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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고? 팬덤 문화? 카카오콘 응원보드

조회수 2020. 7. 3.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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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를 보다 낯익은 듯, 낯선 광고를 보았다.


카카오톡 #연예 탭에서 기사를 내려보다가 발견한 직사각형의 광고 배너였다.

처음에는 브랜드, 상품이나 서비스 광고 자리에 연예인 사진과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서 연예기획사에서 낸 광고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시지를 아무리 다시 봐도 회사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팬이 연예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광고를 어디서 많이 봤다는 생각이 났다. 그게 홍대입구역이나 코엑스, 강남역 등 지하철 역사 내에서 자주 본 '아이돌 서포트 광고'였다는 게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일반 광고보다 더 눈에 띄게 된 아이돌 (생일, 새 앨범, 데뷔, 기념일 등등) 광고.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광고하는 이러한 행태는 몇 년 전부터 팬덤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디스플레이 광고에 팬덤이 큰 손으로 등장한 것은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아이돌 팬덤이 대표적이지만 최근엔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 등으로 제대로 뜬 젊은 트로트 가수도 광고 대상이 되기도 한다.

광고 플랫폼 '팬앤스타'에서 진행한 김호중 지하철광고 모습(사진 출처: 팬앤스타)

그렇다면 '카카오톡 응원보드' 란 무엇인가?


일단 카카오는 '카카오콘'을 모아서 내 아티스트를 홍보하고 싶은 팬들을 위한 응원 '메이트'라고 설명했다. 팬(개인)이 직접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내용의 보드(광고판)를 만들고, 이를 팬들이 보유한 '카카오콘'을 십시일반 보내서(투표해서) 광고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팬들이 제작했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광고 이미지 뿐만 아니라 광고비에 해당하는 것(카카오콘)까지 팬들이 부담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많은 카카오콘이 모인 응원보드는 카톡 연예탭에 24시간 동안, 카카오의 계열 음악 서비스인 '멜론' 뮤직탭에 12시간 동안 노출된다고 한다.

카카오콘은 카카오가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해 만든 보상 프로그램으로 일종의 활동 마일리지다. 카카오 프로필에 생일을 등록하거나 카카오 메일을 만들었을 때, 멜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다음 계정 등과 통합했을 때 등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제공하는 리워드 개념이다.


카카오콘으로 스페셜 이모티콘을 사거나 이벤트 용품에 응모하거나 이번에 소개하는 서비스처럼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응원보드 보내기에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응원보드로 돌아와보자. 그렇다면 제작자가 응원보드를 만들었다면 누구든, 어떤 연예인이든 홍보가 가능할까? 아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제작자는 응원보드를 만들어 업로드한 뒤에 이를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해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마감일 기준 응원보드 중에서 가장 많은 카카오콘을 모은 응원보드가 1등을 하는 방식이다. 1등을 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팬이 참여해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콘을 제공해야 한다.


당일 1등을 한 응원보드에 참여한 사람들의 닉네임은 나중에 응원보드에 Special Thanks to로 가장 많은 카카오콘을 기부한 사람부터 순서대로 기록에 남는다. 참고로 1위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투표한 카카오콘은 되돌려주기 때문에, 다음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투표를 통해 내 가수 응원보드가 1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1위를 못 했을 경우에 돌려받았다고 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응원보드는 하루에 1개만 노출되고, '스타'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처럼 많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의 팬들이 응원보드 노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1등을 할 수 있는 카카오콘의 양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그날그날 경쟁하는 연예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막판 팬덤 간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최대 2달 뒤로 노출 날짜를 정해서 최대한 오랫동안 홍보 활동을 통해 카카오콘을 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반에 많은 카카오콘을 제공하기 보다 느긋한 투표 상황으로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든 다음, 전략적으로 막판에 모아놓은 카카오콘을 쏟아부어 1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카카오는 날짜별 응원보드 순위와 카카오콘 투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노출시켜 팬들의 공유와 참여를 독려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아이돌 팬덤을 대상으로 한 기막힌 상술로도 보이만, 이러한 방식의 광고 노출이나 팬덤 간 경쟁은 2016년 방송된 '프로듀서101' '국민 프로듀서' 열풍과 함께 연예계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내 가수'를 내가 직접 선택하고, 키우고, 사람들에게 직접 홍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팬들에게도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전략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도 언급됐던 '팬슈머(fansumer)'는 단순 연예인에 대한 일방적 팬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 여기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투자하고 개발, 마케팅, 홍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넓게는 크라우드펀딩도 팬슈머 활동에 포함하기도 한다.


더이상 팬덤의 힘은 특정 연령대의 문화나 일방적 응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운동과 만난 K-POP 팬덤이 백일 우월주의 해시태그를 SNS에서 밀어내 버리기도 하고, 유력 정치인의 오프라인 유세 현장을 이른바 조직적 '노쇼' 행위로 방해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아이돌 응원봉 이미지

과거 광고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상업용 메시지였지만, 팬슈머를 만난 '디지털 광고'는 또 하나의 놀이문화이자 표현의 장이 됐다.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팬들이 스스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툴을 통해 간단하게 응원보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카카오 응원보드는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라 어떤 식으로 발전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카카오가 이런 방식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놓은 것도 아니다.


각종 연예매체들이 운영하는 앱과 플랫폼을 통해 팬들의 온라인 활동과 투표를 곧 옥외광고, 지하철 광고, 랩핑 버스 등으로 노출해주는 광고 상품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모바일 기반 리워드(보상)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개인이 아닌 '아티스트 응원'으로 돌려주는 셈이다.

카카오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이용하는 메신저 서비스답게 응원보드 참여가 보다 쉽고 간편하게 되어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모바일로 응원보드 배너를 누르고 참여하고 싶은 가수 이미지 배너를 클릭한 다음에 보유한 카카오콘을 1~10콘 단위로 투표할 수 있다. 두어 번 클릭이면 간편하다. 계정 통합, 메일, 멜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쌓인 카카오콘 일부를 보탤 수가 있다. 투표하고 나면 정정이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보내는 게 좋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와 친숙한 밀레니얼, Z세대는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툴을 활용하는 데 기성세대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광고조차 소통과 참여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펀슈머 시대의 디지털 팬 문화이자 기업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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