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노랑색? 주황, 파랑까지!

조회수 2018. 9. 13.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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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에디터H입니다. 9월은 결실의 계절, 쿠퍼티노의 사과 나무에 아이폰이 열리는 계절이죠. 오늘 아침엔 애플의 2018 스페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벌써 4년째 아이폰 공개 이벤트에 초대받게 되었네요.

면역이 생길 만도 한데 키노트가 시작될 때마다 항상 묘한 떨림이 있습니다. 키노트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면 팀 쿡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집니다. 다들 어린아이처럼 쉽게 웃고, 박수치고, 소리칩니다. 한 기업의 신제품 발표 현장이라기 보다는 축제에 가까운 분위기죠.

[팀쿡의 초 근접샵. 꺄오!]

아이폰은 정말 많은 관심을 받는 제품입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이 그렇죠. 사람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제품이니까요. 손안에 쏙 들어오는 전화기가 바뀔 때마다 일상의 사소한 풍경들이 변해갑니다. 매년 누군가는 혁신의 부재를 부르짖고, 애플도 이제 끝났다는 돌림 노래를 부르지요. 하지만 자고로 애플 걱정은 하는 게 아닌걸요. 진짜 혁신이 무엇인지는 이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이나 투명 디스플레이가 나와야만 혁신이 되는 건 아닐겁니다. 여긴 호그와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니까요.

애플이 무려 3가지 아이폰을 공개했습니다. 쉴 틈 없는 신제품의 향연이었죠. 애플은 ‘Big news’라고 표현했지만, 보는 입장에선 ‘Big iPhone’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Big Price’ 일지도 모르죠. 야속한 구석도 있지만 여전히 잘 만든 제품입니다. 말로만 들을 땐 와닿지 않지만, 실물을 확인했을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완성도도 여전하구요. 이제, 애플이 던져놓은 이야깃 거리를 좀 더 파고들어 볼까요?

네이밍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X의 후속 시리즈로서 아이폰XS, 아이폰XS MAX, 아이폰XR의 세 가지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아이폰9처럼 익숙한 이름은 없었죠. 타이핑을 하면서도 헷갈리는 이름입니다. 핸즈온 섹션에서 애플 스텝에게 “아이폰XS MAX는 어디있나요?”라고 물으려는데 어찌나 혀가 꼬이던지. 새로운 시리즈의 모델명에 규칙을 가져가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애플의 이런 외골수적인 면은 가끔 아쉽습니다. 일반적으론 모델명을 말하면 제품의 세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폰이나 맥북의 네이밍은 한참을 곱씹어보게 되죠. 결국엔 사용자가 임의로 출시된 년도를 붙여서 말하게 되구요.

아이폰XS는 무심코 엑스에스라고 읽게 되지만, 옷 사이즈가 아니랍니다. 텐에스라고 읽어야 맞습니다. 신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애플의 야심작이죠. 5.8인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 정말! 좋습니다! 무슨 수로 이런 물건을 납품받는 걸까요. 아이폰X을 쓰면서 느끼게 된 게 있습니다. OLED는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폰8을 쓸 때까지만 해도 “LCD로도 충분한데 무슨 OLED를 써서 가격을 이렇게 올리나!!”라고 아집을 부렸지만, 후회합니다. 한 밤중에 아이폰X으로 영화를 보다가 새까만 레터박스가 조금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걸 확인하면, 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진정한 블랙… 하고 음침하게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아이폰XS MAX는 큽니다. 그것도 아주 커요. 여태까지 애플이 만들었던 아이폰 중에 가장 크죠. 6.5인치 화면이지만 올스크린 디자인 덕분에 제품 사이즈는 아이폰8 플러스와 비슷합니다. 스마트폰이 커지는 건 싫지만, 큰 화면이 주는 몰입도가 남다르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도 잠시 아이폰8 플러스를 썼을 때 그 쾌적함에 금세 적응해버렸거든요. 주머니에 잘 들어가지 않는 크기까지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화면은 매력적입니다.

아이폰XS 시리즈는 모두 돌비 비전 및 HDR10을 지원합니다. 기존에 찍은 HDR 사진도 아이폰XS에서 확인하면 색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넓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보기 딱 좋겠죠?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와이드 스테레오 사운드도 보너스(?)로 딸려옵니다.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꼭 맥북을 꺼내곤 했는데, 점점 아이폰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 작은 기기로도 시각적·청각적인 만족도가 충분하다는 방증이겠죠.


아이폰X을 쓰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얼굴 인증 시스템인 페이스ID는 걸작입니다. 애플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기능이기도 하구요. 보안성이 뛰어남은 물론 물리적 터치 조작이 없기 때문에 간편하죠. 여러 변수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헤어스타일이 바뀌거나 화장을 하지 않거나, 모자를 쓰는 등의 가벼운 외모 변화에는 끄떡없습니다. 심지어 선글라스를 낀 상태에서도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적외선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한밤 중에 불 꺼진 상태에서 써도 상관 없구요.


최근엔 페이스ID를 통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던 경험에서 해방된 게 퍽 즐겁습니다. 슥, 화면을 바라보면 알아서 비밀번호를 불러와주니까요. 웹사이트 마다 비밀번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바뀐 비밀번호를 까먹는 일이 많았거든요. 특수문자에 숫자, 대문자, 소문자까지 섞으라는 건 정말 빡치는 일이예요. 해킹을 막으려다 나 자신까지 막아버리면 안 되잖아요?

새로운 아이폰XS 시리즈에서는 페이스ID의 반응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이번 핸즈온에서는 전세계 미디어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제 얼굴까지 등록해볼 틈이 없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조만간 신제품이 출시되면 원 없이 테스트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큰 변화로는 A12 바이오닉 칩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 설계한 최신 스마트폰용 칩으로,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7나노미터의 공정의 칩셋을 사용했습니다. 한 문장에 낯설고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들어갔죠?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를 의미하는 단위입니다. 머리카락 두께와 비교해도 1/50,000 수준일 정도로 정말 미~~~세한 길이를 말해요. 당연히 숫자가 낮을수록 더 미세한 공정을 의미하구요. 이렇게 뽀시래기같이 미세한 공정으로 칩셋을 만들게 되면 두 가지가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은 전력 효율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밀어 넣을 수 있게 됩니다. 트랜지스터는 컴퓨터 회로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단위를 말합니다. 트랜지스터가 많으면 일꾼이 늘어나는 셈이니, 칩셋이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A12 바이오닉 칩셋에 들어간 69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초당 5조회의 작업을 한다!” 이게 포인트입니다. 엄청난 숫자죠.


69억 개의 트랜지스터까지는 절대 기억하실 필요 없지만, 그 결과는 더 명료하니 귀담아 둘만 합니다. 아이폰XS는 전작인 아이폰X에 비해 30분가량 길어진 이용 시간을 제공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같은 사이즈에서 더 고성능을 구현하며 배터리 사용 시간을 끌어올렸다는 건 아주 인상적인 변화입니다. 참고로 사이즈가 큰 아이폰XS MAX의 경우에는 1시간 30분 가량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어졌다고 하네요.


듀얼 SIM을 적용한 것도 특징입니다. 중국 외의 시장에는 디지털 eSIM 형태로 지원되는데, 한국에서는 제한 없이 구현될지 궁금합니다. 두 개의 번호를 쓰려면 두 개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니 이통사로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달라진 카메라 기능을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얼마 전에 무려 270만 원짜리 망원렌즈를 샀답니다. 몇 달을 망설이다 결국 지른 이유가 뭘까요? 아름다운 아웃포커싱과 보케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보케가 좋은 사진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진에서 감흥을 느끼는 포인트란 대체로 비슷하거든요. 드라마틱한 아웃포커싱을 보고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감성적인 컷이 되니까요.

인물 사진 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밋밋한 일상 속에서 사진을 찍어도 훨씬 멋지게 표현됐죠. 고작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건데도 말이예요. 아주 영리한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기능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인물 사진 모드로 찍은 사진의 ‘심도 제어’가 가능해졌거든요. 말 그대로 심도를 조절하는 기능입니다. 배경이 인물과 확실히 구분되도록 뿌옇게 아웃포커싱 된 상태에서 이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배경이 지나치게 흐릿하게 처리된 게 싫다면 원하는 만큼 선명도를 높일 수 있죠. 사진 찍은 후에도 다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편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셈입니다. 이 기능은 전면 카메라로 찍은 인물 사진 모드에도 적용됩니다.

스마트 HDR 기능도 구미가 당깁니다. 사실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결과로 만나볼 뿐이죠. 아마 잘 모르고 쓴다면, “음? 역광인데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왔네?”라고 생각하는 정도일 겁니다. 저는 이런 게 좋아요. 나한테 무슨 일 하는지 티 안 내고 알아서 갖다 주는 룸서비스 같은 기능. 애플의 특기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오늘은 새로운 아이폰이 공개된 날이니까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까요?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에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조합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살려주는 원리입니다. 이 전에도 있던 기능이지만 연산 과정이 더 빠르고 치밀해진 거죠. 이거야말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좋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타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사진을 찍어도 전면의 디테일이 어둠속에 뭉개지는 일이 없는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했던 건 동영상 촬영 성능입니다. 비디오 시대잖아요? 이제 카메라를 살 때 사진이 잘 나오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영상도 잘 찍히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며 영상 꿈나무가 된 저도 요즘 동영상 촬영 기능에 관심이 아주 높거든요. 저조도 촬영과 흔들림 보정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나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졌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근사한 건 동영상 녹화에서 사운드까지 신경썼다는 사실이었어요. 4개의 내장 마이크를 이용해 스테레오 사운드로 녹음을 할 수 있더군요. 실제로 아이폰XS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플레이해봤는데, 시끄러운 행사장에서도 입체적인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멋진 변화 아닌가요.

아이폰XS와 아이폰XS MAX는 둘 다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골드 마감으로 출시됩니다. 골드 마감이 여태까지와는 또 달라서 예뻐요. 로즈 골드와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측면의 스테인리스 스틸 밴드도 매력적이구요. 용량은 64GB, 256GB, 512GB의 세 가지입니다. 512GB 아이폰이면 용량만큼 가격도 무시무시하겠죠.

이쯤 되면 노랑, 빨강, 파랑 아이폰은 어디갔냐고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걔는 바로 아이폰XR입니다. 이 역시 엑스알이 아니라 텐알이죠. 가장 네이밍을 이해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왜 R이 붙었는지는 저 역시 어리둥절이구요. 신제품 중에서는 가격 면에서 가장 대중적인만큼 레귤러(Regular)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혹자는 아이폰XS 시리즈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모델이니 알파벳 순서상 S의 전에 있는 R을 붙인 게 아니냐는 명탐정 코난급 추리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구요.

아이폰XR은 신기하고 묘한 제품입니다. 아이폰X시리즈의 이름을 단 만큼 똑같이 노치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구성 성분이 다릅니다. 다른 X들은 모두 OLED를 탑재했는데, 얘만 LCD 디스플레이거든요. 또, 아이폰XS 시리즈와는 다르게 아이폰8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글래스 마감을 그대로 사용했구요.

후면 카메라 역시 외톨이 입니다. 듀얼 카메라의 혜택을 입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아이폰XS에서 지원하는 기가비트 LTE도 지원하지 않죠. 3D 터치도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것은 아이폰XS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지금은 일부러 차이점을 찾아서 열거했기 때문에 굉장히 차별 대우를 받는 제품처럼 보이겠지만, 메리트가 상당해요. 싱글 카메라로도 인물 사진 모드를 구현할 수 있게 했고, 사진 보케 표현의 심도 제어도 똑같이 가능하구요. 새로운 와이드 스테레오 스피커나 A12 바이오닉 칩의 혜택도 그대로 입었습니다.

게다가 컬러풀한 후면 마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코랄과 옐로우가 사랑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실물이 너무 귀여워요. 과일처럼 매달려 있는데 하나 톡 따오고 싶을 정도… 예전에 아이폰5C가 나왔을 때도 너무 갖고 싶지만, 고성능 모델이 아닌 탓에 선택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폰X을 쓰다 아이폰XR을 선택하는 건 디스플레이 면에서 다운그레이드가 되니까요.

아이폰XR의 경우 곡면의 마무리는 픽셀 단위까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지만, 아이폰X에 비해 까만 베젤 부분이 훨씬 넓다는 것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폰XR이 별로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가격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몇 가지 아쉬움을 뒤로 한다면 아이폰XR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도 있겠습니다. 64GB 모델로 비교해본다면 아이폰XR이 749달러, 아이폰XS가 999달러, 아이폰XS MAX가 1,099달러니까요. 꽤 큰 차이죠?


이제는 위로 스와이프해서 홈 화면으로 이동하는 조작에 모두가 적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홈버튼의 시대는 끝난 것 같으니까요. 어찌보면 이거야 말로 빅 뉴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헉!”하고 놀랄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 것이 되어 매일 써봐야 “아, 카메라 좋다”라고 느낄 만한 제품이죠. 듣고, 찍고, 보는 경험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저는 그게 진짜 마법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신제품의 이름은 입에 익지 않지만, 빨리 직접 써보고 싶네요. 제 생각에 애플은 이번에도 별로 바뀐 게 없다는 혹평을 받으며 돈을 많이 벌 것 같습니다.

아이폰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던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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