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육체와 정신의 인지 부조화 연기에 눈을 뜬 신혜선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조회수 2021. 1. 25.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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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vN, SBS

tvN 퓨전 사극 [철인왕후]는 그 유머 코드만큼이나 강렬한 각종 논란(원작 소설의 혐한 표현, 실존 인물에 대한 왜곡 등)으로 방영 초기부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처럼 작품에 문제는 많을지언정 타이틀롤인 철인왕후 김소용을 맡은 신혜선의 연기력만큼은 이의 제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발군이다. 데뷔 후 순수하면서도 진지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근대 왕비의 몸에 깃든 현대 남성’을 200% 소화하는 것을 보면, 배우 본인의 삶에서 이런 변화와 관련된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신혜선의 진가를 뒤늦게나마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철인왕후]와는 시대도 상황도 다르지만,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역시 육체와 정신이 서로 대립되는 주인공의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에 깨어난 여자와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남자의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로, [그녀는 예뻤다]의 조성희 작가가 각본을 쓰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의 조수원 PD가 연출했다.

이름부터 알콩달콩한 ‘꽁설커플’의 동반 성장

우서리와 공우진의 로맨스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꽁설’이란 커플명만큼 시작부터 상당히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비록 우진이 서리의 소중한 초코파이를 깔아뭉개면서 ‘똥 아저씨’란 굴욕적인 별명을 얻긴 했으나, 흔히 ‘혐관(서로 싫어하면서도 관심을 주고받거나 자꾸 얽히는 관계)’으로 출발하는 여타 러브라인과 달리 둘은 무난하게 인연을 맺었다.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의로, 혹은 타의로 과거에 머물러 허덕이던 이들은 상대를 깨우쳐 주기도, 보듬어 주기도 하면서 각자에게 남은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자라게 된다. 코로나19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유난히 힘들었던 2020년의 여파가 여전히 지속 중인 지금, 서리와 우진의 해피엔딩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진한 여운을 흩뿌릴 것 같다.

짠한데 귀엽다! 애기 취급에도 사랑 못 잃는 서브남주

로맨스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다정하고 헌신적인 서브남주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유찬은 우진의 조카로, 삼촌의 지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제 또래나 다름없는 서리와 친구가 되면서 어느새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서리가 입가에 묻은 도넛 부스러기를 알려주며 자신을 애기 취급하자 한없이 불안해하고, 멋진 정장 차림으로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을 ‘아저씨’ 또는 ‘학생’으로 부르는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는 찬의 감정선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그리고 흐뭇하게 만든다. 흔한 막장 드라마였다면 메인남주와 서브남주의 볼썽사나운 파워게임 때문에 여주만 중간에서 힘들어하거나, 반대로 줏대 없는 여주의 ‘어장 관리’로 두 남자만 죽어나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찬은 이루지 못할 첫사랑의 고백을 끝으로 서리를 후련하게 보냄으로써 시청자들이 유찬이라는 인물에, 드라마에 더더욱 푹 빠지게 만들었다.

악역도, 무리수도 없는데 재미있는 희귀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자극적인 양념이 거의 없는 무공해 식단 같은 드라마였다. 비록 후반으로 가면서 인물들의 숨겨진 인연이 다소 작위적이란 느낌은 있었으나, 실제로 이 좁은 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관계가 엮이는 방식에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단순 재미를 위해 스토리에 억지스러운 사건을 끼워 넣지도 않았고, 서리와 우진의 사랑을 방해하는 빌런조차 없으며, 편한 마음으로 계속 볼 만한 전개였다. 질투하던 경쟁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태린, 죄책감을 떨치고 서리 앞에 다시 선 외숙모, 진로를 바꿀 정도로 서리를 사랑했지만 결국 친구로 남은 형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고 감정을 되찾은 제니퍼 등 드라마를 빛낸 모든 캐릭터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은 사례가 이 작품 이후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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