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제치고 '무인트럭' 먼저 가겠습니다

조회수 2020. 4. 4.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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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자동차가 자율주행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올라온다. 희망을 품으려고 하니 이번에는 자율차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너무 섣부른 판단은 아니었나 생각을 고쳐먹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율주행차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인트럭'은 이미 고속도로를 누비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도 아직 멀었는데 무인트럭이 웬 말?'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보다 무인트럭이 더 먼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무인트럭이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나올만한 근거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무인트럭은 일정한 경로를 따라 달린다. 무인트럭의 주 무대는 고속도로다. 보행자가 도로로 진입하고 신호 체계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일반도로와는 달리 고속도로는 환경이 단조롭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트럭이라면 매번 같은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순한 도로 체계로 인해 도로 패턴을 구성하기 쉽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도 수월하다.


두 번째로는 일반 자동차보다 높은 차체에 있다. 무인트럭의 높은 차체에 각종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하면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넓어진 탐지 범위는 주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출처: CBS news
무인트럭 기업은 고속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무리 무인트럭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 좋다고 해도, '아차'하는 순간 사고라도 나면 무인트럭이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다. 하지만 우려와 현실은 조금 다르다.


트럭운전사들이 장시간 운행으로 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졸음운전은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트럭에 안전장치나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하는 등 사고 발생을 막아보려고는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졸음을 참을 일 없는 무인트럭이 트럭운전사의 운전보다 더 안전하다.


다른 장점도 있다. 무인트럭은 목적지까지 더 일찍 도착한다. 최신 무인트럭 기술은 트럭운전사가 4일간 운전해서 가는 길을 단 2일 만에 이동한다. 사람이라면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야하고 잠도 청해야 한다. 하지만 무인트럭은 오로지 연료를 주입하는 순간 말고는 쉼 없이 달린다.


무인트럭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는 적지 않다. 미국 트럭운전사 평균연봉은 6만 달러다. 미국운송연구소(American Transportation Research Institute)가 2016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트럭운전사 인건비는 27%가량 상승했다. 무인트럭 한 대 가격을 25만 달러로 잡아도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해 볼 만한 비용이다. 무인트럭은 효율적으로 변속하기 때문에 유류비를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기에 2024년에는 화물 운송 기사가 17만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해 미국트럭운전자협회(ATA)는 트럭운전사 6만명이 더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앞으로 부족해질 인력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무인트럭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무인트럭이 주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지금보다 널리 상용화되면 결국 일자리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2019년 4월 기준 북미 지역에서 운송된 전체 화물 중에서 63%가 트럭으로 운송됐다. 다음으로 많이 활용되는 수단은 철도로 15%다. 철도, 선박, 비행기 등을 모두 더해도 트럭이 운송하는 규모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만큼 북미 지역 화물 운송에서 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 내 트럭운전사 수만 해도 수백만이다. 미국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트럭운전사다. 중국에서도 트럭운전사 수가 1600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도로가 무인트럭으로 가득 차는 날이면 트럭운전사와 이를 직업으로 희망하는 사람들 모두는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미국 CBS 간판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도 무인트럭 기술을 조명했다. 방송에 출연한 트럭운전사 마우린 피츠제럴드는 무인트럭의 운전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트럭은 1km 앞을 내다보면서 사이드미러까지 확인한다"라면서 "내 머리로는 할 수 없는 것을 처리하며 반응 속도도 15배나 빨랐다"고 말했다. 

출처: CBS news

발전한 자율주행 기술은 놀랍지만 그래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무인트럭에 시스템의 모든 권한을 맡겨둘 수준은 아니다. 사고가 나거나 센서에 이상이 발생하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 무인트럭 안에는 여전히 운전자가 탑승한다.


마 전에는 무인트럭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무인트럭 스타트업 스타스키 로보틱스(Starsky Robotics)가 최근 폐업을 선언했다. 2016년 설립된 스타스키 로보틱스는 고속도로에서 무인트럭 주행을 최초로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시연에서 공개한 무인트럭은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합류해 약 15km를 달렸다. 중간에 차선도 변경해가며 시속 88km 속도를 유지했다. 모든 과정을 트럭에 맡기진 않았는데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는 자율운전 시스템이 운전을 주도했고 인간은 필요할 때 언제든 개입할 수 있도록 원격으로 트럭을 모니터링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만 같던 스타스키 로보틱스는 이후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출처: Starsky Robotics
원격으로 무인트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스타스키 로보틱스를 창업한 스테판 셀츠-액스마허는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무인트럭 업계의 아픈 곳을 꼬집었다. 일단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결과만 갈구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한, 정해진 환경이 아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잘 대응하는 시스템 개발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기업에서 홍보해왔던 머신러닝 기술력이 실제로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과대광고해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스타워즈 속 로봇 'C-3PO'는 커녕 단순 패턴 매칭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무인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의 경쟁은 매우 뜨겁다. 상승하는 인건비, 인력 부족 등 화물 운송 업계가 고민하는 지점을 무인트럭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스타스키 로보틱스의 사례는 기업 한 곳의 문제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웨이모 비아

치열한 경쟁으로 무인트럭 기업은 도로에서 조용히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알파벳의 자율주행사업부 웨이모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웨이모 비아(Waymo Via)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무인트럭을 시험 중이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투심플(TuSimple)에서도 엔비디아와 같은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심플이 기술에서는 이미 웨이모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6년 설립된 엠바크(Embark)는 세계에서 가장 긴 자동주행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개와 빗속에서도 2400마일 시운전에 성공한 최초의 기업이다. 관련 기업들은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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