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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이 꿈꾸는 '버추얼제국'..아담을 뛰어넘을까?

조회수 2020. 11. 6.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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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M엔터테인먼트는 차기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공개했다. SM은 2016년 데뷔한 NCT 이후로 신인을 내놓지 않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올초부터 조만간 걸그룹을 런칭할 것이란 소문은 무성했다.

그간 SM은 신인 아이돌 그룹을 공개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관을 공개해왔다. 엑소는 12명의 멤버가 고유의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었고, 레드벨벳은 하나의 그룹이 레드와 벨벳 두 가지 콘셉트로 나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NCT는 무한한 확장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여러 유닛을 선보이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깊게 파고들자면 각 그룹의 세계관은 나름 심오한 깊이를 가진다. 이런 연유로 SM의 다음 걸그룹은 어떤 콘셉트와 세계관을 들고 나올 지는 관심을 모으는 대목 중 하나다.

 

에스파는 지난달 26일부터 그룹명과 멤버들의 개인별 티저이미지가 차례차례 공개됐다. 에스파의 세계관이 아바타와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소식도 이즈음 들려왔다. 이때만 해도 대중들은 비쥬얼적인 요소만 떠올렸을 뿐, 이후 벌어질 일(?)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28일. SM의 설립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유튜브에서 온라인 생중계된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서 직접 에스파에 대한 소개에 나섰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에스파는 현실세계의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멤버 4명으로 이뤄진 걸그룹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에서 만나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버추얼 세계에서 현실세계의 멤버들과 똑같은 아바타가 만들어진 것. 아바타 멤버는 AI 브레인을 가지고 있으며, 현실세계 멤버와는 서로 다른 유기체다.

 

현실세계의 멤버들은 기존 SM 아티스트와 같은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펼치고 아바타 멤버들 역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게 이수만 PD의 설명. 이날 카리나의 아바타 멤버인 아이카리나도 함께 소개됐다.

 

영상 속 아이카리나는 긴장된 듯 딱딱하게 인사를 건넸다가, 카리나의 조언에 따라 손을 흔들며 다시 한 번 인사한다. 두 멤버는 자신들이 싱크로 이어져 있으며, 나비스의 도움으로 만나게 됐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싱크와 나비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며, 나머지 아바타 멤버도 베일에 쌓여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SM을 지켜봐 온 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SM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버추얼 제국에 대한 꿈을 언급해왔기 때문. 특히 이수만 PD는 지난 몇 년간, 앞으로 다가올 '아바타·로봇의 세상'에 대해 준비하고 있음을 수차례 밝혀왔다.

 

2015년 이수만 PD는 한 공개석상에서 "SM이 생각하는 미래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셀러브리티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의 세상'이 온다는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에게 항상 '셀러브리티와 로봇의 세상'에 대해 준비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2017년에는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거대 버추얼제국'이 나타날 것"이라며 "집안에 연예인과 똑같은 외모와 성격,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돌아다니는 아바타 세상이 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몇 년간 SM은 콘텐츠에 ICT 기술을 융합하기 위한 행보에도 꽤나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스쿨오즈'는 홀로그램 기술을 접목시켜 화제를 낳았다. SM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이 뮤지컬 무대에는 투명스크린을 45도 각도로 기울여 설치한 후 영상을 투과하는 '플로팅 방식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됐다.

 

뮤지컬에서는 용이 불을 뿜고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뭐, 다소 유치하다는 평도 많았지만 생각보다는(?) 퀄리티가 괜찮더라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뮤지컬에 출연한 어떤 아티스트에겐 흑역사로 기억되긴 하지만 말이다)

 

2017년 SM은 미국 AI전문 스타트업 오벤(ObEN)과 손을 잡고 AI 스타즈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당시 SM과 오벤은 각 사가 가지고 있는 셀러브리티 콘텐츠와 AI 기술을 접목시켜 신개념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시기 SM 내부적으로도 IoT와 AI, VR 기술 등을 접목시킨 신규사업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올해 열린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라이브'에서도 기술을 융합한 사례가 포착됐다. 비욘드라이브는 지난해부터 SM이 준비해오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다. SM은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것을 넘어 AR이나 VR, 볼류메트릭 등의 첨단기술을 접목시켰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온라인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쇼'에서는 멤버 최시원이 높이 12m 크기로 등장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는 SK텔레콤과 SM이 협력해 볼류 메트릭 기술을 공연에 접목시킨 것이다. 최시원의 움직임을 106대의 카메라로 담아 3D 모델링과 첨단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고해상도 AR로 구현해냈다.

 

사이버가수의 등장이 이제와서 놀랄 만한 혁신은 아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미 20여년 전인 1998년 국내 사이버가수 1호인 '아담'이 등장한 바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2001년 데뷔한 '나스카'는 4명의 실존인물과 1명의 사이버멤버로 구성된 걸그룹이다. 나스카는 에스파의 데뷔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대를 앞서간 걸그룹으로 조명받고 있다. 빅히트가 쏘스뮤직과 함께 2012년 공개한 걸그룹 '글램'은 보컬로이드 캐릭터 시유와 함께 데뷔무대를 가졌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유통사인 라이엇게임즈가 탄생시킨 케이팝 걸그룹 K/DA는 사이버가수 중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K/DA는 2018년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에서 AR 기술을 통한 데뷔무대를 가졌다. 이후 10여일 만에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6000만뷰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K/DA는 최근 2집 앨범을 발표하며 인기 굳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사이버가수들과 에스파가 다른 점이라면,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과 인공지능을 가졌다는 것일 테다. 또 사이버가수들의 기존 활동범위가 무대와 짧은 인터뷰 등에 한정됐던 것을 깨고 온라인과 가상 현실까지 확장해 다양한 활동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많은 관심이 모이는 만큼 여러 잡음도 나오는 상황이다.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바타 멤버의 퀄리티 문제다. 이미 다수의 게임사들이 현실과 분간하기 어려운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는 와중인지라 에스파의 그래픽 퀄리티는 조금 어설퍼 보인다는 평이다.

 

아이돌 멤버와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케이팝 팬덤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 콘셉트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에스파가 K/DA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비쥬얼까지 모방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에스파는 오는 17일 정식데뷔 예정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데뷔와 함께 공개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AI 멤버들이 어떤 활동을 펼칠 지 역시 아직까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과거 이수만 PD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공연을 비롯해 팬들과의 소통까지 폭 넓은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공개된 영상에서도 아이카리나가 카리나의 라이브방송에 깜짝 등장하며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암시했다.

 

에스파의 데뷔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어설프고 모자란 시작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만큼은 합격점을 줘도 되지 않을까. SM의 '초거대 버추얼제국' 드림은 아마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 터. 앞으로 그들이 어떤 새로움을 선보일 지도 지켜볼 만할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다솜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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