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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친구가 스마트 워치 싫다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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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많아서 복잡한 게 싫어, 스마트라는 그 말도 싫고.”


작년 언젠가 친한 친구에게 스마트 워치를 추천하다 들은 말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스마트 워치로 전화를 대신 받고, 메시지를 보내는 편리함이 오히려 거북하다고 했다. 친구는 더 단순하고 명료한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진짜 시계’가 좋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워치 예찬론자인 내겐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였다.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이제야 뒤늦게 그 친구에게 어울리는 답을 찾은 것 같다. 오늘의 리뷰할 브랜드는 순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시계 브랜드다. 스포츠 워치 브랜드 중에서는 독보적이라고 봐도 좋겠다. 애플워치에 정착하기 전에는 당연히 나도 집적거렸던 바 있다.

순토는 1936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원래 나침반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손목시계를 만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도계, 기압계, 나침반을 내장한 Vector 모델은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산악가들이 가장 많이 차는 시계이기도 했다. 본래 전문가용 워치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견고하고 패셔너블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며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사랑받기 시작했다. SUUNTO라는 이름은 핀란드어로 ‘방향’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그래서 이건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시계냐고? 순토엔 여러 모델이 있지만, 내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건 좀 더 가벼운 녀석이다. 이름은 순토 3 피트니스. 디자인만 봐도 한 눈에 알겠지만 도시의 삶이 잘 어울린다. 지하철 2호선과 빌딩숲을 오르내리는 사람의 팔목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장에 사무실의 세 에디터가 각각 손목에 착용해보았다.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고, 프릴 블라우스에 매치해도 튀지 않는다. 이번에 추가된 컬러가 매력적이다. 코퍼와 버건디. 실제로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블랙 컬러인데, 가을이라 그런지 촬영용 목업으로 가지고 있었던 버건디에 자꾸만 손이 갔다.

버건디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컬러다. 비슷한 버건디 컬러의 트리오 백과 낮은 굽의 슬링백을 코디했다. 좋다. 새 아이템은 나를 신나게 한다. 스마트 워치의 허들 중의 하나가 기존에 쓰던 일반 시계에 비해 ‘튀어보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디자인은 의외로 어디든 어울린다.

재킷을 입었을 때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골드 마감의 베젤이 은은하게 빛난다.

착용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기존 순토의 제품들은 크고 묵직하다. 수많은 기능을 품고 있는지라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손목 꽉 찰 정도의 강력한 존재감이 매력이기도 했다. 듬직해서 좋았지만, 지나치게 터프했달까. 스포티한 차림엔 찰떡처럼 잘 어울렸지만, 포멀한 룩에는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과거 내가 순토를 오래 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순토 3 피트니스는 여태까지의 순토와는 다르다. 박스에서 꺼내서 손목에 감는데, 장난감처럼 가볍다. 이거 순토 맞나 싶을 정도다. 페이스 직경도 알맞다. 내 팔목에도 적당하고, 에디터M의 팔목에도 적당하다. 손목이 가장 가는 에디터 기은의 팔에는 조금 큰 듯 하지만 가벼워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무게는 고작 36g.

가장 좋았던 건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며 궁리할 필요가 없었단 것이다. 물리 버튼은 총 5개.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세 개다. 기능 선택과 조작은 대부분 오른쪽 세 개의 버튼으로 이루어진다. 화면 터치는 지원하지 않지만 버튼으로 조작해야 하는 인터페이스인 만큼 더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이리저리 버튼을 누르며 갖고 놀아본다. 5분도 되지 않아 사용법을 모두 익혔다. 아, 명료해서 좋다! 매번 테크 기기를 리뷰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에 감탄하면서도, 조작법이나 기능을 학습해야 하는 피로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마음이 이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버튼은 ‘방향성’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이라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거나 위로 가거나 아래로 가는 게 전부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대략 감이 온다. 스포츠 모드엔 달리기, 산악 자전거, 사이클링, 걷기, 수영장 수영, 실내 트레이닝 등이 나열돼 있다. 내가 가장 즐기는 스포츠(?)는 걷기다. 오른쪽 방향 버튼을 두 번 더 누르면 걷기 운동이 시작된다. 클래식한 디지털 알림음과 함께 심박수와 거리, 칼로리가 카운트된다. 어려운 과정은 하나도 없다. 걷기 위해 밖으로 나서는 나의 의지를 갖추기가 어려울 뿐.

테스트를 위해 디에디트의 운동왕 에디터 기은을 섭외했다. 순토 3 피트니스를 손목에 채워주니 트랙 위를 요정처럼 가볍게 뛰기 시작한다. 트랙 네 바퀴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나니 심박수가 치솟는다. 그녀의 심장이 124bpm으로 뛰고 있다.

운동왕 에디터 기은이 순토가 꽤 맘에 들었나 보다. 손목이 가는 편이라 대부분의 이 정도 사이즈의 시계는 걸리적거리는데, 가벼워서 좋다더라. 방수가 되는지, 배터리는 얼마나 가는지 꼬치꼬치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뛰러 간다. 이게 바로 물건이 완벽한 제 짝을 만났을 때의 반응인가!

작은 원형 디스플레이 안을 야무지게 잘 활용해놨다. 운동 후의 강도를 그래프 형태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트레이닝 후 얼마나 리커버리 시간이 필요한지도 안내해준다. 개인적으론 운동 후에 느낌을 묻는 게 참 좋았다. 오늘 달리기는 어땠나요?

모처럼 사무실을 벗어나 신나게 달린 운동왕 기은이 ‘매우 좋음’을 점수로 준다.


피트니스 기능을 몇 가지 테스트해보면 이 제품의 특징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운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알맞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딱 나같은 사람들. 어느날 퇴근길에 위기의식을 느껴 아무 지하철 역에나 내려 걸어가곤 하지만, 평소엔 좀처럼 운동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 말이다.

적극적인 피트니스 활동은 적지만, 내게도 건강한 삶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내가 잘 자고, 잘 걷고, 충분히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는 뜻이다. 이 제품의 수면 분석 기능은 나이, 몸무게, 성별과 목표 수면 시간을 입력해두면 내가 얼마나 ‘잘 자고’있는지 추적해준다. 내 수면 시간은 기대보다 한참 모자랐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에디터M이 이 시계를 차고 잠들었다면 기절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면 그래프가 나왔으리라.

이 제품은 ‘스마트’라는 타이틀에 집착할 것 없이 진짜 시계다. 의식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손목에 붙어 24시간을 헤아려주고,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해준다. 얼마나 움직이고 있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오늘 하루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지.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매니저인 셈이다. 왼쪽 손목에서 선명한 숫자로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고 나니 “너 힘들구나?”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내려앉는다. 내 빠듯한 라이프 스타일에 ‘회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인색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고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 문자, 일정 등의 알림을 받을 수 있으며 배터리는 최대 5일까지 견딘다. 모든 데이터는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운동 결과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깜찍한 짓도 가능하다.

커피를 내릴 때도, 사무실 벽에 페인트칠을 할 때도,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나갈 때도 어울리는 짝궁이었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서 숨고르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36g의 가벼운 시계를 추천한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어때. 당장 가파른 산맥을 오르며 모험을 마음먹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의 균형을 찾기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넘치는 삶이야 말로 모험 그 자체인걸. 스마트 워치는 싫지만, 스마트한 워치는 갖고 싶었다면 더더욱 좋겠다.

지름신이 내렸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29cm로 가보자. 현재 순토 3 피트니스 제품 전 컬러를 단독으로 10% 할인 판매 하고 있다. 뭔가 주는 게 많은 것 같으니 한 번 슬쩍 둘러보시길. 순토 사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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