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한국인만 '눈치'가 유독 빠른 이유

조회수 2021. 1. 20. 1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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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 눈치 챙기는 방법

지난 2019년,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Metro〉와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한국인의 눈치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출처: daily-mail
눈치는 한국인의 초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순간적으로 간파하는 미묘한 기술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해를 끼치려는 상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본능적 육감이다.

한국 사람들은 “눈치가 좋다”라고 말하지 않고 “눈치가 빠르다”라고 표현한다. 좋은 것일지라도 느리면 소용없다는 인식이다.

눈치는 삶, 사업, 연애에서 올바른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거짓된 인상을 조작하려는 것인지, 그냥 짐짓 그렇게 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영국의 일간지는 한국인의 눈치를 인생, 일, 사랑의 성공 열쇠가 되는 직감적 반응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외신의 기사대로 우리나라는 고맥락 사회다.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고 에둘러서 말을 한다. 그래서 눈치가 있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빨라야 한다. 

출처: MBC 무한도전

"덥니?"
"오늘 바빠?"

에어컨이 켜진 방에서 “덥니?”라고 묻는 것은 당신이 더운지 추운지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덥니?”라는 질문에 “에어컨 끌까요?”라고 반응을 해야 눈치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저맥락 사회에서는 그냥 “괜찮으면 에어컨 좀 꺼줄래?”라고 간단하게 말을 하면 될 일을 이렇게 다른 식으로 이야기 한다.

저녁을 같이 먹자는 이야기도 “오늘 바빠?”라고 물어본다. 여기서 “아니요, 바쁘지 않아요. 안녕히 가세요” 하면 완전히 찍힌다.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눈치로 알아내야 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도
맥락에 약한 사람은 어떨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눈치가 없는 사람은 조용한 곳에서 떠드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아니, 맥락에 민감하지 않으니 자신이 민폐를 끼치는 것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다.

눈치가 없는 사람은 상대가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더라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불쾌한 표현이나 관심 없어 하는 주제를 쉬지 않고 말한다. 상대가 듣기 싫다고 표현을 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

원치 않는 간섭이나 과도한 참견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것이 어렵다. 괜히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 여겨지기 쉽다.

우리나라처럼 고맥락 사회, 즉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눈치를 보고 알아서 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처신하기가 무척 어렵다. 옆에서 알려주더라도 “알아서 눈치껏 해” 정도로 충고하기 때문에 다음에 수정되기 어렵다. 자기는 규칙을 다 지킨다고 해도 암묵적인 것을 모르고 임기응변도 약하기에 놓치는 것이 많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맥락에 좀 약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맥락을 높일 수 있는 훈련이 몇 가지 알려져 있다. 지금은 맥락 높이는 훈련을 할 때다.

눈치의 고수가 되는
3가지 방법

1. 배역 주기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꽤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맥락을 추정해보면서 분위기, 대화, 눈빛, 몸의 자세 등을 종합하고 내 온몸의 촉을 다 살려서 저들 사이의 맥락을 읽어본다.

2. 맥락 추정하기

영화를 중간부터 보는 방법이 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를 보면서도 할 수 있다.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면서 저들 사이가 어떨 것인지,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살펴본다.

책으로도 가능하다. 두툼한 소설 책을 한 권 골라서 딱 절반부터 펼쳐서 읽어보라. 도저히 앞뒤를 모르겠고, 사람 이름조차 헷갈리더라도 그냥 읽어본다. 정말 앞뒤를 모르는 것 같지만 점점 안개가 걷히듯이 알게 되면서 짜릿한 맥락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3. 가상 맥락 그리기

인간의 놀라운 두뇌 능력을 사용하는 가상 훈련은 여기서도 유용하다. 만약 가상으로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 가서 주문을 하는 사람 역할을 해보라. 이것이 익숙하다면 반대로 주문을 받는 카운터에서 일하는 사람 역할을 해보라.

손님 입장에서는 주문을 받는 속도가 늦고 불친절하고 표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그치고 있는 손님이 진상 손님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른 맥락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가상현실을 통해서 재현해본다.


자기계발서를 보면 ‘남 눈치 볼 필요없다,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라’라고 한다. 물론 그러면 된다. 그렇게 살면 당당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속에 적지 않은 피해도 생긴다는 사실은 잊으면 안 된다.

눈치 보는 것이 비굴한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현재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맥락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성숙의 증거다. 다시 말하면 지혜로운 사람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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