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2' 더 흐릿하고 어두운 장막 앞에서

조회수 2020. 9. 7. 14: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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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또다른 장막을 걷어내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출처: tvN

드라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과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이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탄탄한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훌륭한 연출은 방영 3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된다. 시간이 흐르며 수작은 명작이 되었고,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제작되었다.


새 시즌은 원래 [비밀의 숲]이 다루던 ‘사법권력의 정의’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라는 시의성 있는 배경 위에 놓았다.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기소하는 권한을 누가 가질 것인가”로 검경은 오랫동안 싸워왔다. 드라마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규정하기보다 조직을 위해 진실을 이용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도구로 쓰려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영웅으로 대접받는 현실을 그린다. 시목의 새 상관 우태하, 여진의 새 상관 최빛은 부하 직원들에게 진실은 침묵하고, 상대를 이용하거나 염탐하라고 지시한다.

출처: tvN

시즌 1에서 이창준은 자신의 고결함을 희생하면서 빌런이자 히어로가 되었다. 시청자의 쾌감은 크겠지만, 현실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반면 시즌 2는 예전처럼 눈에 보이는 빌런은 없고, 악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신 조직의 번영이라는 야심을 내재한 인물들이 언론 플레이와 정치놀음을 일삼고, 금전에 눈이 먼 자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동료들을 협박한다. 시청자는 어떻게 보면 더 하찮고, 더 치가 떨리는 현실을 주인공들과 함께 마주한다.


시즌 1과 2의 다른 차이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시즌 1은 몇 개의 사건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벌어지면서 마침내 진실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시청자는 캐릭터 모두를 의심하지만, 이야기의 ‘몸통’은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 반면 시즌 2는 안개 같다.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통영 바닷가 익사 사건, 세곡지구대 경찰 사망 등 6화까지 직간접적으로 나온 사건 또는 이슈가 총 7건인데, 검경의 날카로운 칼이 쉴 새 없이 부딪히는 것 말고는 그 쓰임은 여전히 모르겠다. 또한 시즌 1은 사건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분명했는데, 시즌 2에서 사건은 검경 대립을 그리기 위한 곁가지 같다. 이전과 너무 달라서 내가 알던 [비밀의 숲]이 맞나 의심도 했지만, 지금은 어떤 이야기를 펼치려는지 더 궁금하다.

출처: tvN

[비밀의 숲] 시즌 2는 이창준의 죽음 2년 후가 배경이다. 시간이 흘렀는데, 시목과 여진은 예전 그대로일까? 시목은 여전히 상사와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는 ‘마이웨이’를 고수한다. 상사들에게 지시는 받되 눈치는 보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든 옳은 말을 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다. 반면 여진은 변했다. 짧은 단발머리는 무거워 보이는 긴 머리가 되었다. 종횡무진 현장을 뛰어다녔던 형사의 움직임은 행정경찰이 되면서 무겁고 느려졌다. 무엇보다 여진은 지쳤다. 정의와 진실을 우선하려 노력해도 대답 없는 높은 벽에 매번 몸을 던지는 자신이 마모되는 걸 느낀다.


6화에서 두 사람이 여진의 집 옥상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드라마를 보며 느낀 희망과 패배감, 외로움과 동지애 같은 감정을 한 곳에 모은다. 여진은 “아무리 지켜봐도 안개는 못 막고, 아무리 잡아도 나쁜 범죄자는 줄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시즌 1부터 본 시청자라면 여진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여진에게 시목은 “요즘은 그림 안 그립니까?”라고 말하며, 예전의 여진을 다시 불러낸다. 그는 변한 여진을 다그치는 대신 “해안선을 지켜볼 의무가 있다”라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지금은 목적을 위해 대립하는 조직에 속하지만, 시목과 여진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정의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을 공유한 파트너라는 걸 보여준다.

출처: tvN

9월 5일 방영한 7화에서 [비밀의 숲] 공식 ‘하찮은’ 캐릭터, 서동재가 실종되며 이야기는 극적 전환을 맞이한다. 예전과 변함없이 출세를 꿈꾸고, 권력을 좇으며, 대검과 한조그룹을 드나들며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하려 한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으로 모든 캐릭터의 시선이 한 사건에 몰렸고, 여진과 시목은 현장으로 돌아가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동재의 실종은 그동안 언급된 모든 사건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정의를 쫓는 시목과 여진은 어떤 답을 얻게 될까? 장막을 걷어내고 비밀의 숲을 마주했을 때의 쾌감을 시즌 2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안개가 자욱이 낀 채 반환점을 도는 [비밀의 숲 2]를 더 기대하는 이유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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