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자살자 찾아 구조한다

조회수 2019. 11. 14.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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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8000km나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자살자를 찾아내 구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21세의 대학생인 리판은 밸런타인데이 다음날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 포기할 거야"라는 글을 남긴 뒤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빚을 지면서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졌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올린 게시물은 중국 난징에 있는 대학에서 약 8000km 떨어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에 곧바로 탐지됐다. 중국 각지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이 갔고, 신고를 받은 지역 경찰이 출동해 리판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인공지능(AI)으로 자살자를 탐지하고 구하는 '트리홀 구조대(Tree Hole Rescue team)'를 소개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인공지능 선임연구원인 황지센(Huang Zhishen)이 설립했다. 황 연구원은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팀이 지난 18개월 동안 600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약 700명을 자살 위험에서 구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깐만 망설여도 사람이 죽는다면서, 매주 최소 10명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바에 기반을 두고 '웨이보'에 있는 여러 개의 '나무 구멍(tree hole, 트리홀)'을 감시하고, 게재된 메시지를 분석한다. 트리홀은 인터넷상에 자신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공간을 말한다. 나무에 난 구멍에 비밀을 털어놓은 한 남자에 대한 아일랜드 이야기에서 따왔다.


인터넷상에 대표적 트리홀 중 하나는 2012년 자살 전 웨이보에 글을 남겼던 중국인 학생 주판의 글이다. 그녀가 죽은 후 게시글에 수만 명의 이용자가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댓글로 달았다. 이 글 타래가 일종의 '트리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올라온 메시지 중에서 자동으로 자살 관련 내용을 추려 위험 정도를 1-10까지 등급을 매긴다. 9는 자살 시도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이며, 10은 이미 실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 6 이하는 부정적인 단어만 언급되는 정도를 의미하며, 자원봉사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위험 정보는 중국 전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가 보내진다. 그리고 이 자원봉사자들은 자살하려는 사람이나 가족, 지역 경찰에 즉시 연락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때로는 이렇게 파악한 정보조차도 나이 든 가족들에게 우울증은 큰 병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지나쳐질 때가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새해가 되면 자살하겠다"라는 젊은 여성의 게시물을 찾았고, 자원봉사자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연락했다. 어머니는 "내 딸은 지금 행복하다"면서 자원봉사자가 우울증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 않았다. 이후 경찰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딸을 제지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마음을 바꾸었다.


여러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황 연구원은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웨이보가 웹 크롤러(정보 수집) 사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매일 3000개만 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2명 밖에 구할 수 없으며, 더 시급한 사건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구조된 사람들도 일부는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에 따르면 매년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8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자살은 도로 교통사고에 이어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들의 사망원인 2위로 집계됐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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