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창시자는 왜 '웹 구원자'로 나섰나?

조회수 2019. 11. 30.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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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람. 1955년생. 옥스퍼드 물리학 전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근무. 2002년 BBC 선정 위대한 영국인 100인 중 한 명. 2004년 2등급 대영 제국 훈장(KBE)을 받아 기사 작위 획득. 2016년 튜링상 수상자이자 1남 1녀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를 소개하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그에게 붙인 가장 유명한 이름은 '웹의 아버지'가 아닐까. 팀 버너스 리는 CERN 근무 당시 현재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링크를 통해 다른 문서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1990년 세계 최초로 하이퍼텍스트 브라우저와 편집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1년 뒤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가 탄생했다.

그가 웹을 고안했을 때 철학은 '공유'였다. 하이퍼텍스트 자체에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하기 원하는 바람이 녹아 있다. 개방 또한 중요하다. 열려있는 웹, 인터넷 세상이 그가 바라던 웹의 본 모습이었을 터다.

하지만 지금의 웹은 초심을 잃었다는 게 팀 버너스 리의 생각이다. 웹상에는 각종 혐오와 범죄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와 나쁜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에 그는 실망했다. 정보의 독점도 마찬가지다. 이는 곧 웹의 독점을 의미한다. 특정 기업이 웹을 독식하려는 현상도 나타난다. 정부는 정보의 보고인 웹을 규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팀 버너스 리는 웹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한다. 1년 전 '웹을 위한 계약'이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처음에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팀 버너스 리 스스로가 이건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헌장'과 같은 웹을 위한 계약 '원칙'을 수립했다. 단순히 그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초안을 만드는 데는 프랑스와 독일 등 정부와 위키미디어, 웹 파운데이션과 같은 단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기업이 참여했다.

원칙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이라는 이용자 측면에서 각각 3개의 원칙과 역할을 명시했다. 원칙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항상 모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온라인상 개인 정보와 데이터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웹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과 규제 철회를 강조하는 문구다.

기업 역할 중 첫 번째로 강조되는 건 인터넷을 저렴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접속 환경을 수익화하는 데만 신경 쓰지 말고, 웹 접근의 보편성에 기여하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개인 정보와 데이터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온라인 신뢰 구축을 담당하라는 의미다. 또한 인류애를 위한 최선 방안을 지원하고 최악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요구했다.

시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칙은 이용자 즉, 시민이 웹상에서 크리에이터이자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담론과 인간의 존엄을 위한 강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원칙이 앞세운 '웹을 위한 싸움'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웹을 위한 계약 원칙'은 수많은 IT기업들에게 배포됐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MS, 깃허브, 트위터 등 150여 개 기업과 기관, 단체가 지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웹을 위한 계약 원칙을 준수하며, 확산에 노력하기를 약속했다.

팀 버너스 리의 싸움은 승리할 수 있을까. 많은 기업과 기관이 전선에 합류했지만, 이탈자에게 제재가 있는 건 아니다. 강력한 규제가 없으니 오롯이 정부, 기업, 시민의 자발적 참여해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령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의 남용에 대해서도 마땅한 제재 방안을 찾기 어렵다. 웹을 위한 계약 원칙 지지자 명단에서 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아마존 등 일부 글로벌 IT 기업은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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