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무도 모른다', 이젠 알아서 결말이 더 기대된다

조회수 2020. 4. 6. 14: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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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이 시국에 사이비 종교 소재의 드라마라니,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뻔한 드라마가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는 단순히 ‘사이비 종교 스릴러’라 칭해선 안 되고, 그러기에 아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 이 작품이 그토록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모른다]는 피해자들에게서 ‘성흔’이 발견되는 연쇄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차영진은 강력계 형사가 되어 오늘날까지 범인을 추적한다. 지칠 대로 지쳤을 무렵, 진범임을 자처한 서상원이 또 한 명의 피해자를 낸 뒤 영진의 눈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랜 시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 허무하게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바로 영진과 평소 가깝게 지내던 고은호가 호텔 옥상에서 투신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 사이에는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신생명 교회’라는 접점이 있다. 상원은 과거 신생명 교회 목사였고, 은호가 다니는 중학교 이사장과 담임, 심지어 호텔 대표 겸 재단 이사장까지 신생명 보육원 출신이다. 은호가 우연히 구해준 사람은 교회 관계자이기도 하다. [아무도 모른다]는 성흔 연쇄살인사건과 은호의 투신 사이의 엉킨 실타래 같은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가며, 학교 폭력에 의해 벌어진 줄 알았던 은호의 사고에 사이비 종교 관련 범죄나 타살과 같은 여러 가능성을 통해 스토리를 확장하고 흥미를 유발한다.

출처: SBS

[아무도 모른다]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이 시국’ 드라마라서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현실을 반영하듯 사이비 종교가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소재일 뿐이다. [아무도 모른다]의 원동력은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이러한 의문을 해소시켜주며 몰입을 돕는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초중반까지 제목대로 ‘아무도 모르는’ 전개였다. 성흔 연쇄살인사건과 은호의 사고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좋은 어른은 못 되어도 나쁜 어른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라거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애매한 드라마 소개 문구가 어떤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는 서두르지 않고 정해놓은 페이스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우리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놓는다. 서사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데다 풀어놨던 떡밥(?)까지 충실히 회수하고 있으니,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분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장르인 이 작품이 꾸준한 시청률(9%대)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한다. [아무도 모른다]의 핵심 캐릭터 삼인방을 연기한 김서형과 류덕환, 박훈뿐 아니라 비중이 적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까지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한 듯한 퍼포먼스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들 중 가장 눈 여겨볼 배우는 고은호 역의 안지호다. 은호가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인 만큼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상당히 몰입에 방해가 될 텐데, 내로라하는 성인 배우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출처: SBS

다만 특유의 느린 호흡은 크나큰 단점이 되기도 한다. 9회와 10회가 방영된 이번 주에 '은호는 왜 뛰어내린 것일까?'를 비롯한 의문들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서사가 타 스릴러물과 비교하면 상당히 느린 편이기에 보는 입장에선 드라마가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안 그래도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가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드라마에 답답함을 해소할 '사이다'가 없었던 게 [아무도 모른다]에 방해가 된 듯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이제 드라마 종영까지 6편의 에피소드가 남았다. 그동안 의식을 잃었던 은호가 마침내 깨어났고, 영진은 예상치 못한 과거에 발목이 붙잡히며 새로운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호흡이 느리다'는 아쉬운 말이 나올 정도로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가며 예열을 마친 [아무도 모른다], 과연 오랜 예열은 지금까지 답답함을 감내한 우리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까? 드라마 제목처럼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부디 그러길 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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