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지하수도 끌어 올리는 '태양열 축열 장치'

조회수 2020. 2. 2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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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만큼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이유기도 하다.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태양광이다. n형과 p형이라는 서로 다른 반도체 접합면에 햇빛이 닿으면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의 이동이 시작, 전류가 발생한다. 오늘날 석유·원자력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두 번째는 태양열이다. '따사로운 햇볕'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태양은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표면 온도 6000도에 이르는 태양은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 지상에 닿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계절이나 구름의 양에 따라 다르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어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연간 2000kWh/㎡의 일사량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루 5시간 이상은 1㎡당 1kw의 햇빛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태양열이 지상에 도달해도 특정 물체가 에너지를 100% 흡수하진 않는다. 하지만 집열하면 물을 가열하는 데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은 태양광 등 다른 대체 에너지에 밀려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2000년대 전후로 우리나라에서도 태양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주택 지붕에 패널같은 것이 장착되어 있고, 인접 공간에 긴 원통 장치가 누워져 있는 것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양은 태양광 패널과 비슷하지만, 긴 원통 장치가 있다면 태양열 온수(급탕)기일 가능성이 크다. 지붕 위에 있는 패널은 태양광 패널이 아닌 집열 장치다. 튜브를 나란히 눕혀 패널처럼 만들었다. 이 집열 장치에서 태양열을 모아 물을 데운다. 따뜻한 물은 온수 저장 탱크에 모아둔다. 긴 원통 장치가 바로 온수 저장 탱크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취사, 세면, 목욕 등 생활 온수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가정에서 요구되는 온수는 40~60도 수준이다. 60도 이하의 저온형 태양열 집열·축열 기술이 활용된다. 집열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 시스템 구성을 달리하면 100~300도까지 물을 가열할 수 있다. 그만큼 태양열에너지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태양열 온수기는 설치 비용이 꽤 든다.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구축해 편리하게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런 고가 태양열 온수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따뜻한 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면 보다 단순한 구조의 장치로도 태양열을 활용할 수 있다. 적정 기술로써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적정기술로 함께 살자'에서 태양열 식품 건조기와 태양열 조리 장치를 다룬 적 있다. 식품을 장기간 보관하고 음식을 조리하는데 태양열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 외에 적정 기술로 주목받는 태양열에너지 활용법에는 '태양열 축열 장치'가 있다. 

적정기술은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축열 재료로 자갈, 흙, 물 등이 주목받는다.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 이러한 축열 재료가 많이 쓰인다. 낮에 따뜻하게 데워둔 축열 재료를 기온이 떨어진 저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어두운색이 밝은 색보다 햇빛을 더 잘 흡수한다는 건 상식이다. 축열 재료도 마찬가지다. 어두운색 돌이나 흙덩이를 축열 재료로 쓰면 보다 빠른 시간에 열을 모을 수 있다. 만약 밝은 색 축열 재료밖에 없다면, 숯으로 표면을 검게 칠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료 성질에 따라 축열 특징이 다르기도 하다. 열 저장용량이 큰 소재는 축열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열을 방출하는 시간도 길다.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데는 열 저장용량이 클수록 유리하다.

단순히 햇볕에 축열 재료를 놓아두는 것만으로는 태양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모으기 힘들다. 이때는 반사판을 이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빛을 반사시켜 한곳에 집중해 축열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거울이나 밝은 금속판, 알루미늄 호일 등을 반사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평면 반사판으로 여러 개 두어 빛을 집중시킬 수 있다. 위성 안테나처럼 접시 형태 반사판을 사용하면 효과가 더 뛰어나다.

태양열 축열 장치라고 해도 복잡한 구조의 기계 설비일 필요는 없다. 장치가 복잡하게 구성되고 작동 원리가 어려울수록 적정 기술 정신에 위배된다. 소량의 온수가 필요할 때는 투명한 비닐 주머니에 물을 담아 사용할 수도 있다. 캠핑 용품으로 판매되는 태양열 샤워기도 있다. 샤워기 하단을 투명한 소재로 만들고, 그 안에 집열 효율이 좋은 파이프를 말아서 탑재한다. 햇빛이 샤워기 하단부에 닿으면 파이프 안에 물이 가열돼 온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실제 판매 중인 제품이지만, 적정 기술 제품으로도 적합하다.

설비만 어느 정도 확장한다면, 모아둔 태양열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연구용으로 만든 태양열 시설이 대표적이다. 태양열 집열 장치와 축열 장치로 구성된 이 시설은 접시 형태 반사판을 하단에 두었다. 축열 장치 역할은 하는 금속 원통이 상단에 있다. 빛이 접시 모양 반사판에서 반사돼 금속 원통에 집중 조사된다. 원통 내부의 공기를 가열해 태양열에너지를 활용하는데, 금속 원통에 긴 파이프를 장착했다. 파이프를 통해 더운 공기가 다른 곳으로 옮긴다.

이 설비는 모잠비크 마푸투에 있는 에드아르드 몬드레인 대학 안에 설치돼 있다. 대학은 태양열을 이동시켜 좀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 장치로 옮기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얼마나 많은 양의 태양열을 모을 수 있는 실험한다.

태양열 축열 장치를 이용해 양수 펌프를 만들 수도 있다. 태양열을 양수기 동력으로 활용한 사례다. '선플라워 스팀 펌프'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보급된 적 있다. 선플라워 스팀 펌프는 접시 형태 반사판(집열 장치)으로 빛을 모아 물을 가열한다. 부피가 팽창한 물과 수증기는 파이프를 통해 이동한다. 파이프 이동 경로에 회전식 기계장치(터빈)를 장착한다. 증기기관 원리와 유사하다. 물과 수증기가 이동하면서 터빈 날개에 부딪히고 회전한다. 이 회전차에 연결된 실린더가 움직인다. 실린더는 땅에 꽂혀있는데, 실린더가 위로 움직이면서 아래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물을 퍼낸다.

선플라워 스팀 펌프는 비영리단체 프랙티카 재단에서 상용화를 추진한 바 있다. 재단은 선플라워 스팀 펌프 대량 생산 시 가격이 200~300유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단은 단기적으로 케냐, 에티오피아, 잠비아, 온두라스 등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 개발도상국 영세 농민의 식량 생산을 확대해 수입을 늘리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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