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결혼] 이혼을 꿈꿔본 적이 있다

조회수 2019. 1. 12.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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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결심할 때도
나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연애할 때엔

누구보다 사랑했던 남자,

너무도 사랑스러워

잠시도 가만 놔둘 수 없던 여자가


결혼을 하고 나면

지구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남자,

털끝 하나 건드리고 싶지 않은 여자가

되기도 한다.


나만의 경험담은 아닐 것이다.


친구에게 “왜 결혼할 때

자신을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냐”며

장난처럼 멱살을 잡힌 적도 있고,


"넌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냐"고 물었다가

비웃음을 산 적도 많았다.


결혼하기 전까진

이런 이야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살 바엔 차라리 이혼하겠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살 수 없고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

결혼을 결심할 때도

나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난 운명의 짝을 만났고

세기의 사랑을 했으니까.


싸우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질려 하진 않을 거야.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결혼했다.


첫 2년 정도는

여러 가지 변화 때문에 많이 싸우고

끝이 없는 대화를 반복하면서도

좌절감이 들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육아 전투’에 돌입하면서

모든 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졌다.


특히 남들보다 훨씬

자유인 타입이었던 우리 부부에게,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아직 말은 배우지 못한’

한 자그마한 인간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는

사람을 미치게 할 만큼 버거웠다.

그동안 공기처럼 누려왔던 자유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왜인지 몰라도

우리는 자꾸 그 탓을 서로에게 돌렸다.

싸움과 비난은 잦아졌다.


삶에 지친 것인지

상대방에게 지친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날들이 자꾸 생겼다.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결혼 생활은 늘 행복하고

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불행하다고 볼 순 없다.


남편은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가족을 부족함 없이 잘 보살피도록

주중에는 열심히 일했고

주말이면 함께 나들이를 하러 갔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한국에도 함께 가줬다.


아가는 예쁘고 건강했다.

한번 웃어주면 집안이 천국으로 변했다.


그래도 내 결혼생활을 ‘한 나라’로 치자면

제법 선진국에 가까운 편이었다.

하지만 선진국의 국민 대부분이

먹고살 만하다고 해서

빈민층이나 독거노인들을

대충 못 본 척하고 살 수는 없듯이,


내 결혼 생활의 많은 부분이

행복했다고 해서

나머지의 부분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가끔 남몰래

‘이혼을 하면 이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날도 있었다는 걸 고백한다.


돌이켜보면 내 멱살을 잡았던 그 친구도

나와 같은 결혼생활을 하는 것뿐이다.


자신을 말리지 않았다며 멱살은 잡지만,

그날 저녁이면 집에 돌아가

가족과 한 식탁에서 행복한 저녁을 즐기고,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제법 행복하고 제법 괜찮지만

제법 심각하고 제법 힘든 그런 생활.


내가, 또 그들이 그런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웬만한 문제는 눈 감고 넘어갈 것” 같이

아침 방송에 나올 법한 비법 덕분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결혼생활은

그런 것에서 거리가 멀다.


상대방의 결점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것과

둘 사이에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을 외면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우리가 계속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이 땅이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투표를 하고 뉴스를 지켜보듯이,


내 작은 목소리와 작은 참여가

천천히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를 염원하듯이,

배우자와 싸우고 부딪치고 좌절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대충 이 정도면 되었다’의 방식으론

아마 내 결혼 생활이

선진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끝없는 노력,

서로에 대한 의지,

그리고 지치지 않는 투지.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결혼엔

어설픈 이해보다

이런 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결혼 생활이라고,


그렇게 미리 경고를 해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나는,

물론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결혼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결혼 6년차, 엄마 3년차, 인간 40년차 아티스트 심지아. 그녀가 결혼 생활 속에서 겪게 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전해 드립니다. 누군가의 솔직한 결혼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실전 결혼>은 연애의 과학 앱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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