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원짜리 아이유 헤드셋, 돈값하나요?

조회수 2018. 11. 27.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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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H다. 나란 사람이 본래 사계절을 꾸준히 소비에 힘쓰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연말은 특별하다. 찬바람이 불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지면, 옷깃을 꽉 여미고 지갑을 활짝 연다.

그 결과중 하나가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WH-1000XM3다.


재작년에 MDR-1000X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던 1세대 제품을 리뷰했던 바 있다. 궁금하다면 여기로. 솔직히 그 당시엔 그냥 놀라움 그 자체였다. 왜냐면 다른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렇게 조용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수많은 기능에 또 놀랐다. 2년 사이 다른 노캔 헤드셋과 어울려(?) 놀아보고, 다시 소니를 만났다. 나는 이제 함부로 놀라지 않으련다. 그런데 1000X는 여전히 좋았다. 지를 때가 온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노이즈 캔슬링은 당신의 귀를 실리콘으로 막는 기술이 아니다. 만능이 아니란 얘기다. 헤드폰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파악한 뒤, 그 소음을 상쇄시킬 수 있는 역상 음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먼저 영상 하나 함께 보고 시작하자. 아이유가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시끄러운 공사장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며 음악을 듣는다. 공사장에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건 위험하다며 뭇매를 맞았지만, 개인적으론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한다. 강렬한 이미지가 머리에 남았고 노이즈 캔슬링이 어떤 경험을 만들어주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았다. 아이유가 평소에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공사장을 걸어다니진 않을테니 걱정을 거두시길.


물론, 아까말했듯 노이즈 캔슬링은 만능이 아니다. 실제로 공사장 소음을 완벽하게 막아주진 못한다. 다만 드라마틱하게 ‘줄여줄’ 뿐이다. 아이유의 ‘마음’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렇다, 일종의 패러디다…]

음질부터 언급하자. 나는 오디오 전문가는 아니다. 감히 소리가 어떻고, 밸런스가 어떻고 하면서 평가를 늘어놓을 주제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귀동냥한 덕분에 뭐가 좋고 나쁜지 정도는 구분한다. 1000X M3는 좋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빼고 보더라도 괜찮은 무선 헤드폰이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도 음질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이걸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다면 모를까, 평상시의 캐주얼한 음악 감상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다. 베이스가 단단하게 받쳐주어서 나같은 오알못도 괜히 깊이감이 있고 소리가 좋은 것 같다는 만족감을 준다. 크게 캐릭터가 강하지 않은 음색이다. 덕분에 오래 들어도 피로하지 않다.

[소음이 차단돼 기쁜 기은]

하지만 돈값을 하기 위해선 노이즈 캔슬링을 빼놓고 말할 수 없겠지. 노캔 성능은 내가 써본 제품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하이톤의 사람 목소리 외에는 대부분 의식하지 않아도 될만큼 줄여준다. 디에디트 사무실이 워낙 소란스러운 길가에 있어서 주기적으로 지하철 소리에 시달려야 하는데, 이런 소리를 막아주는데 탁월하다. 비행기 엔진음, 에어 프라이어 돌아가는 소리, 노트북 팬소리 같은 건 비현실적일 만큼 잦아든다. 가끔 1000XM3를 끼고 영상 편집을 하다 헤드폰을 벗으면, 맥북에서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나고 있어서 당황할 때가 있다. 하단의 리뷰 영상을 보시면 어떤 식으로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지 확인하실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규칙적인 저음 외에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마찰음이나 웅성거리는 사람 목소리를 차단하는데도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상적인 소음을 차단하는데 좀 더 능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게다가 노이즈 캔슬링 특유의 귀가 먹먹한 이질감이 줄었다. 덕분에 평소에 쓰는 일이 늘었다. 예전에는 주로 에어팟을 끼고 다녔다. 가끔 영상 작업을 할때나 소음이 심한 비행기, 카페에서만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사용했다. 에어팟 꺼내는게 훨씬 간편하고 귀에 부담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1000X M3를 쓴 이후로는 헤드폰 착용 빈도가 늘었다. 최근에는 사무실에 앉아서 일할 때도 1000X M3를 사용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변과 분리되는 ‘고요함’이 좋다. 여럿이 있지만 혼자 있는 기분? 가끔 에디터M이 하는 말을 못 듣는 불상사가 있지만, 그 마저도 의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둔다.

보통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센서(마이크)가 하우징 밖에 달려있다. 외부 소음을 인식하기 위해서다. 이 제품은 사용자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물론, 귀에 들어오기 직전에 헤드폰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도 측정하기 위해 진동판 앞에도 센서를 장착했다. 덕분에 헤드폰 내외부에서 반복되는 저음역대 소음과 전체적인 소음을 모두 파악해준다. 온갖 소리가 대격돌하는 주말의 카페에서 빛을 발한다.

간혹 노이즈 캔슬링 약발이 평소보다 떨어진다 싶을 땐 ‘개인 최적화’를 실행해주면 좋다. 사용자의 착용 상태나 머리 크기, 헤어 스타일, 안경 등을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졸릴 때 고카페인 음료를 원샷한 것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에 소니의 ‘Headphones’ 앱에서 실행할 수도 있고, 헤드셋 왼쪽 뒤의 버튼을 길게 눌러도 된다.

앱에서는 노이즈 캔슬링 정도를 20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개인의 취향에 맞게 사운드를 만질 수 있다.

전화 통화를 해보니 마이크 성능은 의사 소통 하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 그래도 일반 통화보다는 약간 멀게 들린다.

사실 준수한 음질과 어마머마한 노캔 성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제품을 구입하며 고민한 부분은 오직 하나 ‘착용감’이었다. 2년 전에 썼던 1세대 제품도 이미 노이즈 캔슬링 성능에선 엄지를 치며 올렸던 터였다. 오래 쓸 수 없겠다고 판단했던 건 오래 쓰고 있으면 두통이 밀려오는 착용감 때문이었다.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1000X 시리즈의 숨 막히는 착용감은 계속 도마에 올랐다. 라이벌(?) 제품인 보스 QC35와의 비교에서도 착용감 얘기만 나오면 초라해졌다.

3세대 제품은 착용감을 완전히 갈아 엎었다. 이어패드의 두께는 줄였지만 사이즈는 커졌고 내부를 깊게 설계했다. 쓰면 귀가 이어패드 안으로 쏙 들어가서 귀 주변이 완전히 덮힌다. 덕분에 오랫동안 착용해도 귀의 일부가 걸리적거리는 일이 없다. 쿠션이 아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졌다. 착용감도 한 몫하지만 차음성도 더 훌륭해졌다. 전원을 켜지 않아도 이어패드를 쓰는 것만으로도 주변 소리가 일부 차단될 정도다. 추운 날씨에도 오래 쓰고 있으면 귀가 후끈해질 정도다. 아주 따뜻하다. 귀마개로 쓰는 분이라면 환영일 듯. 반대로 말하면 여름에 쓰면 귀에 땀띠 나겠다.


물론 여전히 착용감을 비교해봤을 때 보스의 QC35가 더 편안하다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이제는 소니 WH-1000X M3의 착용감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12시간이 넘는 비행 시에 착용해 봤을 때도 골이 띵한 현상은 없었다. 그냥 귀가 답답한 정도다.

[상당히 크다, 예뻐보이는 건 에디터 기은 덕분이다]

디자인은 심플 그 자체. 막상 착용하고 다닐 땐 별 생각 없지만, 거울을 보면 썩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좀 크다. 대중 교통이나 이동 할 땐 여전히 에어팟을 애용한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쓰고 벗고, 기기와 연동하는 간편함이 탁월해서다. 1000X M3는 한 번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잘 떨어질 줄을 몰라서, 플레이어를 바꿔가며 사용할 때는 조금 번거로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를 오가며 사용하는 내겐 에어팟의 연결성이 더 매끄러울 수 밖에 없더라.

[계속되는 컨셉…]

40만 원 후반의 높은 가격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내로남불이라 했던가. 나 자신도 부산스럽고 소란스러운 사람이건만 주변 소음에 유독 민감하다. 특히 나만의 공간이 없는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원고 마감을 앞두고 있을 땐 모든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책상이 흔들리는 것 같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흑흑.

납작한 형태로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가 아주 마음에 든다. 구성품은 간단하다.

[보너스컷, 리뷰 촬영 중에 카메라에 걸린 에디터M]

예민왕 에디터H에게는 ‘올해의 잘한 일’ 타이틀을 주고 싶을 만큼 잘 산 제품이었다. 세상은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차 있는데, 255g 짜리 헤드폰 하나로 내 시간과 공간이 좀 더 견고해진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온갖 기능들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시길. 지르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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