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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애플에 삼성 '폭탄 피하기' 비상

조회수 2019. 8. 28.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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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애플 혁신이 한계에 부딪힌 걸까. 뛰어난 기술력·디자인·서비스로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애플이 이번엔 물귀신 작전에 돌입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아이폰 등 핵심 IT기기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 경쟁사인 삼성을 걸고 넘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대중국 보복 관세 부과 시 애플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중국 제재에 따라 현지 공장이 있는 애플은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 생산 비중이 낮은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아 애플이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의 타격, 미국이 원인인 자승자박?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팀 쿡 CEO와 만남 뒤 "관세를 내지 않는 회사(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이 관세를 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 "쿡 CEO가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으며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 CEO 주장에 당장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던진 대중국 관세에 따라 애플 등 자국 기업에 부메랑이 되어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팀 쿡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한 건 미·중 무역 분쟁 탓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월 1일(현지시간) "미국은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 나머지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분쟁 타결이 지지부진하자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기존 25% 관세가 부과된 2500억달러 규모 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은 10%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은 아이폰 전량을 폭스콘에서 생산하는데, 폭스콘 공장이 중국에 있다 보니 10%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결국 아이폰 최대 수요 시장인 미국이 자국 기업 애플에게 폭탄을 안겨준 셈이다. '아이폰을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되면, 최고가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 XS MAX' 기준 999달러(약 121만원)에서 1099달러(약 133만원)로 가격이 뛰게 된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에어팟, 아이워치와 아이폰 액세서리 등까지 고려하면 관세 폭탄으로 인해 미국 내 애플 제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고려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휴대폰과 노트북 등 IT 기기 관세를 12월 15일부터 부과하기로 연기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3개월 정도 시간을 벌었지만, 관세가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애플은 왜 삼성을 걸고 넘어졌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따져보면, 팀 쿡 CEO는 불만을 토로할 때 삼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자기 회사는 관세를 내 가격 경쟁력 상실 등 타격이 불가피한데, 삼성은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이 미·중 무역 전쟁 폭탄을 피해 가니 배가 아플만하다.

삼성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삼성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폭탄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생산 공장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공장은 우리나라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중국 등 6개국에 있다.

중국 공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중국 톈진 공장을 철수했다. 중국 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존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했을 때 이점이 점점 사라진 것이다. 올해는 중국 후이저우 공장 인력도 축소하면서 생산 거점의 무게 중심을 중국 외부로 옮기고 있다. 탈(脫) 중국에 나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미국의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삼성 스마트폰은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된다. 1997년 미국과 우리나라 등 세계 58개국이 체결한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 국가에서 생산된 IT 기기는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했다. 중국도 이 협정에 포함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중국 배만 불려줬다"며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은 10% 관세를 부과 받고, 경쟁사인 삼성은 무관세니 애플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국 정부(미국)가 던진 관세 폭탄을 오롯이 자기네들만 떠안게 되니 삼성이라도 걸고넘어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물귀신 작전밖에 없었나

애플이 꼭 삼성을 걸고 넘어지지 않더라도 대안은 있다. 그러나 이 대안이 마뜩잖은 것이 문제다. 애플도 삼성처럼 '탈 중국'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내 생산 시설 가운데 최대 30%까지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스콘 공장

그러나 애플은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 제조 단가를 최대한 낮추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중국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에서 자리 잡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마진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애플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점이라, 대규모 생산 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또 옮기더라도 전체 30% 밖에 되지 않아 70%는 여전히 관세 부과 대상이다. 아직까지 애플은 탈 중국 전략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앞서 지난달에도 애플은 미국의 대중국 보복 관세에 대한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정부에 중국산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애플은) 미국에서 생산해라. 그러면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놓인 애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를 자국 내로 끌어오려는 목적이다. 미·중 무역 분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등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 폭탄을 던졌지만, 삼성과 LG는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것으로 급한 불씨를 껐다.

삼성전자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생산 기지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애플에게 원하는 방향도 최종적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리라.

애플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대중국 보복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길 경우, 인건비 등으로 아이폰 가격은 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아이폰 제조 라인을 미국으로 옮길 경우 최종 상품 가격이 20%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상승 요인 탓이다. 생산라인을 10% 미국으로 옮기면 가격 상승은 8%, 생산라인을 절반 옮기면 14%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중국에 있자니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으로 가려니 인건비 때문에 역시 아이폰 제품 가격이 오른다.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아이폰 가격 경쟁력 상실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물귀신은 무섭다

경쟁사인 애플의 곤란함으로 삼성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마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삼성의 피해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팀 쿡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려움을 호소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반응했다. 즉 애플 입장을 공감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애플이 원하는 것처럼 '물귀신' 작전에 힘을 실어줄 순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핀셋' 제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콕 집어던진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에서는 터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애플의 우는소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 같은 상황으로 만들어줄게'라며 한국산 IT기기에 관세를 부과할 있다는 의미다. 혹은 WTO ITA에 포함된 다른 나라에도 중국에게 썼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지 모른다. 

이 경우 자유무역에 대한 국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가 쉽게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탁기와 철강 등에서 세이프가드 사례도 경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WTO ITA는 크게 신경 쓸만한 족쇄는 아닌듯하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만약 제재가 들어온다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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