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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부른 '모노즈쿠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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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1

결국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된다. 청와대는 8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 탄핵 시위 당시 체결된 지소미아는 2년 9개월 만에 종료 절차를 밟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대북 정보 등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지 않는다. 한·일 관계가 격랑 속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국가(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경제 전쟁이 발발했고, 이에 대응 하기 위한 우리 측 카드이기도 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단호한 경고 성격을 갖는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경제 전쟁이 결국 안보 분야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부정하지만, 일본의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불거진 법적 문제를 일본이 경제 분야로 끌고 온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이쯤 되면 지소미아 파기를 부른 경제 전쟁 요인을 되짚어볼 만하다. 일본은 왜 강제 징용 배상 문제를 이유로 경제 보복에 나섰던 것일까.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제 전쟁 이유로 '모노즈쿠리'를 꼽는다. 모노즈쿠리(もの造り)는 '물건을 만들다'는 의미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란 뜻도 내포돼 있다. 일종의 장인 정신이다. 일본의 뛰어난 제조 기술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는 모노즈쿠리 경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글로벌 경제의 부품·조립·제조 분야를 담당하며 도약했다. 설계·개발과 판매, 사후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사실상 '한 팀'을 이뤘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은 뛰어난 품질을 가진 제품의 상징이자 브랜드 그 자체였다. 부품·제조 기술력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졌고, 일본 기술력은 세계 최고가 됐다. 경제 규모도 세계 2위 수준까지 올랐다. 가전과 자동차 등 일부 시장에서는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경제는 거품이 꺼졌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 빠졌다. 그 사이 우리나라와 대만 등 국가가 일본을 맹추격했다. 글로벌 경제는 철저하게 세분화됐고, 제조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소니의 성장과 쇠락, 부활을 보면 일본 경제와 꼭 닮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다시 '모노즈쿠리' 경제 기반을 닦으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취업박람회 찾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자사 홍보하는 일본 기업 직원

출처MBC

우선 일본 내부적으로 '사람'이 없어졌다. 모노즈쿠리 핵심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1960~80년대 기술 인재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일본은 심각한 구인난에 빠졌다. 지난해 5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를 보면, 구직자 1인당 구인자(기업)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평균 1.5였다. 인구와 기업이 밀집한 도쿄 경우 2.0 수준이다. 즉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 한 명에 인력을 구하려는 기업은 2곳이란 의미다.

2017년 일본 상공회의소가 전국 중소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인력 부족 대응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한 2776개사 가운데 60.6%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1682개사가 일할 사람을 못 구하고 있다. 일본 경제를 부상시켰던 기술력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모노즈쿠리의 단절을 뜻한다.

일본인이 빠진 자리는 외국인이 채웠다. 2008년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48만6398명이었다. 2016년에는 108만376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도인과 호주 사람 등이 일본 기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국 사람도 상당수다.

모노즈쿠리 부활의 발목을 잡는 외적 요소에는 우리나라도 있다. 기존 글로벌 경제구조에서 일본이 담당했던 '제조'를 우리나라가 맡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뛰어난 기술력도 갖추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퍼져나갔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일본 국가 경쟁력을 앞지르기도 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상설 부속 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1980년부터 매년 국가 경쟁력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작년에는 일본이 25위였고, 우리나라가 27위였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28위, 일본이 30위로 사상 최초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위협적 존재가 됐다. 아직까지 경제 규모는 일본이 크지만, 세계 시장에서 일본 산업을 일으켰던 모노즈쿠리가 빛을 잃고 우리나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니를 예로 들어보자. 소니 가전 사업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가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성장 곡선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핵심이 되는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가 없으면 소니 TV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주 단적이 예지만, 일본 모노즈쿠리 무게 중심이 한국에 일부 넘어간 것을 보여준다.

소니 OLED TV

일본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우선 모노즈쿠리의 부활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6월 내놓은 '2019년 판 모노즈쿠리 백서'를 보면, 일본은 (기술) 숙련 기능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즉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모노즈쿠리 단절을 피하기 위해 숙련 기능을 디지털화해 지속 전수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분야는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고 이런 기술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 제안형 비즈니스를 추구하기로 했다.

이는 내부적인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외부 위협 요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지금까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의 진입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 지키기다. 소재와 부품이다. 위협 요인인 한국의 소재와 부품 분야 진입을 가로막으면서 수출 규제 등으로 소재·부품 공급을 차단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가 강한 산업 분야를 타격할 수 있다. 일본 나름대로는 묘안이며, 우리나라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일본은 안보를 명분으로 수출 규제라는 경제 보복에 착수했다. 여기서도 모노즈쿠리가 등장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전략 물자 수출 관리(관리란 이름의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 "모노즈쿠리 대국이자 평화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종료 등 안보 분야까지 확대된 한·일 경제 전쟁이지만,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모노즈쿠리를 앞세워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외적 위협 요인인 우리나라를 지속 공격할 것이다. 그래야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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