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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들이 그렇게 많이 쓴다는 어학 앱을 써봤다

조회수 2019. 12.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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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미국의 유명 생방송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하자 곧바로 한 어학 앱의 한국어 학습자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해외에서 K 팝 등 우리 문화가 인기를 끌며 한국어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국 문화원이나 학원 같은 아카데미에서 우리 말을 배운다는건 많이 들어봤지만 앱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보통 해외 어학 앱에 한국어까지는 없던데 도대체 어떤 앱이길래 한국어 코스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 앱은 '듀오링고'다.  

궁금해서 써본 듀오링고


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을 정도로 앱 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상위권에 있었다. 이메일 주소로 간단히 가입하고 사용을 시작했다. 한국어 사용자인 우리에게 외국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어' 학습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무료로 이용 가능했다.

듀오링고에서 안내하는 대로 영어 배우기를 시작하다 보니 '이런 느낌으로 영어를 배워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학 학습 과정은 간단했다. 초보부터 중급 등에 맞춰 다양한 레벨이 있었고 매 단계마다 마치 퀘스트를 완료하도록 구성되었다. 최근 많은 IT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방식이다. 학습 레벨을 단계별로 밟아가면 레벨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틀리지 않으면 '명사수' 같은 레벨로 승격했다.


매일매일 학습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도 주어졌다. 학습 성과에 따라 XP가 제공됐고 진짜 게임과 같이 이를 활용해 학습 일시 멈춤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구입하거나 캐릭터를 꾸미는 의상도 받을 수 있었다.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스토어도 있다.

처음에 그저 궁금해서 깔았던 앱에 생각보다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 그 이유를 찾아보니 경쟁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용자들의 점수가 나오고 나의 순위가 나오는 '리더 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해서 순위를 제치고 레벨을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승부욕이 생긴다고 하루 종일 듀오링고 앱에서 공부할 수는 없었다. 무료 서비스의 한계는 있다. 그래서 듀오링고는 '플러스'라는 월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배울 수 있는 외국어와 레벨은 무료로 쓰는 것과 모두 같지만 오프라인 저장 서비스 등이 추가로 제공된다.

한국어 학습은 어떤 모습?

이 앱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국어 교육이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 학습 페이지는 어떤 모습일까. 37개 언어로 총 91개 언어 코스를 사용할 수 있는 듀오링고지만 한국어를 모든 언어로 배울 수는 없었다. 영어 혹은 중국어 사용자를 위한 한국어 코스가 있어 영어로 한국어 학습을 시작해봤다.


레벨 테스트를 시작했다. 한글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왜 어려운가를 실감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등장했다. 모국어로 사용할 때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랄까. 첫 문제의 보기는 비슷하게 들리고 보이는 글자 중 답을 골라야 했다. 당연히 한국인은 답을 알지만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쉽지는 않아 보였다.

전체적으로 영어 학습 코스와 같이 편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듀오링고의 교육 과정이 전반적으로 부담 없는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이 처음 한국어를 접하기에 알맞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듀오링고의 여러 학습 코스 중에서도 한국어는 인기 순위가 높다고 한다. 작년에만 400만명 이상이 학습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다음으로 6위다.


미카엘라 크론 듀오링고 PR 수석 매니저는 “지난 4월 BTS가 미국 SNL에 출연한 직후 4일 동안 듀오링고로 한국어를 학습한 신규 사용자가 무려 22.6% 증가했다”며 K 컬처를 통한 한국어 학습 열풍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듀오링고, 누가 만들었길래

의외의 재미를 주는 학습 프로그램 구성을 보고 듀오링고에 대해 더 알아봤다. 듀오링고는 과테말라 출신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CEO는 "과테말라에서 자라면서 영어를 잘하면 월급을 더 받는데 돈이 없으면 영어를 공부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보았다"며 "적어도 외국어 교육 기회를 모두가 동등하게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듀오링고가 무료인 이유다. 그는 "앞으로도 무료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30만여 명의 교사는 물론 시리아 난민들도 정착을 위한 외국어 배우기에 이를 활용한다고 한다.

물론 안 CEO는 예사 인물이 아니기에 이런 서비스를 하는 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웹사이트 로그인 등을 할 때 많이 볼 수 있는 사람과 로봇을 구별하는 프로그램 '캡챠(CAPTCHA)'와 '리캡챠(reCAPTCHA)'를 개발한 사람이다. 이는 구글에 인수됐다. 맥아더 펠로우쉽을 수상하고 카네기 멜론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다.


듀오링고가 다른 어학 학습 앱과 차별화되는 데에는 다른 임직원들의 역할도 컸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에 승부욕을 유발하는 리더 보드는 게임회사 징가 출신의 호르헤 마잘 듀오링고 운영부사장이 주도해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리더 보드가 도입된 후 레슨 학습 완수 비율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주축이 된 만큼 듀오링고는 인공지능(AI)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레슨을 제공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AB 테스트(각각 다른 A와 B 구성을 집단을 나눠 보여줘 선호도를 조사하는 테스트)로 효과적인 학습 방식을 제안해준다고 한다.

이런 것까지? 흥미로운 점과 아쉬운 점

듀오링고에서 배울 수 있는 언어를 살펴보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언어를 발견했다. 하와이어, 나바호족어, 에스페란토어 이런 언어도 웬만한 외국어 학습 앱에서 찾을 수 없는 게 맞다. 하지만 클링온어와 발라리아어가 있다니.

클링온어(Klingon)는 공상과학 TV 시리즈 '스타트렉'에 나온 클링온들이 쓰는 언어다.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이후 언어학자에게 의뢰해 실제 사용 가능한 인공 언어로 만들어냈다. 인기 미드였던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이 즐겨 쓰는 것으로 나와 아마 익숙한 이들도 많을 거다.


듀오링고에는 발라리아어 중에서도 고 발라리아어(High Valyrian)를 배울 수 있다. 이는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조지 R. R. 마틴의 대하 판타지 소설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에 등장하는 언어다. 관심이 있다면 색다른 언어도 듀오링고에서 접할 수 있다.

톰 행크스나 귀네스 팰트로와 같은 유명 헐리우드 배우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듀오링고를 쓴다고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언어가 있으니 어떤 언어를 배우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아쉬운 점은 이 모든 언어를 한국어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어로는 아직 영어만 배울 수 있다. 클링온어를 비롯해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영어로 배워야 한다. 향후 한국어로 언어를 배우는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배울 수 있는 외국어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듀오링고는 서비스 투자도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가치는 약 7억 달러(약 8250억 원 )에 육박한다. 차세대 유니콘 기업이라 불릴만하다. 올해 매출도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약 9000만 달러(약 1060억 원)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창욱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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