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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경계 허문 예능의 새 역사, 뒷모습도 아름답게 남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3. 20. 16: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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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약 3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온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 ‘히어로’ 임영웅의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국내 트로트 열풍의 기폭제가 된 전작 [미스트롯]과 마찬가지로 [미스터트롯]도 온갖 화제와 신기록을 낳았다. 특히 지난 12일 최종 7인의 결승전을 다룬 11회 방송분은 무려 자체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제공, 전국·유료 가입가구 기준)에 이르며 종편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고, 모든 방송사의 음악 예능을 통틀어서도 최고 시청률 기록을 새로 썼다.

출처: TV조선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TV조선 [내일은 트롯] 시리즈의 의의는 바로 모든 세대를 한 팬덤으로 아우른 것이다. 이전까지 트로트는 어르신들이나 좋아하는 장르로 치부됐지만, [미스트롯]을 기점으로 타 방송사들이 유사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 소비층인 10~30대 시청자들도 트로트에 관심을 갖고 즐기게 됐다. 게다가 디지털 라이프에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중장년층도 좋아하는 참가자를 위해 문자투표에 참여하고, 유튜브로 경연 영상을 감상하며 댓글 창을 도배하는 등, 젊은이들 못지않은 콘텐츠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세대와 장르의 통합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이뤄졌다. [미스터트롯]의 경우 이미 현역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이들도 다수 참가했지만 성악·비트박스 등 아예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도 있었고, 심지어 연예계 경력이 전무한 군인·대학생·초등학생 참가자들도 있었다. 심사위원단 또한 트로트계 대표 가수 장윤정·박현빈·진성을 필두로 노사연·이무송 부부, 작곡가 조영수, 박명수, 신지, 김준수, 붐 등 여러 분야의 스타들로 구성됐다.

경연곡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제목에 맞게 트로트였지만 실제 무대 위에서는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활동 장르만큼 많은 변주가 시도됐다. 특히 결승전에서 최종 1위 ‘진(眞)’을 거머쥔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방영 기간 중 취약점인 댄스에 도전하기도 했고, 흥과 한을 적재적소에 발휘하는 ‘감성 장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결승전 2차 경연에서 부른 마지막 곡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불렀다는 도성의 “배신자”였다. 아픈 가족사가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한 부분도 없지 않았겠지만, 임영웅 본인의 장기인 애절한 보컬이 없었다면 중간 순위 2위에서 대국민 문자투표 1위(총 137만 4,748표)로 역전해 우승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출처: TV조선

대망의 [미스터트롯] 결승전은 준결승을 통해 최종 7인이 결정된 순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일곱 참가자 모두 EDM ·댄스·클래식·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개성적인 무대를 펼치면서 긴장감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대국민 문자투표 건수의 폭주로 서버의 집계 속도가 떨어지며 제작진이 최종 결과 발표를 1주일 뒤인 19일로 보류하고, 발표일이 14일로 다시 앞당겨지는 등 막판에 잡음이 꽤 발생했다. 3시간이 넘도록 브라운관을 지켜본 시청자들로서는 진이 빠졌겠지만, 엠넷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수없이 지적받았던 공정성 문제를 감안하면 [미스터트롯]의 선택은 불가피하고 유일한 최선책이었다.


[미스터트롯]은 매우 감동적인 결말로 끝났지만 방송 내내 구설수가 적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숙명(?)과도 같은 ‘악마의 편집’, 특정 참가자 우대 논란 등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우승자인 임영웅조차도 준결승전 이후 [미스터트롯] 작가 A씨가 ‘장하다 내새끼’란 해시태그가 포함된 글을 개인 SNS에 올리면서 제작진의 편애 대상으로 의심받은 바 있다. 만약 TV조선이 [내일은 트롯] 시리즈의 시즌 2를 준비할 생각이라면, 제작진 스스로 이 같은 투명성 저하 요인들을 끊임없이 개선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아무리 세대 간 연대감을 높이고 트로트 장르의 벽을 낮춘 공로가 크다 해도 시청자들의 매서운 질타를 막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영 이후에도 출연자들이 불합리한 방송가 시스템 등 외부 압력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결승전을 코앞에 둔 11~12일, 일부 매체들이 TV조선 측 ‘갑질 계약서’ 내용, 최종 7인 중 한 명(당시 기사에서는 익명 처리됨)에 대한 KBS 모 PD의 출연 관련 경고 등 이슈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미스터트롯] 관련 갑질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말 불거진 [프로듀스 X 101]의 순위 조작 논란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최종 선발된 그룹 X1(엑스원)이 제대로 활동도 못해보고 해체된 것을 떠올려 보면, 향후 임영웅 등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방송사들의 교묘한 횡포로 더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악마의 편집, 문자투표 서버 폭주 등은 제작진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쳐도, 출연자들이 당하는 각종 갑질은 방송가 전체의 자정 작용 없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출처: TV조선

이런저런 의문들은 남았지만 어쨌든 참가자들의 여정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미스트롯]의 ‘진’ 송가인이 숱한 공연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새로운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만큼, ‘트롯맨 진’ 임영웅 역시 그에 필적하는 기량을 유지하며 대중의 기대에 계속 부합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2위 ‘선’ 영탁, 3위 ‘미’ 이찬원을 비롯한 나머지 Top 7 출연자들도 이제 방송의 후광을 발판으로 각자의 입지를 직접 굳혀야만 한다. 그들이 지난 석 달 동안 보여준 재능, 우정, 진정성을 무기 삼아 험난한 연예계에서 오래도록 잘 활동하길 바랄 뿐이다.



테일러콘텐츠 객원 에디터.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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