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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했을까' 죄송하지만 저는 사랑 못하겠어요

조회수 2020. 8. 10.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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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우리, 사랑했을까]에 대한 감상은 주인공 이름만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NO 애정’. 로맨스에 다양한 장르를 조합한 매력적인 드라마가 많은 요즘, [우리, 사랑했을까]에서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프로듀서 노애정에게 사랑은 사치다. 14년 전 덜컥 아이가 생기면서 영화인이라는 ‘꿈’ 대신 ‘생계’를 좇게 됐지만, 대학을 그만둔 게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가까스로 계약직 경리로 영화사에 취직한 이후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단 애정. 그러나 정직원 전환을 빌미로 대표가 내민 보증서에 이름을 적는 바람에 10억 5천만원이라는 빚을 뒤집어쓰고 만다. 아이 아빠는 뭐하고 있었냐고?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일단 죽은 셈 치란다.


그런 노애정이 웬 남자들과 얽힌다. 한둘이 아니라 무려 네 명이다. 회사 대표가 사채를 빌려 쓴 나인 캐피탈 대표 구파도와 베스트셀러 작가 겸 대학시절 남자친구 천억만(본명 오대오), 할리우드 진출까지 앞둔 인기 영화배우 겸 대학 선배 류진, 딸 하늬의 담임선생님이자 대학시절 인연이 있는 연하남 오연우까지. 노애정은 사랑은커녕 당장 살 길도 막막하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처: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흔히 ‘일대다(1:N) 로맨스’ 또는 ‘역하렘물’이라 부르는 장르에 한 가지 요소를 더했다.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된 재미 중 하나였던 ‘남편 찾기’다. 죽은 걸로 여기라던 노애정의 남편이 오대오와 류진, 오연우 중 한명일 거란 떡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10화 기준으로 누구인지는 거의 판명 난 상황). 제대로만 만들면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요소를 더한 [우리, 사랑했을까]가 재미있는 드라마일까? 아직까지는 ‘그렇다’라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물론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1~2%를 오가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면 [우리, 사랑했을까]의 현재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출처: JTBC

우선 소재가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게 아쉽다. 과장 조금 보태서 [우리, 사랑했을까]는 그동안 수없이 봐온 ‘평범한 드라마 중 하나’일 뿐이다. 한 명의 여자 주인공을 둘러싼 잘난 남자 여러 명의 구애를 다룬 드라마는 2009년 [꽃보다 남자]부터 최근 [오 마이 베이비]까지 어림잡아 수십은 된다. ‘아빠/남편 찾기’도 이제는 딱히 흥미를 당기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 등을 통해 수많은 로맨스물을 접하면서 취향이 다양해지고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캐스팅만 다르고 스토리는 이전 작품들과 다를 게 없는 [우리, 사랑했을까]가 통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만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다. [우리, 사랑했을까]는 캐릭터, 네 남자 주인공은 물론이고 특히 노애정을 다루는 방식도 상당히 올드하다. 드라마 초반부에는 제법 그럴싸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사인 ‘어쩐지 애가 ○○ 없는 티가 나더라’에선 한숨이 나왔지만, 꿋꿋하게 하늬를 키우며 자신의 업무에도 열심인 애정의 모습은 분명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됐을 테다. 이런 애정의 모습이 끝까지 유지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애정의 서사는 온데간데없어진다. 그저 대오와 진, 연우의 애정공세에 흔들리는 또 한 명의 ‘신데렐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물론 군데군데 애정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10년 전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던 스토리라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날려버린 것이다. 주체적이고 멋진 여성을 그려내는 서사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큰 요즘, 구시대적인 캐릭터 서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 매력적이지 못하니, 14년째 노애정을 못 잊은 3인방의 감정선에도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는다.

출처: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이제 중반을 넘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의 가장 큰 수수께끼였던 하늬 아빠의 정체도 곧 밝혀진다. 그러나 10화까지 시청한 결과 아빠가 누구인지, 마지막 순간 노애정과 함께 할 사람은 누구일지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 설령 누군가와 이어진다 해도, 14년의 공백과 상처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현실적인 답안도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애정이 그 어떤 남자도 택하지 않고, 하늬와 엄마와 셋이 산다는 결말로 끝난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때는 ‘결말은 마음에 드네’라며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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