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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갑포차' 이승·저승·그승은 참신한데, 전개는 식상

조회수 2020. 6. 15. 14: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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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주인도 손님도 모두가 갑이라는 ‘쌍갑포차’에서는 맺힌 속마음을 모두 풀 수 있다. 배혜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쌍갑포차]는 저승에서 온 까칠한 이모 월주와 귀반장, 인간 알바생 한강배가 사연 많은 손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이야기를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로 담아낸다.


웹툰의 설정을 빌려온 만큼 신선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월주는 전생에 지은 죗값을 치르느라 이승에서 500년째 10만 명의 맺힌 한을 풀어줘야 하는 염라대왕의 명을 수행 중이고, 한강배는 살짝만 몸에 닿아도 상대방이 속마음을 꺼내놓는 특이체질을 개선하고자 월주와 계약을 맺고 쌍갑포차에서 일한다. 온갖 잡일을 도맡은 귀반장은 보기와 달리 저승경찰청 형사반장 출신이다. 세 사람은 손님들의 고달픈 사연을 듣고 ‘그승’이라 불리는 꿈속으로 들어가 맺힌 한을 풀어준다.

출처: JTBC

매회 다른 사연을 갖고 등장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부당하고 억울한 갑질부터 순간적인 잘못과 오해가 부른 안타까운 사연이 다양한 감정을 자아낸다. 통쾌하고 후련하다가도 연민의 마음이 들고, 위안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에피소드마다 편차가 있긴 해도 드라마의 주테마인 권선징악과 따뜻한 인간애를 마냥 교훈적으로 풀어내지 않아서 몰입이 편하다. 착한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나 코미디의 본분에 충실하고, 우리네 이야기를 보듯 친숙하다.


드라마 버전 [신과함께]로 불려도 좋을 만큼 완성도 높은 CG도 의외의 볼거리다. 극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지만, 이승과 저승, 그승을 오가는 설정을 이질감 없이 표현한다. 2화에서 세 사람이 무의식의 무의식을 찾기 위해 아찔한 미로 계단을 지나 외나무다리 같은 절벽을 건너는 장면과 3화에서 귀반장이 신출귀몰한 변신술을 선보이는 장면은 [쌍갑포차]만이 갖고 있는 판타지와 코미디를 특징적으로 잘 드러낸다.

출처: JTBC

독특한 설정, 무난한 전개, 깨알 같은 볼거리까지 딱히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상의 찰진 재미가 부족하다. 드라마의 세계관과 세 인물의 관계를 구축할 때만 해도 신선했으나 어느샌가 이야기가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이다. 월주를 중심으로 전생의 인연에 대한 미스터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장점이라 여겼던 잔재미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개성 강한 세 인물의 케미와 저마다 사정은 달라도 공감 가는 사연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췄으나 5화를 기점으로 월주의 과거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세자와의 안타까운 로맨스를 강조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강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 중반을 넘어서면서 초심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사연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전생의 씁쓸한 기억을 불러오기 위한 구실에 가까워 보이고, 어떤 때는 월주의 전생을 강제로 마주하는 기분마저 든다.


게다가 포차에서 활약을 기대했던 한강배는 이야기의 구경꾼으로 밀려났다. 초반과 달리 특이체질 한강배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극에서 존재감은 점점 아쉬움을 남긴다. 한강배의 선한 마음씨는 이승의 인간들을 냉소적으로 보는 월주와 뚜렷이 대비되지만, 그의 장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그저 월주와 귀반장을 가족처럼 여기는 모습만 반복되고, 또 다른 특이체질 소유자 강여린과의 핑크빛 기류(두 사람은 아직 서로의 비밀을 모른다)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기만 한다.


이제 종영까지 4회만 남겨둔 [쌍갑포차]는 점점 밀려드는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까? 월주의 전생에 관한 미스터리가 넉넉한 위로를 전하고자 했던 드라마의 주제와 조화롭게 맞물리기를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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