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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스트는 무엇?

조회수 2018. 12. 26.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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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18년의 끝에서 에디터H다. 진짜 행복해지는 방법을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떤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치트키는 있는 법이다. 올 한 해 나를 열심히 살게 했던 수많은 제품 중 베스트를 뽑았다.

에디터H의 취향을 슬쩍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건 부디 다 취하시길. 해피 뉴 이어.


올해의 제품 :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는 잘 빠졌다. 올해의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물론 여기엔 반론을 제기할 만한 여지가 많다. 모바일 OS를 품은 태블릿으로 얼마나 많은 생산성을 꾀할 수 있으며, 마우스가 없는 반쪽짜리 도구라고 말이다. 게다가 이 모든 논란에 불을 지르듯 비싼 가격하며!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마우스가 없이도 훨훨 날아다닌다. iOS 특유의 단순화된 인터페이스가 매력이고 말이다. 메뉴 찾기와 클릭, 드래그로 이루어지던 조작이 어루만지는 터치 몇 번에 실현되는 건 기쁜 일이 아닌가.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디스플레이로 가득 찬 전면 디자인도 실로 미래적이다. 외부 기기와 연결할 수 있게 된 USB-C 단자로의 변신도 흥미롭다. 성능? 어떤 태블릿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오버스펙이 아닐까 싶을 만큼. 가장 멋진 건 iOS라는 생태계 그 자체다. 이 값비싼 기기를 멋지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전세계 개발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패드용 앱 말이다. 여기서 사진 편집을 하다보면 PC에서 엄청난 공을 들이고 시간을 쏟던 작업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다. 모두에게 필요한 기기는 아닐지 모른다. 어쨌든 아이패드 프로는 올해 가장 매력적인 사치품이었다.


올해의 확실한 행복 : 소니 WH-1000XM3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를 앞두고 있다. 덕분에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놀림마저 가볍다. 이것만 털어버리면 나는 우아하게 비행기에 오르겠지. 얼마나 행복할까. 그때 상공에서 착용할 아이템이 바로 이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WH-1000XM3란 말씀. 4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구입했지만, 올해 가장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준 제품이었다. 어쩐지 없어서 못판다고 하더라니.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성능에 대해서는 이제 부연설명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소름끼칠 만큼 조용한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걱정하던 부분은 착용감이었다. 1000X 시리즈의 전작들은 착용감에서 나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제품은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한 모습이다. 귀 전체를 덮어주는 형태가 되어 착용감도 좋고 이어패드 자체가 부드러워 차음성도 훌륭하다. 일상적인 소음을 차단하는데 더 능해졌다. 어지간한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줄여주며, 비행기 엔진음 소리를 줄여주는데는 아주 탁월하다. 듣기 싫은 소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특혜인지 모른다. 진작 살 걸 그랬지. 이렇게 확실하게 행복해질줄 알았으면.


올해의 서비스 : 타다

2018년은 참 지독하게 바빴다. 아빠는 매일 새벽에 퇴근하는 날 보면서 “그러다 과로사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졸려서 눈이 감기는 퇴근길마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의 성품은 매일 복불복이었다. 세 번에 한 번은 집에 가다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폭 운전에 시달렸다. 모두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대에 매일 밤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건 분명한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타다’를 쓰기 시작했다. 유사 택시 서비스라고 해야 할까. 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건 불법이지만, 11~15인승 승합차는 임차인이 운전자를 알선하는 형태로 택시 같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타다를 호출하면 큼직한 카니발이 도착한다. 가격은 일반 택시보다 조금 더 비싸다. 다른 건 서비스다. 모든 드라이버가 대체로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변수가 적다.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고 싫은 기색을 보이거나, 난폭 운전을 하거나, 반말을 하지 않는다. 호출 거부를 당할 염려도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이 자동 배차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타다를 이용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에는 콜택시 잡기가 더 녹록지 않다. 30분을 헤매다 타다를 타고 간신히 집에 들어왔다. 촬영 장비를 싣고 외부로 나갈 때도 타다를 부른다. 누군가는 인간미 없는 풍경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어떤 설명도 필요 없고, 어떤 대화도 필요없는 편리함이 좋다. 스트레스 없이 집에 도착하고 싶다.


올해의 삼고초려 : LG 코드제로 A9

올해 LG전자와 협업해 무선청소기 리뷰를 한 적이 있다. 코드제로 A9이라는 LG의 베스트셀러 무선 청소기에 물걸레 키트가 나올 즈음이었다. 그 전부터 무선청소기에 기술력을 몰빵한 것 같은 LG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긴 했지만, 물걸레 키트는 각별하게 매력적이었다. 닦아도 닦아도 티가 나지 않는 사무실 돌바닥(A.K.A 도끼다시)과 화이트 컬러 타일을 물걸레로 광을 내며 닦아주었다. 이 물걸레 청소기는 사실 흥건하게 묻은 얼룩이나 액체류를 닦아주는 용도는 아니다. 일단 무선청소기로 먼지 청소를 끝낸 뒤에, 반질반질 광이 나도록 마무리해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그러니 부디 흥건히 쏟은 케첩이나 라면 국물 따위는 한 번 훔쳐낸 뒤에 닦으시길. 난폭하고 드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흡입력, 배터리, 사용환경 모두 합격이다. 리뷰가 끝난 뒤에 두 달을 고민하다 결국 엊그저께 사버렸다. 내가 한 리뷰에 내가 영업 당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지만, 청소왕이 되어야지!


올해의 도시 : 포르투

그래. 올해 5월에는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 포르투에 살았다. 나, 에디터M, 에디터 기은 셋이 다 함께. 눈을 감으면 아직도 우리가 살던 이층집이 떠오른다. 1층에서 올라가던 나무 계단, 열릴 때마다 삐끄덕 거리던 문. 창 밖으로 나뭇잎이 싱그럽게 흔들리던 풍경. 너무 지쳐서 떠나오겠다던 우리의 ‘글로벌 출근 프로젝트’는 더 지쳐서 돌아오는 걸로 막을 내렸지만,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된 건 확실하다. 포르투에 다녀온 뒤로 포르투로 여행을 간다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내가 추천한 단골집에 들러봤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들었고 말이다. 멀고 낯선 도시지만 다들 언젠가 한 번은 꼭 방문해보시길. 역사가 남아있는 건물과 순박한 사람들, 기분 좋은 날씨, 히베이라 거리의 풍경. 모든 게 완벽한 여행지니까. 그런 뜻에서 디에디트가 포르투에서 담아온 영상을 다시 한 번 보러 가시는 게 좋겠다.


올해의 깨달음 : G Master 렌즈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렌즈가 후지면(?) 안된다더니. 그 말을 2018년에야 제대로 이해했다.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바디를 두 대나 들였지만, 쓸만한 렌즈가 없어서 애를 먹던 차에 G Master 렌즈를 질러버렸다. 정말 눈물 나게 비쌌더랬다. 그런데 결과가 너무 심하게 달라졌다. 사진은 물론이고 영상을 담을 때의 해상력이 기존에 쓰던 칼자이스 렌즈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말이다. 렌즈 자체가 크고 무거워서 꺼려졌지만, 빛을 제어하기 위해 물리적인 크기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바디가 가진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보케도 훨씬 예쁘게 나오더라. 결국 크고, 무겁고, 비싼 G Master 렌즈를 두 개나 들이게 됐다. 촬영 실력 업그레이드보다 장비 업그레이드 속도가 빠르다. 장비병에 단단히 걸린 것 같다.


올해도 베프 : 넷플릭스

화려하게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많은 경험을 했지만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 궁핍했다. 일을 쉴 수 있는 날에는 되도록 집에서 쉬고 넷플릭스를 봤다. 넷플릭스야 말로 내 애인이고 친구고, 취미였다. 올해의 소울 메이트로 선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시감이 든다. 뭐지? 착각이 아니었다. 작년에 2017 H어워드에도 ‘올해의 베프’로 넷플릭스를 선정했던 것이다. 멘트도 비슷하다. 작년에도 엄청 바빴다나 뭐라나! 역시는 역시 역시다. 올해도 꿋꿋하게 뽑으련다. 넷플릭스에서 내 인생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났고, 남부의 여왕을 보며 잠을 설치고, 미국 출장길의 긴 비행도 넷플릭스 저장기능으로 버텼다. 이 정도면 베프 맞지. 내년에도 잘 부탁해.


올해의 기다림 : 애플워치 에르메스

아무래도 난 앱등이가 맞는 것 같다. 무려 137만 원을 주고 구입한 애플워치가 두 달 째 감감 무소식인데 잘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큰 마음 먹고 구입한 애플워치 시리즈4 에르메스는 하루에 10분씩 일해가며 한 땀 한 땀 만드는 건지 아직도 내 곁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 물건을 샀다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한 시점이 되어서야 배송이 시작됐다는 연락이 왔다. 아마 12월 31일에 도착할 것 같다. 잠깐 틈이 난 김에 애플워치 시리즈4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여태 스마트워치를 살까 말까 망설였다면 이제 타이밍이 됐다. 애플워치 시리즈4는 인간의 삶에 대한 많은 고민이 녹아있는 제품이다. 완성도, 성능, 디자인 면에서도 멋지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 껴안을 수 있는 철학이 가장 멋지다.


올해의 웹툰 : 이토록 보통의

다음웹툰에서 완결된 캐롯 작가의 작품이다. 이 웹툰을 처음 발견한 날 거의 밤을 샜다. 호흡이 꽤 긴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식으로 가져가는 작품인데,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몰입도가 높다. 완성도 높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감상한 기분이다.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끌고 나가는 힘이 좋다. 담백한 작화도 내 스타일이다. 매 에피소드의 결말이 약간은 서글프지만 기꺼이 서글퍼지련다. 다 보고 나서는 출판된 책을 한 권 구입해서 에디터M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망설임 없이 올해의 웹툰.

올해의 와인 : 배비치 블랙 라벨 말보로 소비뇽 블랑

나는 와인을 잘 모르지만, 아주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와인의 세계는 넓고 깊고 오묘해서 정복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슬쩍 발을 담그고 되도록 많은 종류를 마셔보려 하고 있다. 그 노력 중 일환으로 입맛에 맞았던 와인은 라벨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와인을 고를 때 슬며시 “이런 걸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올해 가장 기분 좋게 마셨던 와인은 바로 배비치 블랙 라벨 말보루 소비뇽 블랑이다. 2만 원대에 구입한 뉴질랜드 와인인데, 마시기 편하고 향이 좋았다. 잔에 코를 갖다 대자마자 신선한 과일 향이 퍼진다. 굳이 따지자면 풋사과 향에 가깝다. 농익은 느낌은 아니고, 가볍고 프레쉬하다. 약간의 청량함이 있어 낮에 가볍게 곁들이는 용으로도 어울리겠다. 집에 한 병 더 사둔 게 있다. 쉴 때 혼자 마셔야지.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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