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이 무슨 6만원이나?

조회수 2018. 8. 22.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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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빼빼로를 좋아하는 사람과 포카칩을 좋아하는 사람. 어쩌면 당신은 너무 극단적인 이분법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출출한 오후,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해 들린 편의점에서 오직 단 하나의 간식을 골라야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두 종류다. 단 것인가 혹은 짠 것인가.

내 경우는 언제나 후자다. 초콜릿 보다는 짭짤한 과자를 그중에서도 거의 96.5%의 확률로 감자칩을 고른다. 포카칩부터 수미칩까지 세상의 모든 감자칩은 언제나 옳다. 감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얇게 포를 떠서 깨끗한 기름에 튀겨내는 거다. 그거면 된다. 순수한 탄수화물과 기름이 만났을 때 올라오는 고소함. 와그작. 한 입 깨물때 마다 터져나오는 시원한 소리와 식감까지. 눅눅하지만 않다면 감자칩은 365일 맛있다.

몇 주전 디에디트 세 여자는 SSG 푸드마켓을 다녀왔다. 너무 완벽한 모양과 색때문에 모형처럼 보이던 식재료들, 조선호텔에 들어간다는 사치스러운 김치, 한 병에 8만원이 넘는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까지. 탐스러운 먹거리들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릇이 작은 우리 세 여자는 쇼핑카트에 결국 감자칩만 잔뜩 채워넣었다.

[산처럼 쌓여있던 3만원짜리 보닐라 감자칩]

하지만 행복했다. 5개를 담았을 뿐인데 6만원이 훌쩍 넘는 엄청난 가격이었고 법카로 결제했으니까. 돈을 썼으면 값을 해야하는 법. 오늘은 SSG마트에서 담아온 감자칩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자 다함께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감자칩을 만나러 가보자.

보닐라 감자칩 500g


Price : 29,000원 / 580원(per 10g)

Calories: 530kcal (per 100g)


감자칩이 무려 3만원이라니. 뜨악할만한 가격임에도 우리의 쇼핑카트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했던 녀석. 솔직히 내용물 보다는 힙이 넘쳐 흐르는 저 통이 더 탐났다. 무겁고 크지만 덕분에 감자칩이 스페인에서 서울까지 거의 깨지는 것 없이 온전하게 왔더라.

크고 튼실한 감자를 제법 두께가 있게 썰어내 씹을 때 “내가 감자칩이다!”라고 외치며 입안에 들어온다. 100% 올리브 오일에 튀겨냈고, 천일염을 쓴 고급 감자칩이다. 모양도 좋고 색도 뽀얗고 참 예쁜데 간이 좀 약하다.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 그치만 원래 심심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에디터 기은은 씹을 수록 간이 올라온다고 평하더라. 양이 많아서 몇 주가 지난 지금까도 사무실에 남아있는 감자칩. 아무래도 이건 다 먹지 못할 것 같다.

세르게이 감자칩 80g


Price : 6,800원 / 850원(per 10g)

Calories : 477kcal


아까 보닐라 감자칩에 이어 세르게이 감자칩도 스페인에서 왔다. 포르투에서 디에디트 세 여자는 감자만 나오면 접시에 코를 박고 먹었는데, 옆나라 스페인도 감자를 참 잘하더라. 세르게이 감자칩은 보닐라 감자칩에 비해 저렴한 것처럼 보여도 10g당 단가를 계산해 보면 거의 2배 가까이 비싸다.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자란 100% 유기농 감자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해바라기유를 섞어낸 기름에 튀겨냈다. 간은 당연히 천일염으로 했다.



분유통처럼 생긴 원통형 종이 박스를 뜯으면 중간 사이즈 정도의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 튀겨냈는데, 얇고 작아 식감이 파삭파삭하다. 입 천장과 혀 사이에 감자칩을 넣고 아주 약하게 힘을 주면 파사사삭 잘게 흩어진다. 역시 간이 세지 않은데 보닐라 보다는 얇게 썰은 덕분에 싱겁다는 느낌이 덜한 편. 에디터 기은이 1등을 준 감자칩.

토레스 셀락타 캐비어 110g


Price : 8,300원 / 830원(per 10g)

Caloreis : 616kcal


1969년부터 미식가들을 위한 프리미엄 감자칩을 만들어온 토레스. 오늘 소개할 캐비어 맛부터 트러플, 하몽 심지어 스파클링 와인 맛의 감자칩까지 만들어내는 감자칩 장인 브랜드다. 세계 3대 진미중 하나인 캐비어 맛 감자칩이라니 감자칩 봉투를 뜯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은 두근두근.

포장을 뜯으면 짭조롬한 바다의 향기가 밀려 오고 실제로 먹어보면 태평양 심해의 바다를 길어올린 듯 짜다. 입안에서 미끄럽게 흐르는 감칠맛이 폭발한다. 아직 캐비어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 어째 좀 익숙한 맛이다 싶더니, 바로 고향의 맛 다시다를 들이 부은 것 같은 맛이더라. 자세히 보면 캐비어로 추정되는 검은 조각도 보인다. 짜게 먹는 나는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에디터H와 기은은 너무 짜고 비리다며 혹평했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감자칩이었다.

사비니 타르투피 트러플 감자칩 100g


Price : 8,900원 / 890원(per 10g)

Calories : 568kcal


땡땡땡! 오늘의 위너! 10g 당 거의 900원에 육박하는 고귀한 몸값의 사비니 타르투피 감자칩이다. 이렇게 비싼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세계 3대 진미라는 트러플 오일이 들어갔거든. 사실 사비니 타르투피는 감자칩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트러플을 취급하는 회사다. 질 좋은 트러플 오일이나 소금 같은 것을 생산하는데 이런 곳에서 사이드로 감자칩도 만든거지. 때문에 트러플 풍미에 대한 의심은 어느정도 거둬도 좋다.

한 입 먹는 순간, 강한 트러플의 향기가 온 입을 감싼다. 사치스러운 에디터H가 가장 맛있는 감자칩으로 뽑은 녀석. 기름진 감자칩과 트러플의 향이 퍽 잘 어울린다. 아쉬운 점이라면 진짜 트러플 오일과는 달라서 어느 정도 먹다 보면 감자칩 맛에 묻혀 트러플의 풍미가 약해진다는 것. 역시 가장 맛있는 순간은 첫 번째 먹었을 때다. 처음 한 입이 가장 감미롭다. 감자칩에서 트러플 맛을 느낄 수 있다니 아름다운 사치다.

티카 칩스 칠로에 212g


Price : 8,900원 / 419원(per 10g)

Calories : 536kcal


가장 실망이 컸던 감자칩,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황작물 칩. 건강한 칩이라는 게 유일한 셀링 포인트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건강과 맛을 모두 놓친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감자와 비트 고구마 등 정확한 정체를 알기 힘든 구황작물을 얇게 썰어 튀겨냈는데, 건강식품이라기엔 너무 짜고 너무 기름지다.

칠로에와 파타고니아 이렇게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나중에 후기를 찾아보니 파타고니아가 짜지 않은 맛인 것 같더라. 그래도 내 생에 티카 칩스를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 모두 감자칩을 먹으면서 살찌는 걱정같은 건 하지 않는걸로.

러플스 사워크림 어니언 184g


Price : 4,180원 / 227원(per 10g)

Calories : 573kcal


마지막은 감자칩의 나라 미국에서 온 감자칩이다. 러플(ruffle)이란 단어가 ‘물결 모양으로 만든 주름 장식’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름과 꼭 맞는 우아한 물결 모양의 감자칩을 다양한 맛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고른 건 사워크림으로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익숙한 그맛이다.

하지만 맛있다. 짜고 달고 시큼한 미국의 맛. 놀랍게도 영상을 찍느라 질리도록 감자칩만 먹었던 우리가 가장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었던 건 바로 러플스였다. 세계 3대 진미라고 불리는 트러플과 캐비어도 말초신경부터 자극이 오는 본능적이고 친근한 맛을 이길 순 없었다. 아쉽게도 아래 영상에서는 분량 문제로 편집된 비운의 감자칩이었지만.


자, 글로 쓴 감자칩 리뷰는 여기까지. 이제 영상 초반부터 감자칩 ASMR로 당신의 오감을 자극해줄 감자칩 영상 리뷰를 확인하러 가보자. 와인도 마시고 감자칩도 마음껏 탐하고. 모처럼 신나고 즐거운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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