]

피사체와 배경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능력은 전반적으로 LG G8이 가장 훌륭하다. 초점이 맞은 피사체에 선명하게(샤픈) 효과를 넣는다는 느낌이 있는데, 결과적으론 굉장히 또렷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아이폰은 배경과 피사체의 경계 부분에서 허점이 많이 보인다. 피사체였던 야시카 카메라를 확대해보면 버튼 영역까지 뿌옇게 블러처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와 G8은 모두 이 부분이 깨끗하게 분리됐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5G]
[LG G8 ThinQ]

역광에서 찍은 사진이다. 세 카메라 모두 잘 나왔다. 아이폰은 가느다란 줄기 일부분을 인식하지 못해 뿌옇게 처리됐다. 대신 빛이 들어오는 커튼 부분의 노출은 훌륭하게 잡아냈다. 애플이 HDR 사진에 공을 얼마나 들이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럭시S10과 G8은 모두 나뭇잎과 줄기까지 정확하게 피사체로 인식했다. 갤럭시의 다이내믹 레인지도 우수한 편이다. G8은 이 사진에서도 노출이 강한 부분이 모두 날아가서 색 정보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5G]
[LG G8 ThinQ]

인물 사진에서도 특징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제조사마다 색감 차이가 커서 입술이나 피부색이 모두 다르게 표현됐다. 여기서도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의 색감이 에디터 기은이 실제로 바른 립스틱 컬러와 가장 흡사하다. 다만 아이폰은 지나치게 사실적인 피부 표현으로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갤럭시S10으로 찍은 사진의 경우에는 피부에 적당하게 뷰티 효과가 들어가서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마음이 편안하다.

여기서 G8의 약점이 하나 드러난다. 아웃포커스 처리된 핑크색 쇼파 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포토샵에서 강제로 흐림 효과를 넣은 것처럼 인위적으로 표현됐다. 피사체 영역은 윤곽선까지 아주 깨끗하게 표현하지만, 아웃포커스된 배경 영역은 표현력이 서툴다. 반면 비슷한 화각으로 찍은 갤럭시S10 사진은 아웃포커싱된 배경이 좀 더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이번엔 저조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자.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5G]
[LG G8 ThinQ]

워낙 빛이 부족한 환경이긴 했다. 아이폰의 망원 카메라는 확실히 저조도에 약하다. 가장 어둡고 노이즈가 심하게 표현됐다. 칵테일 잔을 촬영했더니 아이폰 인물사진모드의 고질병인 ‘투명한 피사체 없애버리기’가 시전된다. 컵이나 유리잔을 촬영하면 그 부분을 인식하지 못해 날려버리는 일이 빈번한데, 여기서도 컵 일부가 깎여버렸다. 심지어 테이블 오른쪽도 배경과 함께 아웃포커스 되어 버렸다.


LG G8도 컵의 입구 부분이 살짝 흐릿하게 처리됐지만, 가장 정확하게 윤곽이 표현된 모습이다. 다만 테이블 부분이 실제 컬러보다 너무 붉게 표현됐다. 갤럭시S10 역시 배경의 보케 효과나 피사체 구분 실력이나 모든 게 준수하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이상한 부분은 여러 번 촬영을 해봐도 계속 테이블 부분에 뿌옇게 블러 효과가 들어갔다는 점. 다른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는 다르게 테이블의 나뭇결 문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표현됐다.


마지막은 사무실에서 노란 전구만 켜놓고 찍은 초저조도 역광 사진이다. 이 사진을 통해 세 가지 폰 카메라가 가진 아웃포커스 사진의 특징을 정확히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LG G8 ThinQ]

아이폰 사진은 가장 어둡게 나왔다. 위스키병 입구 일부와 좌우 표면이 뿌옇게 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보케 효과가 예쁘다. 가장 ‘카메라스러운’ 아웃포커스 빛망울이 생긴다.


G8은 이 극한 상황에서도 위스키병의 굴곡진 부분까지 정확하게 인식했다.


앞서 찍은 다른 갤럭시 샘플은 모두 갤럭시S10 5G로 촬영했는데, 이 사진만 갤럭시S10+ 모델로 찍었다. 카메라 성능이 다르진 않다. 여전히 준수한 모습이다. 밝고 선명하게 나왔으며, 피사체도 깨끗하게 인식했다.

위스키 라벨을 확대해봤는데, 갤럭시S10으로 촬영한 사진이 너무 선명해서 깜짝 놀랐다. 폰 카메라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굳이 평가하자면 셋 중에 가장 준수하고, 약점이 없는 카메라였다. 어떤 환경에서 찍어도 잘 나온다.


아이폰XS Max, 갤럭시S10, LG G8 모두 기대 이상의 사진을 보여줬다. 각 브랜드마다 어떤 특징과 약점이 있는지만 가볍게 이해하는 용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색감이나 보케의 표현에 있어서 취향 차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셋 다 일상을 근사하게 담기엔 충분한 카메라다. 우리 손에 이렇게 멋진 물건이 있으니 뭐라도 찍어보자. 아웃포커스 어렵지 않다.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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