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봇 브라바 380t 리뷰 "쓰면 쓸수록 가성비에 만족"

조회수 2019. 12. 1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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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사하고 난 뒤에는 밤을 새워 매직 블록으로 집을 닦았다. 무거운 진공청소기를 방마다 돌리며 청소를 한 적이 있다. 일이 바빠지면서 결국 좀 더 편하고 쉬운 청소 수단을 찾아다녔다. 무선 청소기를 사고는 '유레카'를 외쳤다. 유선 진공청소기의 흡입력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방마다 코드를 꼽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지니 청소가 좀 더 쉬어졌다. 흡입력은 떨어졌으나 청소 횟수가 늘었으니 결과적으로 집은 더 깨끗해졌다.


사람들이 로봇 청소기를 많이 찾았으나 남의 집 일이라고 생각했다. 턱이 높은 옛날 집 구조에 거실이 좌식형이라 로봇 청소기를 돌리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실제로 로봇 청소기를 돌리면서 바닥에 카펫과 주방과 욕실 앞 발매트와 실내화 등을 모두 걷어내야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로봇 청소기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무선 청소기를 일주일에 1회 이상 돌리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 박스 이미지

아이로봇 브라바 380t는 로봇 청소기계에선 이미 스테디셀러다. '아이로봇'이라는 로봇 청소기 브랜드 명가에서 만든 만큼 디자인과 기능이 심플하고 가격도 20만 원대로 합리적이었다. 출시된 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쓴다는 것에선 장점이 분명 뚜렷하다는 것인데,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에 대한 첫인상은 생각보다 작고 가볍다는 점이었다. 일단 청소 바닥 패드 면적이 본체에 달린 바퀴 부분을 제외하면 어른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다. 무게는 1.8KG인데, 이는 내가 온 집안을 돌려 청소하는 무선 청소기보다도 가볍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의 단순한 디자인은 신뢰감을 준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 박스 개봉 모습. 물걸레용으로 기본 제공되는 파란색 천
아이로봇 브라바 380t

또 이 제품은 '물걸레' 전용 로봇 청소기다. 먼지 흡입 기능이 아예 없다. 처음에는 잘 주의하지 못했던 점이다. 반드시 물걸레 청소 전에는 진공 청소기 등으로 한차례 청소를 해두는 것이 좋다. 마이크로파이버(극세사)로 된 마른 걸레로 먼지를 훔치는 기능도 있으나 흡입구가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먼지를 붙이는 수준이다. 잘못 하면 먼지를 온 집안에 끌고 다닐 수 있으니 따로 청소를 할 것을 추천한다.


간단한 기능과 조립을 하기 위한 다국어 설명서가 있다. 한국어 설명서도 있지만,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설명서와 감으로 대략의 기능을 파악했다. 일단 본체 충전부터 시작했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는 안타깝게도 로봇 청소기들은 요즘 다 갖췄다는 자동 충전 기능이 없다. 배터리가 다 되면 충전 독에 스스로 가서 충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리에 멈춰버린다. 고속 충전을 하려면 충전 독 위에 사람 손으로 기계를 세워줘야 한다. 자세히 보면 잘 들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있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 본체, 걸레, 큐브, 어댑터, 패드, 충전 독 등 주요 구성품(시계 반대방향)
충전 독(왼쪽)과 로봇 청소기 본체. 전원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 완충 상태

약 2시간 정도의 충전을 마치면 깜빡거리던 빨간 전원 불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청소 시작 전에 '큐브'라고 불리는 매핑 컨트롤러를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있는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뒀다. 큐브는 브라바가 똑똑하게 청소를 하도록 지시해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이 큐브는 높은 곳에서 가구와 브라바의 위치를 파악해 같은 곳만 반복적으로 돌지 않게 효율적인 청소를 도와준다고 한다.


큐브는 본체와 쌍을 이루는 폐쇄형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페어링을 하거나 무선 와이파이 지원 등이 필요하지 않은 기기다. 전원을 켜면 알아서 인식한다. 큐브에는 가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큰 배터리(알카라인 C형 건전지)가 두 개 들어가는데, 다행히 원래 구성품에 들어가 있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는 원한다면 큐브를 추가로 구매해서 공간을 옮길 때마다 큐브를 이동하지 않고 듀얼 큐브 상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큐브. 아이 주먹만한 크기로 알카라인 C형 건전지 2개가 들어간다

큐브는 천장이 잘 보이는 높은 선반이나 책상 위에 두도록 한다. 청소 도중에는 이 큐브 위치를 옮기지 않아야 한다. 큐브 위치가 바뀌면 청소 매핑도 바뀌기 때문이란다. 또 로봇 청소기를 거실에서 방으로 옮겨 청소할 때는 큐브도 옮겨줘야 한다. 충전과 함께 가장 번거로운 부분으로 꼽힌다. 참고로 큐브 가격은 아마존에서 약 4만원이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 사용법은 간단한다. 패드에 고정시킨 물걸레를 본체에 붙인다. 벨크로(찍찍이) 방식으로 물걸레는 잘 고정되는 편이다. 물걸레 패드도 자석으로 본체와 잘 달라붙는 느낌이다. 물걸레 청소를 할 때 쓰는 부착판에는 세로로 된 얇고 작은 탱크가 두 개 달려있다. 물탱크에 물을 채우면 천으로 된 작은 심지를 통해 천천히 물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걸레를 축축하게 유지해준다. 사용해봤을 때 수분이 나오는 정도는 적당해 혹여나 바닥에 물이 흐르는 느낌은 없었다.

패드에 세로로 두 개로 된 플라스틱 물통이 장착돼 가운데 천을 통해 물이 조금씩 스미듯 나와 걸레를 적신다
패드를 걸레로 감싼 다음에 본체에 연결하면 된다. 자석으로 돼 가볍게 붙는다.

마른 걸레 모드도 부착물에 파란색 고무 사이로 고정이 잘 되는 편이다. 바닥에 내려놓고 전원 버튼을 눌러 물걸레, 마른 걸레 두 개 모드 중에 하나를 골라 누르면 청소를 시작한다. 마치 와이퍼가 움직이듯이 대각선 위아래로 이동한다. 한동안 같은 자리만 청소한다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 주변을 점점 넓혀가며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냉장고 아래, 소파 등과 부딪히며 장애물을 파악한다.


평소에는 청소하기 어려운 안방 침대 아래까지 들어가 물걸레질을 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평소 무선 청소기를 돌려 먼지를 빨아들이는 부분이나 침대를 통째로 들어 올리지 않는 이상 사람이 직접 물걸레질을 하기는 어려운 공간이다. 장애물에 부딪혀 작게 '퉁퉁'하는 소리를 제외하면 소음은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로봇 청소기 특성상 바닥을 세게 눌러주며 닦는 맛을 기대할 수는 없다. 바닥에 얼룩이 있는 부분도 몇 번을 오가며 닦지만,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런 바닥 얼룩은 사람이라면 두세 번만 세게 밀면 닦이는 정도인데, 로봇 청소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원을 켜고 물걸레 모드를 눌러 청소를 하는 모습
1차 청소 후에 물걸레 상태

1차 청소 결과 까맣게 된 물걸레를 확인했다. 기대했던 정도의 결과였다. 물걸레를 빨고 로봇 청소기를 충전시킨다. 거실과 주방, 방 한 개 정도 되는 크기의 집을 도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주방과 거실, 현관까지 L자형의 공간을 적당히 커버했다. 최대 90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조급한 마음에 완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청소를 돌리니 금세 전원이 꺼진다. 반드시 완충을 하는 것이 좋겠다.


완충 이후에 다시 청소 모드를 돌렸다. 이번에도 까매진 물걸레를 확인했다. 빡빡 닦는 느낌은 아니어도 계속 까매진 걸레를 확인하면, 약간의 쾌감과 함께 계속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브라바를 충전해서 물걸레를 빨아 물린 다음, 작동을 시켰더니 부지런히 움직인다. 다시 물걸레가 까매지고,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보다 깨끗해진 집 안 바닥을 돌아보니 만족스럽다.

물론 로봇 청소기 성능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에 그 사이 나도 물걸레로 바닥을 박박 문지른 효과도 있다. 브라바와 같이 청소한 덕분에 집안은 한층 깨끗해졌다. 청소란 한 번에 확실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이라도 자주 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을 느낀다고 할까.


물걸레 청소를 하기 전에는 먼지 흡입 청소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바닥에 한 꺼풀 때가 벗겨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물걸레 기능이 시원치 않다고 느꼈지만, 반복하며 집안 상태가 나아지는 모습에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충전과 작동을 반복한다. 중간에 물걸레 빨래가 약간 귀찮지만, 크기가 작아서 손수건 빨듯 해서 쉬운 편이다. 밤새 완충을 하고 출근하기 전에 로봇 청소기를 다시 가동해 본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는 가정에서 이것 하나만 단독으로 놓고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청소기다. 무엇보다 먼지 흡입 기능이 없다. 진공 청소기를 썼다면 굳이 마른 걸레질을 더 할 것 같지는 않다. 대체로 물걸레 기능만 쓰는데, 물걸레 전용 청소기로 사용 시 충전과 거실, 방 등의 이동 시에는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걸레 청소 기능도 지난밤에 흘린 음료수나 음식 얼룩 등을 지우기에는 완벽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먼지 흡입 기능과 물걸레 청소 기능을 모두 갖춘 다른 제품 대비 확실한 우위를 갖췄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단순한 만큼 제공되지 않는 기능이 많다. 많은 로봇 청소기가 자동 충전 기능과 모바일 앱을 통한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춰가는 상황에서 단순 매핑 방식으로 바닥을 닦는 로봇 청소기로 한계도 명확하다.

하지만 바쁜 직장인이나 주부에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한차례 진공청소기가 지난 공간에 추가로 물걸레질을 해서 (가벼운) 청소를 마쳤다며 만족감을 주기에 좋다. 엔트리 모델로서 적합한 가격대와 단순해서 더 편리한 사용성 등이 출시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스테디셀러 모델로 자리 잡게 했다는 데 동의한다. 괜히 '브라바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로봇 브라바 380t는 물걸레 로봇 청소기 입문용으로 20만 원대의 가격과 단순한 기능 등은 구매를 고려해볼 요소다.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지 않지만, 쓰면 쓸수록 '가성비템'이구나 느껴진다. 물걸레 청소를 위해 따로 밀대까지 사뒀지만, 잘 쓰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청소 성능 보다 중요한 것은 간편한 사용성이다. 단, 완벽한 청소 성능 등을 생각하고 사면 반드시 실망한다. 그리고 따로 청소를 한 후에 추가로 물걸레 청소를 하기 위한 부가 청소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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