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저녁 같이 드실래요?' 혼자 먹는 밥이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회수 2020. 6. 29. 16:5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랑의 불시착]에서 서단 역을 맡아 빛나는 매력을 선보였던 배우 서지혜. 구승준 역의 김정현과 구단커플로 불리며 메인 커플 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주연으로 나서 송승헌과 로맨스를 선보인다. 서지혜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웹툰 원작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전 연인에게 상처 받은 경험이 있는 우도희와 김해경이 우연히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위안을 얻고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지혜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 제작 회사의 ‘병맛’ 콘텐츠 담당 프로듀서 우도희를, 송승헌은 음식으로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푸드 테라피스트이자 정신과 의사인 김해경을 연기한다. 두 사람은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나 저녁을 먹은 것을 계기로 점점 가까워지는데, 때마침 등장한 두 사람의 전 연인과 엮이면서 네 사람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시작은 괜찮은 듯 보였다.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 필연이라는 듯이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두 사람의 만남은 특별하게 이어져갔고, 보여주는 합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업무적으로 엮이는 장면부터 당혹감이 일기 시작한다. 김해경을 섭외하려던 우도희는 욕설인 듯 아닌 듯한 메일을 보내고, 김해경은 태도를 지적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응수한다. 만화 속 한 장면이었다면 갈등을 불어넣을 재미있는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 두 사람의 행동은 실제 직장인이라면 몰입이 깨질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김해경의 직업이 정신과 의사인 만큼, 그런 식의 대처 방식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던 전 연인들 역시 이입하기 쉽지 않다. 우도희의 첫사랑이었던 정재혁과 김해경의 전 연인 전노을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을 매몰차게 버린 채 사라졌다가, 태연하게 다시 나타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상대방의 감정이 어떠한지는 전혀 관심도 없다는 듯 자신의 감정만 밀어붙이는 모습은 불편하게 다가오고, 특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접근하는 정재혁은 불쾌감을 더한다. 게다가 전 연인을 연기하는 손나은과 송승헌은 18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인지 도저히 연인 비슷한 케미가 전해지지 않아 몰입을 방해하는 데 한몫한다.


오로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개그씬은 인물들의 호흡에 적응할만하면 산통을 깨듯이 나타난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 가수부터 각종 패러디가 코믹하게 그려지는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가까스로 끌어올린 몰입감이 흩어지고 마는 결과를 낳는다.


가장 결정적으로 나쁜 인상을 심어준 부분은 감수성 떨어지는 신조어의 남용이다. 극중에서 전노을의 어머니가 사기를 치고 잠적하자 ‘빚투’라는 단어가 쏟아지듯 등장한다. 여성들이 성폭력에 맞서 가해자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로 변질시켜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는 뜻으로 변형한 단어가 꾸준히 등장하는 것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드라마에서 저녁 식사는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앉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치유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야기의 중반부를 넘어선 지금은 갈수록 그 의의가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다. 가장 최근화에서 우도희와 김해경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어 정재혁, 전노을과 더더욱 강하게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후반부에서는 주인공들의 서사와 케미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대로는 혼자 먹는 저녁 식사가 가장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원희

제보 및 문의 contact@tailorcontents.com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