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존스' 시대가 외면한 언론의 양심과 슬픈 역사

조회수 2021. 1. 6.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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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미스터 존스 - 부패와 무관심에 외면당한 언론의 양심

출처: 디오시네마

에디터 현정: ★★★ 마음이 무겁고 슬퍼지는 이야기다. 1933년 스탈린 정권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했으나 여러 이해관계와 무관심이 맞물려 진실을 외면당했던 가레스 존스의 위험천만한 취재 여정을 다룬다. 뒤늦게야 세상의 조명을 받은 탐사 실화는 익숙한 패턴으로 정직하게 흘러가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언론과 정부(권력)를 되풀이하며 경험해왔기에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스타일리시한 멋은 부리지 않아도 색감 대비를 통해 스탈린 정권의 참혹한 실상을 강조하며, 가레스 존스가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던 이유를 보여준다. 도청, 미행 등 감시가 만연한 모스크바는 냉담한 푸른 톤으로, 굶주림과 죽음뿐인 홀로도모르(Holodomor)가 진행되는 우크라이나는 황량하고 암울한 흑백톤으로 담아내 사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기자의 양심과 사명감으로 잔혹하고 슬픈 역사를 고발한 가레스 존스의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그의 기사에 영감을 받고 『동물농장』을 완성한 조지 오웰의 목소리가 극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걸 - 정체성과 몸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출처: ㈜더쿱

에디터 혜란: ★★★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다. 열여섯 발레리나 라라는 현재 성전환을 진행 중이다. 가족은 라라의 성전환을 열렬히 지지하고 발레 학교에 진학한 라라를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럼에도 그는 학교와 사회, 개인 간 관계에서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의 몸이 하루빨리 '여자'의 것이 되는 데 집착한다. 영화는 학교를 다니고, 연습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또래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라라의 곁에서 지켜본다. 각본은 평온한 일상 아래 그의 정신을 뒤흔들 사건들을 연결하며 감정을 고조시키고, 연출은 그의 상황과 경험, 감정을 필요한 만큼만 표현해 관객에게 전한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라라가 한 선택은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 충분히 이해된다. 영화는 ‘몸’의 트랜스에 초점을 맞추며 신체가 정신에 주는 영향을 잘 보여주지만, 라라가 겪는 모든 문제가 결국 아직 완전하게 전환되지 못한 몸 때문이라는 논리로도 발전할 수 있다. 영화의 의미를 어디까지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관객에게 달렸다.

차인표 - 차인표의 눈부신 망가짐, ‘코미디를 그대 품안에….’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차인표의, 차인표에 의한, 차인표를 위한 작품이 넷플릭스에 등장했다. [차인표]는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사는 스타가 무너진 건물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은 작품으로, B급 감성을 물씬 풍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연기는 물론, 출세작 [사랑의 그대 품안에]부터 CF까지 패러디하며 웃음과 안쓰러움의 경계를 넘나 든다. 단순히 주연 배우의 명성과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다행이다. 매니저로 출연한 조달환의 존재감은 중반부 이후 시원한 독설과 함께 도드라지며, 주변부의 좌충우돌로 인해 차인표가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황은 90년대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다만 작품의 도전적인 시도가 가끔씩 과해서 보기 민망할 때가 있으며, 유머 코드 대부분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소위 ‘병맛’이라는 점도 호불호를 많이 갈리게 한다. 단점들이 눈에 띄지만, 차인표의 활약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눈물겹다. 특히 자기반성에 가까운 후반부는 인물의 극적인 변화와 맞물려 의외로 뜨거운 감정을 전한다. 여러모로 배우 본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출연이었을 텐데, 그 처절하지만 의미 있는 ‘망가짐’에 박수를 보낸다.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파트 4 - 이거 해피엔딩 맞나요…?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사브리나를 떠나보내며 여운보다는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네 번째 시즌은 이전의 사건들로 발생한 타임 패러독스뿐 아니라, 인류를 위협할 엘드리치 테러까지 해결해야 하는 사브리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케일로만 따지면 시리즈 중에서도 역대급이다. 그러나 많은 걸 담으려 한 게 욕심이었을까? 마지막 시즌은 작품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사라지고 이야기도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연애에만 집착하는 10대들로 변했고, 스토리는 [굿 플레이스]와 [하이스쿨 뮤지컬], [기묘한 이야기]를 ‘잘못’ 섞은 듯 어딘가 어중간하다. 사브리나가 닉과 함께하게 되는 게 해피엔딩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면 해피엔딩이 아니라 ‘헬(Hell)피’엔딩 같기도 하다. 급작스러웠던 후속 시즌 제작 취소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심지어 '리버데일'과의 크로스 오버까지 예정되어 있었는데…).

욕의 품격 - 맛깔나게 알려주는 욕설의 역사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기쁠 때나 슬플 때, 언제 어디서나 감탄사처럼 사용하며 가볍게 지나칠 법한 욕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욕의 품격]은 영어권에서 쓰이는 비속어 중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을 다방면으로 집중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Fuck, Shit, Damn 등 비속어 여섯 개를 중심으로 언어학자, 대중문화 전문가, 코미디언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단어의 기원부터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본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사회를 맡아 유쾌하게 진행되며 각 러닝타임은 20분으로 짧은데도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비속어가 만들어지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종차별적, 여성혐오적인 측면으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을 짚어줌과 동시에 해당 비속어 사용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토막 지식을 선사하는 코믹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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