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7.5km 휙 날아가는 위성, 요격 성공한 4개국은?

조회수 2020. 5. 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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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심기가 불편하다. 러시아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었겠냐마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것도 우주에서다.

미 우주 사령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공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미사일 시스템 실험을 재개했다. 지난 2019년 11월 15일 이후 또 시작된 것이다. 미 우주 사령부는 "러시아의 '위성 요격' 실험은 미국과 동맹국의 우주 시스템을 향한 위협이 실제적이고, 심각하며,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라며 비판했다.

존 레이먼드 미 우주 사령부 사령관 겸 우주군 작전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침략을 저지하고 국가와 동맹,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주에서의 적대 행위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 실험은 'ASAT(Anti-SATellite weapon)'이라고도 부른다. 지상에서 미사일을 쏴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인데, 그 목표물이 인공위성이다. 수백~수천km 사이의 저궤도 위성을 대상으로 한다. 보통 고도 300km 안팎이 많다.

지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위성을 맞추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저궤도 위성 경우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 궤도가 낮을 경우는 1시간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돌기도 한다. 속도는 약 7.5km/s다. 이렇게 빠른 위성을 요격하려면 뛰어난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저궤도까지 미사일을 쏘아 올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륙 간 탄도 미사일까지 나온 마당에 고도 300km까지 미사일을 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나라들은 꽤 많다. 그리고 위성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약간의 오차가 발생해도 위성 요격은 요원하다. 미사일을 멀리 높이 쏘아 올릴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위성 요격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뿐이다.

이들 국가도 모두 위성 요격 실험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ASAT가 쉽지 않은 일임을 방증한다. 이번 러시아의 테스트도 성공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만약 명중했다면 그 잔해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잔해의 데이터 정보를 뽑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미 우주 사령부는 이번 러시아 ASAT 테스트에 대해 15일(현지시간) 더 버지에 "현재 잔해를 추적하고 있진 않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ASAT 테스트가 불편한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위성 요격은 군사적 목적으로 수행한다. 가령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국의 통신 위성 등을 무력화하는데 적합하다. 하지만 그 피해가 단순히 적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전 우주적 문제로, 어떤 나라가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바로 우주 쓰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피격 당하면 부서진 잔해가 수백에서 수천에 달한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2007년 처음 ASAT 테스트에 성공했다. 수명이 다한 자국의 위성 '펑윈 1C'를 미사일로 요격했다. 이 위성은 산산조각이 나 3000개가 넘는 파편을 만들었다.

인도는 지난해 3월 ASAT 실험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대상은 마이크로셋-R이나 마이크로셋-TD 위성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 이 요격으로 발생한 파편은 300~400여개 수준이다. 문제는 확인된 파편만 이 정도라는 것이다.

작은 파편이라도 위협적이다. 파괴된 위성의 파편은 몇 cm만 되더라도 다른 인공위성에겐 새로운 '미사일'이 될 수 있다. 파편 속도는 저궤도 인공위성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 운동 에너지로 인해 파편이 다른 위성과 충돌하게 되면 연쇄 파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7.8km/s 속도의 파편은 1cm정도 크기라 하더라도 막강한 피해를 준다. 위성과 부딪치면, 1.5톤 트럭이 시속 70km로 달려가 충돌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ASAT 실험은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다. 파괴된 위성 파편이 어느 나라의 어떤 위성과 충돌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은 파편 하나만 맞아도 위성 임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ASAT 테스트에 나선 국가들은 300km 이하의 위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궤도인 만큼 위성 잔해가 떨어져 나가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피격 시 파괴된 잔해가 더 높은 궤도로 올라가기도 한다. 고도 300km에 있는 파편은 2~3개월 내 지구에 떨어지지만, 고도 400km의 파편은 추락하는 데 2년이 걸린다고 한다. 500km까지 올라가면 지구 추락까지 거의 30년 걸릴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언제 위성과 충돌할지 모르는 '폭탄'인 셈이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ISS) 궤도는 고도 350~450km 사이다.

통신과 GPS 등 인공위성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가 기간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지 오래다. 그만큼 국가별로 ASAT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적국의 인공위성을 없애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미사일이 아닌 레이저 무기로 위성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ASAT 개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우주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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