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가 없지만 있는? 가상 발전소!

조회수 2019. 9. 4. 1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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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겨울은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다.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 가능성도 높아진다. 에너지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소를 더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높지 않다. 특정 기간 동안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많이 지었는데, 에너지 소비가 줄면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때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VPP)' 개념을 도입하면 유용하다. 발전소 기능을 하지만 물리적 발전소는 아닌, 있지만 없는 듯한 가상 발전소는 어떤 것일까.

클라우드처럼 소규모 전력 생산 단위를 하나로 묶어

전통적 발전소는 수력·화력·원자력 발전소처럼 특정 지역에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부지도 넓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량도 상당하다. 가상 발전소는 특정 부지에 대규모 설비를 올리는 방식이 아니다. 각 가정 혹은 회사 등 소규모 단위의 에너지 저장소를 묶어 하나의 큰 발전소를 구성하는 개념이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지붕

1번 집에서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고 가정해보자.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대부분 불을 켜거나 냉장고를 돌리고,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쓴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전력 사용량이 많아,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일반적인 전력과 함께 이용한다.

그러나 봄, 여름 또는 밤에는 에어컨을 틀 필요가 없어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다.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 외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도 남아돌 정도다. 이 에너지는 ESS에 저장한다.계산하기 편하게, 이때 저장된 전력량이 1KW라고 가정하자.

2번 집도 있다. 1번 집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이 있고, ESS도 있다. 전력 사용량도 유사하다. 1번 집과 2번 집 에너지 저장량을 합치면 2KW가 된다. 만약 이런 집이 10개 있으면 10KW, 100개 있으면 100KW다. 100만개 집이 1번 혹은 2번 집과 같은 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활용한다면 100만KW가 생긴다. 원전 한기 수준 전력 용량이다.

물리적 형태의 발전소는 없다. 각 가정이 발전소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조그만 건전지를 병렬로 엮어 용량이 큰 배터리를 만들었다고나 할까.

에너지 생산 인프라와 ICT의 결합

극단적 예 덕분에 말은 쉬웠다. 하지만 가상 발전소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분산된 에너지 자원을 하나(발전소)로 묶어 제어·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정보통신기술(ICT)이 들어온다. 가상 발전소 사업자가 전력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상 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단이다.

가상 발전소는 전기 공급을 위한 계통 제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분산된 에너지를 수집하고 원격으로 에너지 흐름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첨단 배전 시스템도 필요하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W)로 제어하는데, 각 ESS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터넷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상 발전소를 에너지 인터넷(Internet of Energy)라고도 한다.

또, 에너지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을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인데 가상 발전소에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제한된다면 무용지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데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KT 등 통신사가 가상 발전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KT는 7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소규모 전력 중개 서비스 '기가 에너지 트레이드'를 출시했는데, KT가 가진 ICT 기술과 인프라를 가상 발전소에 적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유연해진 전력 시장, 쉽게 전기를 사고 팔 수 있다

그렇다면 가상 발전소는 왜 필요할까. 1번 집이 가상 발전소 생태계 안에 들어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1번 집은 에너지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투자했다. 태양광 패널과 ESS가 대표적이다. 집에서 쓰고 남은 전력을 저장해 가상 발전소로 넘겼다. 이 전력은 공짜가 아니다. 최소한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즉 1kw 전력을 다른 이(가상발전소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독일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의 가상 발전소 SW 개념도

기존에는 이러한 전력 판매를 한전이 도맡아 했다. 지난 2월 소규모 전력을 모아서 발전 사업자를 대신해 판매하는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이 허용됐다. 1MW 이하 소규모 발전 자원을 가상 발전소에 모아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물론 1번 집처럼 개인이 중개 사업을 직접 하긴 힘들다. 하지만 전기 분야 기사 1명을 포함해 전문 인력 2명만 있으면 사업자 등록이 쉬워 중소기업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전력 판매와 설비 유지 보수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

전력망은 클라우드 기반 가상 발전소로 더욱 똑똑해지고, 전력 시장은 소규모 전력 중개로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 

2023년 가상 발전소 시장 1조4323억원 예상

이러한 가상 발전소의 성장은 사실상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가상 발전소의 기본은 신재생 에너지다. 가상 발전소 네트워크 안에 들어올 수 있다면, 가정과 회사 내 태양광 패널뿐만 아니라 공장 등 산업 설비의 유휴 전력도 가상 발전소의 전력이 될 수 있다. 전기차도 작은 ESS가 되어 가상 발전소 안에 편입될 수 있다.

즉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가상 발전소도 함께 커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시작했지만, 호주·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미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9년 설립한 독일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는 수천 개 중소 규모 전력 생산 인프라와 소비처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가상 발전소를 만들었다. 창업한지 10년 만에 태양광과 ESS를 통해 수집한 전력량이 4.6GW에 달한다.

호주는 가상 발전소 사업에 속도를 내는 국가다. 호주 남부는 테슬라와 2022년까지 최소 5만 가구의 태양광과 ESS, 스마트 미터링 시스템을 묶어 세계 최대 규모 가상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총 8억달러를 투입해 태양광 설비용량 250MW, ESS 650MWh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 발전소인 듯하지만 물리적 발전소는 없는 '가상 발전소'가 성장세가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P&S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가상 발전소 시장은 11억8700만달러(약 1조4323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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