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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전쟁, 전 세계 컴퓨터도 '연대'한다

조회수 2020. 5. 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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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인류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 19)다. 감염된 사람은 20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12만명(4월 15일 기준)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정체불명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지 약 4개월만이다.

확산세는 가팔랐고 인류는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다. 사망자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후 200만명을 돌파하는데는 1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백신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위생 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지구를 배회하는 코로나 19는 인간에게 바이러스만 감염시킨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공포라는 또 다른 감염병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 공포는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게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인종 간 차별과 혐오는 더 심각해졌다. 차별과 혐오는 인종을 떠나 국가 간 세대 간으로 번졌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고 분열시키고 있다. 인간은 코로나 19 외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19와 싸워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대는 차별과 혐오를 배제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스스로 사회적 거리를 두기에 앞장서고, 코로나 19 대응 전략을 공유하고 함께 싸워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국가 봉쇄가 한창이 지금도 이러한 연대가 끊이질 않는 것은 차별과 혐오, 그리고 전례 없는 전염병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인간의 '희망'을 방증한다.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는 비단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간이 개발한 기술도 연대하며 코로나 19 해법을 모색한다. 인간이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수단이긴 하지만 연대의 가치가 빛 바래는 건 아니다.

7억명이 연결돼 세계 최강의 컴퓨터가 된 '폴딩앳홈'

코로나 19 확산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19의 단백질 구조와 작동 기제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없을뿐더러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가진 컴퓨팅 자원으로도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슈퍼컴퓨터 한두대로 끝날 일이라면 벌써 코로나 19 백신이 탄생했을 터다.

그렇다면 이 컴퓨터들을 서로 연결하면 어떨까. 부족한 자원을 서로 연계해 거대한 규모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의 컴퓨팅 자원을 '기부'해 지상 최대 규모 슈퍼컴퓨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분산 컴퓨팅 연구 프로젝트인 '폴딩 앳 홈(Folding@home)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폴딩 앳 홈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유휴 자원을 공유한다. 분산된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뭉쳐 역대급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롭게 탄생한 가상의 슈퍼컴퓨터는 각종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활용한다. 단백질 폴딩 구조 분석이라든지 각종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치료약을 만들기 위한 기본 설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폴딩앳홈이 시뮬레이션한 코로나 19 단백질 수용체 작동 구조

코로나 19가 팬데믹으로 전개되자 폴딩 앳 홈은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 코로나 19 단백질 구조 분석과 시뮬레이션 수행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가했다. 이후 자발적으로 컴퓨팅 자원을 기부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어 유휴 컴퓨팅 자원을 공유했다. 3월 말 기준 CPU 460만개와 GPU 43만개가 연결됐다. 개인과 연구자 등을 모두 합쳐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약 7억명에 달한다.

4월 14일 기준, 폴딩 앳 홈은 코로나 19 대응 프로젝트의 컴퓨팅 성능이 2.4엑사플롭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1엑사플롭은 초당 100경번의 부동소수점을 연산할 수 있는 성능이다. 단위가 '경'으로 뛰니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1초에 한번 연산할 경우 300억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폴딩앳홈을 통하면 1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20년 기준 슈퍼컴퓨터 세계 순위 1위인 IBM 서밋(150페타플롭) 대비 15배 이상 성능이 뛰어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상위 슈퍼컴퓨터 500대를 합친 것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점점 덩치를 키워가는 폴딩앳홈 프로젝트는 이미 코로나 19의 일부 단백질 수용체 구조와 작동 방식을 시뮬레이션하는데 성공했다. 코로나 19가 정상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사용하는 단백질 수용체 3개 중 하나다. 폴딩앳홈은 나머지 2개의 단백질 수용체 시뮬레이션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그 결과를 관련 연구기관과 백신 개발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터의 연대도 질 수 없다.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HPC 컨소시엄

슈퍼컴퓨터도 질 수 없다.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이 슈퍼컴퓨터 자원을 공유,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뭉쳤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대규모 슈퍼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백신 개발을 지원한다. 코로나 19에 대처하기 위한 슈퍼컴퓨터(HPC) 컨소시엄이 주인공이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컨소시엄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IT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AMD, 구글 클라우드, 인텔, IBM,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포진해 있다. 단순 기업 간 연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MIT,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 일리노이대학, 텍사스대학, UC 샌디에이고, 카네기멜론대학 등 대학과 아르곤국립연구소,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 미국의 주요 연구소 다수가 동참했다. 컴퓨팅 자원 공유뿐만 아니라 저마다 가진 역량에 최적화한 하위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컨소시엄의 첫 번째 목적은 폴딩 앳 홈과 유사하다. 코로나 19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분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코로나 19가 어떻게 세포에 침투하는지, 바이러스와 세포가 어디서 결합하는지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 19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활용 가능한 분자 후보를 식별하기 위해 AI 기술도 활용한다.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한 빅데이터도 분석한다. 현재 코로나 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상 현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수립하는 연산에 활용한다. 인공호흡기나 기타 의료 장비 활용 계획도 마찬가지다. 감염 경로 등을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코로나 19 확산세를 막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컨소시엄의 컴퓨팅 자원 성능은 418페타플롭이다. 380만개 CPU와 4만1000개 GPU가 연동돼 있다. 폴딩앳홈보다 수치적으로는 적은 규모지만, 글로벌 IT 기업과 미국의 전문 연구진의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컴퓨팅 자원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연대가 아니면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위의 두 사례 외에도 기존 에이즈, 말라리아, 에볼라 등 인류의 위협이 되는 질병 연구를 분산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추진하다 코로나 19까지 대상을 확대한 로제타앳홈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커질수록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프로젝트는 전례 없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분산 컴퓨팅 연결 프로젝트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 중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생활하면서 감염 위험성을 줄인다. 그러나 코로나 19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는 서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또한 이러한 의지의 발현이다.

분산 컴퓨팅 자원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다. 특히 국가 봉쇄와 공공시설에 대한 차단 등으로 사실상 접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돼 있다. 코로나 19 극복의 의지처럼 모두 연결돼 하나가 됐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분산된 컴퓨팅 자원은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연대가 답이다. 인류가 직면한 이 위협도 연대해야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이미 하나의 권역이 되어버린 지구에서, 서로를 혐오하고 배척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하나의 컴퓨터가 코로나 19 단백질 구조를 분석할 능력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19의 공포도 차별과 혐오로 느슨해진 인간의 빈틈을 감염시킨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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