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비행기 타도 괜찮을까요?

조회수 2020. 6. 16.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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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국가의 관광객을 의무 자가격리 없이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한된 공항 이용도 전체 공항에서 국제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코로나 이전과 같이 여행자에게 문을 여는 것이다.

관광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도 제한적이지만 유럽 관광객에게 자국 문을 열고 있다. 콜로세움은 지난 1일 폐쇄 84일 만에 개장했고, 바티칸 박물관도 같은 날 사람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의 문이 하나 둘 열리고 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여행 산업이 얼어붙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맘 편히 여행을 바로 준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 치료약과 백신이 없는 상황에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에 전염될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장시간 갇힌 공간에서 환기를 시킬 수도 없는 곳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타는 것이 불안하다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 정말 비행기는 안전할까.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

비행기 공기 흐름의 비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밀폐된 공간은 피하라고 하던데 비행기가 딱 그런 곳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비행기는 밀폐된 공간이다. 비행 시 외부 압력 차이 등을 견디기 위해 완전히 닫혀 있다. 하지만 외부 공기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행기의 공기는 안전하다.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이유는 실내 공기 흐름에 있다.

비행기에는 에어컨이 항상 작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내 공기가 순환되고 산소가 공급되는 것이다. 순환과정에서 내부 공기는 헤파(HEPA) 필터로 걸러진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 필터는 직경 0.003mm가 넘는 물질은 99.9% 여과해 줘 바이러스까지 거를 수 있는 수준이라 안전하다.

외부의 공기도 이 과정에서 유입된다. 섭씨 200도 수준의 엔진을 통해 멸균돼 들어온 공기로 산소를 생성해 약 1:1 비율로 실내 공기와 섞여 비행기 내부에 공급된다. 많게는 2~3분마다 한 번씩 기내 공기가 완전히 바뀐다.

출처: ana
비행기 공기 순환도

공기의 흐름도 수직 방향이다. 기내 머리 위에서 발밑으로 떨어지도록 기내 환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있다 하더라도 발밑으로 떨어져 다시 필터로 걸러지게 된다.

마스크와 거리 두기는 기본

그래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비행기를 탈 때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경우 탑승이 제한된다. 내부에서도 항상 쓰고 있어야 한다. 버스,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서 서로 간 지켜야 할 기본이 된 것이다.

항공사들도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분간 3개의 좌석이 나란히 붙어 있다면 그중 중간 좌석은 가능한 비운다거나 비행기 탑승 인원을 줄여 5~60% 수준으로 제한한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한 대책도 공식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에서도 안전을 위한 거리두기를 최대한 하고 싶다면 가능한 창가 좌석을 앉으라는 팁도 나온다. 복도 좌석보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손잡이 등 공용 물품을 만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화장실 이용도 줄일수록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은 더 적어진다.

비행기 여행, 과거와 달라진다

침체된 글로벌 여행 산업이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가격이 바뀐다. 비행기 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과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등장과 기존 항공사의 경쟁으로 동일 노선이 많아지며 좌석수를 늘리고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였다면, 앞으로는 좌석을 줄이고 가격을 높일 것이다. 좌석을 비우는 등 기내 거리두기가 제도화되고 장기화된다면 탑승 인원이 줄어든 항공사는 수익을 맞추기 위해 판매 가격을 더 높여야 한다.

여행 업계 불황에 사라지는 항공사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당장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국가 보조를 받으며 많은 글로벌 항공사가 버티고 있지만 여행 제한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와 같이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가 유지되면 쉽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능한 마주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데 가능한 사람끼리 면대 면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비행이 일반적이게 될 것이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부터 이제 여권과 탑승권을 승객 스스로 보여주고 기계에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모바일 셀프 체크인과 짐도 셀프 드롭 이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도 가능한 단계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선착순 탑승에서 이제는 탑승구에서 가장 먼 안쪽 좌석의 승객부터 탑승하도록 좌석번호 순서대로 탄다. 기내 서비스도 간소화된다. 기본적인 것을 챙겨 주는 것에 변화는 없지만 일등석까지 식기류를 모두 일회용으로 바꾸는 등 서빙을 줄이고 감염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향후에는 개개인이 가능한 마주할 일이 없는 좌석으로 기내 인테리어까지 바뀐 신기종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사망까지 이르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경험한 탓에 타인과의 거리두기와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여행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처음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후 아시아 지역에서도 잠깐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늦은 여름휴가는 해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해외여행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국 후 자가 격리 의무도 해외여행을 쉽지 않게 만든다. 해외 국가가 자유롭게 문을 열어준다 해도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을 때 2주간 격리될 것까지 생각하면 해외여행을 위해 그만큼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전처럼 주말에 짬 내서 가까운 대만 등에 놀러 가는 건 꿈도 못 꾸게 된다.

여행 테크 기업들이 최근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대규모 조정에 들어가며 전 세계 임직원에게 설명한 이유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여행이 다시 시작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천천히 여행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유럽을 시작으로 국가들의 하늘길도 다시 열리면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의 여행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창욱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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