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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에 투자한 사람들, 위버스는 알고 하셨나요?

조회수 2020. 10. 15. 0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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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주식시장에서 드디어 데뷔한다. 공모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청약 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단 2주를 받았을 정도다. 

사진=NH투자증권

SM, YG, JYP 등 내로라하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있는데 빅히트가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다름 아닌 방탄소년단 덕분이다. 2013년 6월에 데뷔한 7명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는 물론이고 최근 빌보드핫(HOT)100 1위를 통산 4번(리믹스 포함)이나 차지하며 날이 갈수록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제효과에 주목한 보고서가 나오는 등 일반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면 받을 수 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빅히트는 상장을 준비하면서 방탄소년단에 쏠린 자사 매출 구조를 의식하듯 새로운 플랫폼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다.


그동안 가요 역사에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POP의 나라답게 '아이돌 조상님'이라고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등이 활동할 때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팬 커뮤니티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사진=TVN

90년대부터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PC통신 서비스 별로 공식 팬클럽이 운영됐고, 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정보 교류를 활발하게 해왔다. 이러한 팬 커뮤니티는 이후 소속사들이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다음카페 등을 이용해 팬클럽 관리를 하며 계속 이어져온 문화였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전부터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는 물론이고 티스토리 블로그, 다음카페, 유튜브 등을 모두 이용하며 팬과 소통해왔다. 7명이 함께 이용하는 방탄소년단 트위터 팔로워 숫자는 2955만명이 넘는다. 방탄소년단은 일곱 명이 같이 쓰는 트위터와 자체 플랫폼 이외에 연예인이라면 모두 쓴다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용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인스타그램 계정은 공식적으로 회사가 관리한다.


현재 스타들에게는 포털 등에 마련된 게시판 위주의 다음카페 팬클럽 운영이 가장 일반적이다. 게시판 위주의 팬 커뮤니티의 경우 가입의 까다로움 만큼이나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서비스를 팬들에게 제공하기에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과거 다음카페에 마련된 방탄소년단의 팬 커뮤니티 가입은 농담 삼아 '등업 고시'를 방불케하는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음카페 정회원 등업 문제 예시

그래서 빅히트는 팬 기반이 글로벌로 확장되고 난 이후 2019년 본격적으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모바일 앱인 '위버스'로 옮기는 작업을 감행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서비스가 플랫폼화되는 추세에 따른 대응이었다. 다음카페에 쌓인 자료와 역사 등에 익숙해진 많은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팬 커뮤니티를 옮기는 작업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팬을 빠르게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글로벌 SNS 플랫폼처럼 앱 내 다국어 번역 기능을 탑재해 멤버들이 남긴 메시지를 쉽게 번역해 볼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플랫폼 운영을 통해 글로벌 사용자 기반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빅히트는 결과적으로 위버스 서비스 오픈 1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올해 7월 기준 MAU(월간활성이용자)가 412만명이 넘는 높은 활동성을 기록하는 글로벌 앱을 가진 회사가 됐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위버스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네이버 브이(V)라이브+트위터+다음카페를 합쳐놓은 팬 커뮤니티다. 네이버 브이 라이브(브이앱)는 이미 아이돌 팬이라면 모두 가입했다고 무방할 정도로 아이돌과 팬들이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브이 라이브에는 아이돌 가수가 팬들과 실시간 영상으로 소통하는 브이 라이브와 다양한 유, 무료 예능 콘텐츠 등이 주로 올라간다. 빅히트도 과거 '달려라 방탄''본보야지'와 같은 방탄소년단의 예능, 여행 콘텐츠를 브이 라이브에 제공했다.


빅히트는 위버스가 생겨난 이후로 유료 콘텐츠는 위버스 독점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방밤',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은 네이버의 브이 라이브와 유튜브를 이용한다. 


위버스는 무엇보다 유료 콘텐츠 플랫폼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유튜브와 네이버가 운영하는 브이 라이브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유료 영상을 다수 선보였던 빅히트는 이를 자체 플랫폼으로 옮겨옴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독점 콘텐츠로 위버스 플랫폼에만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국내외 팬들이 무조건 플랫폼에 가입, 결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위버스샵

한편으로 자체 커뮤니티 플랫폼은 커머스 플랫폼(온라인샵)인 '위버스샵'과도 연동이 됐다. 위버스샵에서 공식 팬클럽(유료)을 결제하고, 이 회원 혜택이 연동된 위버스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위버스샵에서만 아티스트 굿즈를 독점,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위버스샵은 여타 다른 온라인샵에서 제공하는 합배송이나 결제 부분 취소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고객만족(CS) 서비스 대응에서 불만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팬들이 위버스샵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독점의 장점(?)이다.


빅히트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위버스 및 위버스샵을 통한 매출만 1127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의 무려 38.3%에 달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월드투어 등의 공연이 중단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콘텐츠 및 굿즈 판매로 수익성 향상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시자료

위버스 앱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만 하면 된다. 가입 이후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메인 화면에서 클릭하고 닉네임만 정하면 바로 해당 커뮤니티 '위버스'에서 활동할 수 있다.


위버스를 이용하는데,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세븐틴, 여자친구, TXT 등 더 있다면 가입과 활동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다. 단, 유료 콘텐츠는 아이디가 연동되는 위버스샵을 통해 결제해야만 볼 수 있다.


빅히트는 지난해부터 방탄소년단에 지나치게 쏠린 매출을 다변화하기 위해 신인그룹 TXT 데뷔와 함께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 세븐틴과 뉴이스트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며 레이블 규모를 키웠다. 그리고 인수한 스타의 팬 기반도 모두 위버스(+위버스샵)로 옮겨왔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시자료

위버스 내부에서 각각의 공간은 <Feed> <Artist><Media><Only> 4가지로 나눠진다.


Feed는 일반적 SNS에서의 타임라인과 비슷하다. 팬이 아티스트나 다른 팬과 공유하고 싶은 글, 이미지 등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Artist는 아티스트만 쓸 수 있는 공간이다. Media는 유·무료로 제공되는 영상, 이미지 콘텐츠 등을 볼 수 있다. Only는 유료 멤버십(팬클럽)에 가입한 사람만을 위한 전용 콘텐츠 공간이다. 아티스트 인터뷰, 이미지, 영상 등이 주로 업로드된다.

빅히트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에 위버스를 구축, 자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위버스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을 전담하는 IT 전문 회사인 비엔엑스(beNX)를 일찌감치 설립한 덕분이다.


여기에 빅히트는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 중계를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회사인 '키스위'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키스위와 협업 결과, 지난 6월 '방방콘 The Live'와 같은 온라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75만명이 유료로 90분간의 공연을 보았고, 이 기록은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음악 콘서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 또 10일, 11일에도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를 위버스로 유료 중계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무려 191개국에서 99만 3000명이 관람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도 위버스가 자리 잡기 이전까지 해외 콘서트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네이버의 브이 라이브가 전담해왔다. 현재 위버스와 같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현재 네이버 브이 라이브나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와 연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위버스 플랫폼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보유한 플랫폼에 비해 뛰어난 것은 맞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글로벌 서비스를 겨냥해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팬 기반을 구축한 점은 아티스트나 서비스의 부침에 따라 팬클럽 앱이 몇 번이고 사라지고 바뀌는 식의 일반적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비해선 나은 점이다.


그러나 커뮤니티 앱이란 위버스를 가입한 동기와 목적은 아티스트를 보거나 아티스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안에서 팬들 간 결속이나 교류 기능은 '일부러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타임라인에 글을 남기는 팬의 대부분이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메시지, 혼잣말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팬 간 교류나 소통의 여지가 적다. 위버스가 계속 놀면서 머무르고 싶은 SNS나 커뮤니티는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 팬들은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른 정보 및 콘텐츠, 그리고 각종 굿즈 교환·판매 등을 하고 있다. 아무리 팬이지만, 아티스트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만 보는 것도 피로하다. 또 앱 내에서 콘텐츠나 영상을 볼 때도 여러 번 클릭을 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가야만 하고, 즐겨찾기 해두기도 어려운 유저인터페이스(UI)나 디자인, 번역 수준도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여전히 매우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이 불안하다는 점이나 위버스샵에서 한정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자가 몰리면 앱 서비스가 다운되는 등의 자잘한 문제점도 있다.


팬 커뮤니티의 이런 문제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IT서비스 개발 운영보다는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 관리에 더 치중해왔다. IT회사의 고유한 기업문화가 있듯이 엔터회사에도 고유한 기업문화가 있어, 이를 모두 잘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치 하드웨어 개발을 잘 하는 회사가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해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에서 '잘 할 수 있는 영역'까지 나아가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투자가 필요하다. 거의 영혼이 다른 두 개의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 식의 경영이 필요하다. 실제로 빅히트는 앞서 설명했듯이 100% IT전문 자회사를 설립했고, 게임·IT 회사에서 관련 일을 경험한 CEO 등을 대거 영입했다.


빅히트는 그동안 네이버, 다음카카오, 트위터 등에 나누어진 콘텐츠를 하나로 모으면서 협업 대신에 내재화를 선택했다. 최근엔 자사 소속 가수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 '씨엘'과 FNC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를 위버스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하며, 글로벌 팬 커뮤니티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으로 다수 확보한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지속 이용, 케이팝 커뮤니티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준 높은 케이팝 문화를 가진(농담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에는 케이팝 문화 수출에 성공한 한국 케이팝 팬덤의 영향력도 크다.) 국내 팬 입장에선 위버스는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아니다. 하지만 해외 팬에게는 당장 회원 가입부터 난관이었을 다음카페에 비하면 위버스는 매우 편리한 원스톱 서비스임이 분명하다.

다만 자체 플랫폼으로 팬 서비스 기반이 모두 옮겨지면서 유료 콘텐츠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사실상 글로벌 플랫폼의 베타테스트를 팬들이 돈 내며 이용하는 셈이다. 서비스는 불편하고 불친절한데, 비용과 투자는 회사와 사용자가 함께 부담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거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니까.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만들었지만,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는 빅히트를 7년 만에 일약 '중소 기획사'에서 시가 4조8000억원의 코스피 상장사로 만들었다. 공모가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계약기간이 2024년까지 남은 방탄소년단이나 팬이 아니다. 위버스로 플랫폼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운 빅히트의 몫이다. 케이팝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케이팝 서비스까지 글로벌 성공사례로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빅히트가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할 수 있는 길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아미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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