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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지금 마시면 무조건 신선한 맥주 당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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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M이에요. 오늘은 왠지 좀 공손해지고 싶은 그런 날이니까 존댓말을 쓰기로 했어요. 여러분 오늘은 말이죠, 간만에 신토불이 술리뷰를 준비했어요. 내 나라 내 땅에서 흐르는 물로 빚은 술이거든요. 아, 혹시 고풍스러운 전통주 리뷰를 기대했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오늘 리뷰할 술은 말이죠, 전통주보다 더 가깝고 친근한 술이에요.

오늘의 주인공은 테라. 하이트 진로가 무려 6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라거죠. 테라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해요. 아무래도 뭔가 엄청난 작정을 한 게 틀림이 없어요. 왜냐면요, 이 맥주는 하이트 진로가 국내 맥주에 마음이 떠버린 소비자들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만든 맥주거든요. 사람들은 탄산만 강하고 풍미라고는 없는, 비릿한 쇠맛밖에 나지 않는 맥주는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어차피 그게 그맛이라면 조금 더 값싼 발포주를 마시는게 더 남는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이제 우리는 멋진 라벨과 화려한 맛으로 무장한 수입맥주도 착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안주발을 세우는 여자니까 일단 안주부터 시켜보도록 해요. 맥주엔 역시 치킨이죠. 떡볶이도 먹고 싶으니까 리뷰를 핑계 삼아 잔치를 벌였어요. 덩실덩실.

[모델을 딴 공유 맥주부터, 회오리 맥주까지 테라는 별명도 많아요]

테라의 핵심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청정 맥아와 천연탄산. 호주에서도 질 좋은 밀과 보리가 나는 것으로 유명한 곡창지대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맥아를 100% 공수했대요. 사실 그렇게 특별할 건 없어요. 왜냐면 전세계의 대부분의 맥주는 미국과 호주에서 맥아를 가져오거든요. 그래도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에서 호주란 이미지가 주는 청정한 이미지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할게요.

역시 국산 맥주의 특징은 한입 마시면 ‘크으’라는 소리가 명치부터 올라오는 그 맛으로 마시는 것 아니겠어요? 그동안 이 톡 쏘는 맛을 위해 발효가 끝난 뒤 맥주에 인공탄산을 주입하곤 했는데요. 반면 테라는 100% 천연 탄산이라고 해요. 원래 맥주는 숙성하는 과정에서 탄산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긴 해요. 하지만 이 탄산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만큼 끓어 올리는 게 바로 테라의 기술인 셈이죠.

사실 저는요 “천연 탄산이 뭐 그렇게 대수야?”라고 생각했는데, 리뷰 때문에 상온에 오래 둔 테라를 마시고 나서 그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컵에 따라둔지 한참인데 탄산이 꽤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샴페인을 마실 때 어떻게 기포가 저렇게 끊임없이 올라올까 싶었는데, 이게 바로 천연탄산의 위력인가 봐요. 반면 거품은 금방 꺼지더라구요. 쳇.

맛에 대한 설명은 잠시 미뤄두고, 외관부터 살펴보도록 해요. 테라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바로 이 청명하고 맑은 병이거든요. 기존의 불투명한 갈색병에서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초록색 병이 되었거든요. 목 부분에는 화려한 회오리 장식으로 한껏 치장도 했네요. 이 회오리가 너무 강렬해서, 술집에서 아저씨들은 “회오리 한 병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기도 한대요.

워낙 화려한 디자인의 수입 맥주 사이에서, 고작 병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하이트 진로처럼 공룡 기업에서 메인으로 미는 맥주병을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바꿨다는 것. 이게 사실 엄청난 일이거든요. 일단 병을 생산하는 공정 라인부터 싹 갈아엎어야 하니까요. 생산도 문제지만 회수의 문제도 있죠. 기존의 하이트 맥주는 카스와 병을 나눠쓸 수 있었어요. 라벨만 제거하면 뭐가 카스고 뭐가 하이트인지 구분할 수 없거든요. 설령 하이트 보다 카스가 더 잘나간다고 해도 빈 병이 회수되는 양이 있으니 완전한 마이너스는 아닌 셈인 거죠. 그런데 이렇게 병을 완전히 바꿔서야 생산부터 회수까지 완전히 다른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거예요. 하이트 진로 같은 거대 기업이 이런 결정을 한 데는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필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한 거죠.

확실히 불투명한 갈색병보다는 한결 청량해 보이긴 하네요. 어두컴컴한 술집, 독야청청 푸른빛을 뿜어내는 업소용 술장고 안에 이 초록색의 투명한 병들이 일렬종대로 놓여있을 것을 상상하니 확실히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겠어요.

여러분, 테라처럼 ‘업장에 깔리는 술’의 판매 핵심은 유통이에요. 개인적으로 밍밍하고 깨끗한 ‘아메리칸 페일 라거’ 스타일의 맥주는요. 맛보다는 라벨, 라벨보다는 가격으로, 그리고 또 이모님이 가게에 가져다두시는 유통력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아무리 맛있어도 고깃집에, 마트에 그리고 편의점에 없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걸 고르게 되잖아요? 기본적으로 여기저기 깔려있어야 자주 찾게 된다는 말이죠. 판매의 핵심은 유통과 광고 영업력이라는 거에요. 최근 테라의 성공을 위해 하이트 진로가 사내 복지를 축소했다는 기사도 나왔더라구요. 왜 영업비를 직원 복지비로 충당한다는 건지 저는 고개를 좀 갸웃했지만, 뭐 그렇다고 하네요.

아, 이쯤 되고 보니 저는요 테라를 있는 힘껏 응원해주고 싶어져요. 하지만 저는 한치의 사심도 없이 공정한 자세로 이 리뷰에 임하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디에디트 블라인드 테스트! 해외 맥주 중에서 테라를 찾아라. 편의점에서 테라와 비슷하게 생긴 초록색 맥주인 칭따오와 하이네켄을 업어 왔어요. 톤으로 결정하긴 했지만, 둘 다 내로라하는 페일 라거니까 페어 게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열심히 업무 중이던 에디터H와 기은을 테이블 앞으로 불러옵니다. 평소 하이네켄을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칭따오는 즐겨 마신다는 에디터H. 그리고 코로나를 제일 좋아하는 에디터 기은은 기세 등등합니다. 한모금 하자마자 국내 맥주정도야 단번에 알아챌거 라면서요.


그런데 결과는 대 실패. 에디터H는 세 개의 맥주 중에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요. 에디터 기은은 칭따오만 겨우 맞췄지만 사실 황소 뒷걸음치다 쥐잡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테라는 하이네켄이나 칭따오 보다 조금 더 달고 쓴맛이 나긴 해요. 그렇다고 그게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어서 결국 아무도 테라의 맛을 찾지 못하고 이 블라인드 테스트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테라의 맛을 설명하자면 뭐랄까… 몽글몽글한 바디감이 있달까요. 기존의 하이트가 탄산의 날카로운 맛이 강했다면, 테라는 첫 맛과 끝 맛에서 톡톡 튀는 맛이 나긴 하지만, 중간에 느껴지는 탄산 덕분에 두툼한 바디감이 있습니다. 은은한 곡물의 단맛도 느낄 수 있어요. 보리의 구수한 맛이라기보다는 옥수수의 단맛에 더 가까워요. 아무 풍미도 없이 뚝 떨어지는 하이트와 달리 테라는 잘 만든 페일 라거 특유의 씁쓸한 끝맛이 나죠. 조금 톡 쐈다가 달았다가 두툼했다가 다시 조금 톡 쏘면서 씁쓸하게 떨어지는 맛. 확실히 기존의 맥주보다는 조금 더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평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 왜 당장 꼭 지금 테라를 마셔야 하는지 아세요?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기 때문에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테라는 국내 맥주 특유의 쇠맛은 좀 덜하더라고요. 역시 신선한게 최고죠.

여러분, 누가 뭐래도 테라의 존재 이유의 팔할은 소맥이라고 믿습니다. 아멘. 우리나라 맥주는 소맥에 최적화된 맛을 내는 데 가장 큰 장점이 있지 않겠어요? 카스와 처음처럼으로 만든 ‘카스처럼’에 대항하기 위해 테라와 참이슬로 만든 소맥을 ‘테슬라’라고 한대요. 누구 아이디어인지 이름 한 번 잘 지었네요. 

그렇다면 카스처럼과 테슬라 중에 어떤 소맥이 더 맛있을까요?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저는 결국 또 한 번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감행하기로 합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카스처럼과 테슬라, 하이트와 참이슬 소맥까지 총 3종류의 소맥을 준비했어요.

“아…! 뭐지 이 다른듯 비슷한 맛은?!”


열심히 마셔봤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하더군요. 어떤 것은 너무 달고 어떤 것은 너무 쓴 것 같았는데, 또다시 마셔보면 그게 그거 같기도 하고… 당최 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에디터H는 카스처럼에 가장 높은 점수를, 에디터기은은 테슬라를 가장 높게 평가했어요.

결국 이날 디에디트 에디터들은 모두 취했습니다. 미처 치우치 못한 술의 흔적 덕분에 사무실 안에 공기는 대학시절 OT 다음 날에 느껴지는 진한 소맥의 향기가 일렁일렁였구요. 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코올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이 기사를 쓰는 중에도 다시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긴 하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리뷰의 결론을 내봅니다. 정말 쉽지 않네요. 테라는 두툼한 바디감과 기분 좋은 씁쓸함이 있는 꽤 괜찮은 맥주였어요. 테라의 그린라이트가 일단은 반짝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이 술이 얼마나 다른 지, 과연 하이트 진로의 야심찬 신제품이 여러분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요.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빈약했던 우리 선택지에 새로운 보기가 하나 생겼어요. 서른 한 개 까지는 아니어도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 아니겠어요? 하지만 저의 이 그린라이트가 과연 언제까지 ON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에디터M의 술 냄새나는 테라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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