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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지금 연기 못 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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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에디터H&M의 편집장 출신인 원고노예 1호, 제이킴이다.


시작 전에 솔직히 고백한다. 지난해 내 최애 드라마는 ‘미스터 선샤인’이었고 지난주까지 본방사수하던 드라마는 ‘SKY캐슬’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그렇다. 난 종편&케이블 드라마 마니아다.


그런데 뜬금없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리뷰 제안을 받았다. 킹덤이 공개되던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사악한 에디터H가 친절히 넷플릭스에 ‘킹덤’이 떴다고 메시지를 보내더라니.

필자 역시 관심이 없던 드라마는 아니었다. 때마침 UHD TV 구입 기념으로 넷플릭스 계정도 울트라 HD 4K로 업그레이드 했던터라 고화질 콘텐츠에 굶주렸던 차였다. 난 타이밍 좋게 에디터H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을 뿐이고… 결국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마감을 시작한다. 하드웨어 벤치마크 테스터로 시작해 IT 전문기자의 길을 걸어오다 이제는 드라마 리뷰까지 하는 알 수 없는 글쟁이의 인생이란!


서론이 길었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 스릴러의 장인 김은희 작가의 조합이지만 미안하게도 아직까지 필자는 영화 터널을 안 봐서 도무지 그의 연출 능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비슷한 장르의 영화 ‘창궐’과 동명이인의 감독이라니 더욱 헷갈릴 수 밖에. 물론 형평성(?)을 위해 창궐 역시 보지 않았다.


무지한 상태에서 관람하는 게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실 역사 고증물을 볼때는 공부를 하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덕분에 맘 편히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해야했지만.


<경고>


이후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이어지니 킹덤을 볼 생각이 있다면 일단 1-6화를 정주행 후 읽으시길 간절히 권하는 바이다.


시작부터 침 놓고 뜸 뜨고… 뭔가 동의보감 다큐의 인트로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가 짤막하게 이어진다. 염을 하는 중 임금이 좀비로 변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정확한 시대는 잘 모르겠으나 왜란과 호란의 양란을 거쳤으니 17세기 경이다. 1600년대 말로 추측된다. 그 시기 부모나 굶어죽은 자식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좀비의 원흉이 된 사건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우리의 혜원맥 주지훈이 세자 역할이다. 30대 후반의 세자라니… 세자가 좀비가 된 아바마마를 알현하러 가려는 중 등장한 어린 중전 역할의 혜원조씨는 대사를 글로 배운 것 같았다.

나라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혜원조씨의 수장, 영의정 조학주역의 류승룡이 악의 축을 맡았다. ‘광해 : 왕이된 남자’에서 도승지가 자꾸 떠오르게 만든다. 

기대가 컸던 배두나 역시 초기에 심할 정도로 대사를 버벅거린다. 해외 활동을 많이해서 한국어 처리 엔진에 문제가 생긴 건가 싶었다.


사건은 평화롭던 동래마을 지율헌에서 시작된다. 의녀 역의 배두나가 식사 리필을 원하는 환자에게 곰국(?)을 떠주려던 찰나 국자에 떠오른 손가락을 발견하게 된다. 사슴 고기가 아니라 인육이었던 것이다. 굶주린 환자들을 위해 인육을 요리했지만, 문제는 이 식재료(?)가 좀비가 된 임금에게 물려 죽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게되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면역력 약한 아이들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 곰국 먹는 사람들이 줄줄이 흰자를 보이며 발작하다 하나둘씩 쓰러졌으니까. 

이미 복선은 다 나왔고 이후 진행도 뻔해진다. 밤만 되면 좀비들이 불쌍한 백성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의 무한루프. 1화는 이렇게 끝난다. 텐션이 급 떨어지는 순간이다.


정확하게 1편이 끝나는 순간 에디터H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X라 재미없어…”라고.


그래도 올라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본 내 정성이 아까워서 6화까지 정주행하겠노라 다짐하고 냉수 한잔을 원샷하고 다시 TV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 정이 간다. 그 상태로 꼼짝없이 6편까지 빈지와칭을 마치고 말았다. 에디터H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봐라. 점점 재밌어진다.”

6화까지는 거의 내용이 같다고 보면 된다. 마치 미드 ‘워킹데드’ 마냥 계속 도망다니고 보이는 좀비는 닥치는대로 죽이는 장면의 연속이다.


“X가 아니었어. XX였어…”

*편집자주 : 너무 심한 스포라 편집 단계에서 삭제함.


주인공들이 좀비들의 생활패턴을 깨닫게 되면서 시즌1은 끝난다. 물론 중간중간 자잘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좀비떼가 몰려온다’는 기본 설정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좀비물이 그렇듯 도망치고 죽이다 끝난다. 시즌2 제작확정이라는 엄청난 복선과 함께. 애초에 8부작으로 제작된 내용이 내부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아 6부로 압축되고 시즌2로 늘렸다는 후문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필자의 영혼도 유체이탈하는 느낌이었다.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 애초에 제작진이 시즌이라는 미드 제작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중간에 내용을 댕강 잘라 다음 시즌으로 넘기는게 시즌제인가? 물론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6화까지 정주행을 했으니 딱히 할말은 없지만 왕좌의 게임의 ‘winter is coming’도 아니고 ‘Zombie is coming’으로 끝나는 건 애청자(?) 입장에서 조금 안타깝다.

과연 이 정도의 작품이 기존 드라마 마니아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요즘 종편과 케이블의 제작 능력은 영화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런데 킹덤은 마치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촬영도 내용도 그리 큰 임팩트가 없다는 얘기다. 감독, 작가, 배우, 스텝 모두 초호화 캐스팅이지만 그걸 버무리는 연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마치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필자는 정주행을 했다. 왜일까?


하지만 어쩌면 이게 넷플릭스가 노리는 부분일지 모르겠다. 논란이 되었던 사극 말투 역시, 국내 전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외국어 자막이나 더빙을 해 해외에서 스트리밍을 한다면? 오히려 더 잘 먹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해외 평도 괜찮다. 씨넷의 리뷰를 보자.


“킹덤은 잘 짜여진 멋진 좀비물이며, 시대극이다. 단지 좀비가 보너스로 등장할 뿐.”


우리에겐 조금 어설픈 구석이 보일지언정, 해외 시청자들의 눈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좀비 시대극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국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안의 이미지는 거의 획일화되어 있다. 동그란 얼굴형에 노란 피부, 그리고 옆으로 찢어진 눈. 어색한 연기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중전이 딱 그 이미지 부합된다. 대사 역시 마찬가지. 제아무리 연기자의 발음이 좋아도 외국인 귀에는 ‘킴취 마쉬떠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릴 게 뻔하다. 예전 미드 로스트에서 김윤진 남편으로 나온 대니얼 대 킴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을 떠올려 보시길. 우리는 인정할 수 없어도 외국인 귀에는 그것도 다 한국어다. 


넷플릭스의 숨겨진 트릭은 또 있다. 따로 조작을 하지 않아도 다음화로 5초만에 넘어가는 것 또한 자잘한 기술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어어…” 하는 사이에 다음화가 시작된다.

한번에 시즌 전편이 공개되는 것 또한 넷플릭스의 주요 전술이다. 앞서 이야기한 다음 화 자동재생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 역시 자동으로 연속 재생이 되니까 타성에 젖어 6화까지 보게됐다. 약간은 의리로 버텼다고 할까? 물론 정말 재미가 없었다면 진작에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른 콘텐츠로 넘어갔을 것이다. 결국 이들한테 필요한 건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들어온 시청자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의 재미다. 그 원동력으로 다음 회, 또 다음회. 결국은 시청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매번 중박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엔 정주행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재미는 취향의 문제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게 당연하다. 이런 개개인간의 호불호를 줄이는 건 전세계 모든 콘텐츠 제작자의 고민이자 숙원사업이니까. 시청자층을 폭넓게 가져갈 수록 가입자는 늘어날테니. 그렇게 넷플릭스는 금요일 밤 나의 6시간을 강탈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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