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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200만원짜리 아이폰을 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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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애플을 사랑하는 에디터H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 나는 사과라는 과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1년 동안 먹는 사과의 총량이 5개를 넘지 않으리라. 그런데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지인의 아버지가 직접 키운 사과를 판매한다는 글을 봤다. 모양은 조금 떨어지지만 정성껏 키운 맛 좋은 사과를 과수원에서 직배송 해준다는 얘기였다. 그것도 염가로. 먼저 구입한 에디터M이 그 사과가 너무 맛있다며 입맛을 짭짭 다시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이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사과 10kg을 구입했다. 큼직한 사과를 직접 깎아 먹었다. 아삭, 아삭. 정말 맛이 좋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에디터M의 호들갑이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했을 즐거움이다.

오늘은 내가 호들갑을 떨기 위해 왔다. 왜냐면 가을은 선택의 계절이니까. 아이폰XS와 일당들이 드디어 한국 출시를 알렸다. 고냐, 스톱이냐 선택할 때다.

나의 이번 선택은 좀 과감했다. 지금 손에 쥐어진 건 아이폰XS MAX다. 맞다. 엄청 큰 그거. 역대 아이폰 중 가장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이다. 게다가 비싸다. 요즘은 아이폰XS MAX와 비교하면 다른 모든 제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일 정도다. 이번에 구입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그랬고, 리뷰 중인 무선 청소기가 그랬다. “135만 원? 좋긴 한데, 너무 비싼데…”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내 아이폰XS MAX는 196만 원이다. 노트북도 사고 남을 가격이다. 저장용량 512GB 모델임은 감안해야 하지만, 어쨌든 우주의 섭리를 벗어난 가격이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책정된 가격은 빼박캔트. 우리가 목놓아 울부짖어도 애플은 마음을 정했다. 계속 비싸다고 볼멘소리만 하는 건 아마추어 같은 짓이다. 이제 왜 비싼지 살펴볼 시간이다.

일단 아이폰XS MAX의 개성은 크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크다는 건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휴대성이 떨어지는 대신, 보는 재미가 올라간다. 이 부분에서 머리를 쥐어뜯는 고민을 해야 했다.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커지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불편해진다. 6.5인치의 화면에서 한 손 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내 짧은 손가락으론 말이다.

하지만 큰 화면이 주는 즐거움도 외면할 수 없다. 아이폰X을 쓰기 전에 아이폰8 플러스를 몇 달 사용했는데, 그때 큰 화면의 매력을 처음 깨달았다. 아이폰X 시리즈는 가로가 좁은 비율에 노치 디스플레이까지 있어 화면 크기만큼 보이는 영역이 시원스럽지 않다. 특히 가로로 거치하고 영상을 볼 땐 더더욱 그렇다.


iOS12의 스크린타임을 살펴보니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앱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 모르겠다!!! 큰 놈으로 가자!!

아이폰X과 아이폰XS MAX의 화면 차이는 생각보다 더 크다. 특히 아이폰XS MAX로 한참 영상을 보다, 원래 쓰던 아이폰X을 손에 쥐면 기이할 만큼 작아 보인다. 사람 눈이 이렇게 간사하다. 아이폰4에서 아이폰5으로 넘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자꾸자꾸 커지는 게 거북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적응해 간다.

디스플레이가 확대되며 한 번에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도를 볼 때도 같은 비율일 때 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다.

기본 캘린더 앱도 가로 모드로 볼 때 다른 UI가 적용된다. 더 큰 화면을 영리하게 활용한 예다. 일, 주, 월, 년으로 단위를 선택해서 볼 수 있으며, 대략적인 스케줄과 상세 내용을 한 화면에 표시해서 편리하다.

일부 반응형 웹사이트에서는 아이폰X와 아이폰XS MAX 사이의 포스팅 배열 방식이 다를 정도다. 가로로 2개의 아티클을 표시할 만큼의 너비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폰XS MAX를 쓰고 야속할 만큼 아이패드나 맥북 프로로 넷플릭스를 보는 일이 줄었다. 언제 봐도 좋은 디스플레이다. 색상 표현력이나 명암비 모두 훌륭하다. 같은 사진이나 영상도 아이폰XS 시리즈에서 보면 더 선명하고 생생해 보인다. 그래서 새벽까지 잠 못이루지 못하고 넷플릭스의 HDR 콘텐츠를 찾아다니며 “음, 나의 결정은 옳았어…”라고 뽕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스테레오 스피커도 더 좋아졌다. 재밌는 사실을 하나 일러 드리자면,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화면을 가로 세로 모드로 음악을 들어보시길. 사용자가 아이폰을 어떻게 들고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스피커가 반응해 방향을 바꾼다. 가로로 거치했을 땐, 좌우 스테레오 사운드가 확실히 분리되어 나온다. 하지만 세로로 폰 방향을 바꾸면 좌우 방향 구분을 하지 않고 위아래에서 한 번에 소리를 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간감이 분명하다.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양쪽 스피커가 서로의 채널을 잘 조절해서 효과음의 방향이나 느낌을 정밀하게 구현한다. 화면 속의 모션과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정말 물리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 스피커 중에서는 확실히 수작이다.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은 배터리다. 이 무시무시한 크기와 가격을 보상해주는 배터리 시간이다. 아이폰X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늘어났다는데, 지금 새 폰이라 그런지 체감하기엔 더 길다. 성능을 높이면서 배터리 시간까지 늘어났다는 결과가 고무적이다.

물론 커져서 다 좋다는 얘긴 아니다. 갖고 다니면 종종 부담스러운 사이즈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으면 로켓처럼 발사될 것 같다. 밤에 누워서 손에 들고 드라마를 보다보면 팔부터 어깨까지 뻐근하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제품인 만큼 몇g의 무게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208g은 생각보다 더 버겁다. 크기와 무게는 친구라는 사실이 슬프다.

이제 성능 얘길 해보자. 언젠가부터 애플이 성능에 대한 얘기를 적극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감성의 애플’이 ‘스펙의 애플’로 변질되었다고 하던데, 그리 고깝게 볼 것은 없다. 아이폰에 들어간 A12 바이오닉 칩은 확실히 파괴적인 물건이다. 스마트폰에 이렇게까지? 싶을 만큼. 하드웨어의 처리 성능을 올린다는 건 이 폰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졌다는 뜻이다. 버거운 그래픽이나, 엄청난 연산이 필요한 작업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다. 질펀하게 놀아볼 수 있도록 판을 잘 깔아줬으니, 개발자들에게도 반가운 요소다.


작년부터 바이오닉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뉴럴 엔진을 탑재해왔다. 이 뉴럴 엔진이라는 게 파볼 수록 재밌다. 뉴럴 엔진은 머신러닝 만을 위해 만들어준 하드웨어다. 맞다, 인공지능. 자꾸자꾸 학습하고 공부하는 인공지능! 이제부터 살포시 설명에 들어가 볼 텐데 관심 없는 분들은 세 단락쯤 건너뛰고 읽으시면 된다. 하지만 꽤 재밌는 개념이다.

자, 우리 눈앞에 병따개가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그 물건이 빨간색이든, 검은색이든, 초록색이든 0.1초도 안되는 순간에 병따개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눈치채지 못하는 짧은 시간동안 신경회로망에서 폭발적인 처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빠바바바바바!!!! 병!!따개!!!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병따개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주입해서 이것은 병따개, 저것도 병따개!! 이것 역시 병따개!!! 하고 알려줘야겠지. 머신러닝을 통해서 똑똑해진 아이폰은 말하지 않아도 물건을 알아보고, 상황을 인지한다. 사진을 하나 찍을 때도 그 안에 피사체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대조해보며, 상황을 파악하는 무시무시한 작업이 고작 몇 초만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일반적인 모바일 프로세서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뉴럴 엔진이 따로 있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머신 러닝 작업을 서버와 연결하지 않고, 로컬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가 아이폰을 사용하며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거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서버에 보내지 않고 디바이스 안에서 해결한다는 얘기다. 이 역시 뉴럴 엔진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이 요란한 머신 러닝으로 대체 뭘 할 수 있는 거냐고? 시리가 사용자에게 특화된 제안을 해주는 기능도 머신 러닝 베이스다. 사진 앱에서 사람 얼굴을 인식하고 분류해주는 작업도. 결혼식이나 파티 같은 일반 언어로 사진을 검색할 수 있는 것도. 공간을 인식하고 거기에 가상 사물을 얹어주는 AR 기능도 모두.

아이폰에서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그 안에서 우리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사진 속에 인물이 있는지, 어디가 눈 코 입인지. 역광이 심한지, 포커스를 어디에 잡아야 하는지, 지금 화면 속에 있는 피사체가 질감을 더 살려서 표현해야 하는 소재인지. 화이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이런 처리 과정을 뉴럴 엔진이 서포트해준다. 그러나 여러분은 알면 재밌고, 몰라도 상관 없는 이야기. 중요한 건 그래서 사진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니까.

[아이폰XS MAX로 촬영한 사진]

자연스럽게 카메라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사진 결과물이 정말 좋아졌다. 특히 저조도나 역광 등 터프한 촬영 환경에서 차이가 크다. 빛이 충분한 곳에서는 아이폰X이나 아이폰XS나 사진이 비슷하다. 어쩌면 아이폰7쯤으로 내려가도 비슷할지 모른다. 새로운 카메라의 성능이 두드러지는 건 노출차가 심한 환경이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모두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표현해준다.

[아이폰XS MAX로 촬영한 인물 사진 모드]

인물 사진 모드가 더 좋아진 것도 특징이다. iOS12부터 피사체와 배경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 이제 머리카락 끝까지 잡아내는 디테일이 더 좋아졌다. 서드파티 앱에서도 인물사진 모드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는 카메라 앱을 기대해보고 있다.


카메라 이야기는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본 뒤에 볼거리 풍성한 리뷰를 추가로 준비해볼 예정이다. 그럴려면 내가 좀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텐데. 맨날 사무실과 집만 오가는 일상이라 찍을 거리가 영 팍팍하다. 리뷰 사진 핑계로 놀러 다녀야겠다.

동영상 촬영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마이크. 솔직히 이전까지는 아이폰X의 마이크 수음이 그렇게 구렸는지 미처 몰랐다. 아이폰X과 아이폰XS의 수음을 비교해보고 깜짝 놀랐는데, LG나 삼성의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보니 충격적일 만큼 차이가 크더라. 멀리서 말하는 것처럼 녹음되던 아이폰 마이크가 완전히 달라졌다. 볼륨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커졌다기 보다는 스테레오 레코딩이 가능해졌다. 피사체가 화면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 움직임을 비주얼은 물론 사운드로도 담아낼 수 있다.


몇 달째 계속 가볍게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는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고민 중인데, 마이크까지 개선되고 나니 아이폰XS 시리즈가 어지간한 카메라보다 나은 것 같다. 일단 카메라는 ‘따로’ 챙겨야 하는 물건이지만, 아이폰은 ‘당연히’ 들고 다니는 물건이니 접근성이 다르다.

동영상 촬영 시 30fps까지 HDR 촬영을 지원한다. 또, 설정에서 비디오 녹화에 들어가 보면 ‘자동 저조도 FPS’라는 기능이 생겼다. 30fps 이하에서만 활성화 가능한 기능인데, 4K 해상도도 지원한다. 이 기능을 켜두면, 동영상을 찍을 때 필요에 따라 24fps로 떨어트려 촬영하게 된다. 저조도에서도 화질 저하를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옵션이다. 폰카메라의 한계를 극복하는 솔깃한 기능이다. 어차피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상은 후작업으로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켜두고 쓰는 걸 추천드린다.


사진은 물론이고 동영상 기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흥미롭다. 애플은 모두가 아이폰을 들고 다니며 비디오그래퍼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겠지. 영리한 녀석들…

무겁고 비싸다는 것 말고는 얄미울 만큼 약점이 없는 제품이다. 잘 만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샅샅이 살펴보지 않으면 차이가 크지 않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다. 요즘 애플이 꾀하는 변화가 이런 식이다. “뭐가 바뀐건가? 전작이랑 비슷한데?”하고 생각하며 신제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한 달 후 전작을 만져보면 오징어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내 리뷰는 이런 변화를 좀 더 빨리 알아보실 수 있게 돕는 지름길일 뿐이다. 에디터M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과의 맛처럼.


사용자는 속속들이 알 필요 없지만 눈치채지 못하게 모든 작업을 더 쾌적하게 다듬어가는 애플의 편집증. 아, 그 정교한 편집증에 대한 대가가 196만원인가 보다.

예전 같으면 디자인 얘기부터 했을 텐데, 어쩌다 보니 디자인 얘기가 맨 끝으로 밀렸다. 새로운 골드 컬러는 아름답다. 매번 다른 골드를 선보이는 감각이 놀라울 따름. 아이폰X보다 훨씬 견고한 글라스 소재로 마감했으며 광택이나 컬러 표현은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겠다. 하지만 어차피 케이스 씌울 몸…그리고 함께 출시된 아이폰XR의 컬러가 너무 독보적이라 미안하게도 골드 컬러 자체에는 그렇게 눈이 가지 않았다. 오래 두고 써도 질리지 않을 컬러이긴 하지만 옐로, 코랄, 블루의 자극적인(?) 컬러 공세에 휘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뜻에서 다음 시간에는 아이폰XR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가을은 선택의 계절이고, 여러분의 선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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