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먹방 사천왕과 쿡방 초보의 미슐랭 3스타급 컬래버

조회수 2020. 3. 9. 15:2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맛있는 녀석들' & '놀면 뭐하니?'
출처: MBC

지난 2월 1일과 7일, MBC [놀면 뭐하니?]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각 에피소드를 통해 총 두 차례 방영된 ‘인생라면’ 또는 ‘인생 맛집’ 특집(유튜브에도 두 프로그램의 공식 채널들을 통해 1월 31일부터 티저 및 본편 영상들이 순차적으로 올라왔다). 촬영장에 대기 중인 낯선 스탭들(‘놀면 뭐하니?’ 제작진)을 보며 의아해하던 뚱4(김준현·유민상·김민경·문세윤)가 아무 생각 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가, 한창 장사를 준비하던 유재석과 마주쳐 서로 대경실색하는 모습이 이 소소한 듯 대단한 만남의 시작이었다.


반가움과 어색함도 잠시, “우린 음식 없으면 토크 안 한다”며 음식에 대한 주관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뚱4와 달리, 유재석은 친절한 사장님 모드로 ‘투머치 토커’ 본능을 드러내면서도 손님들의 비범한 식성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해 더욱 웃음을 주었다. 요리 도중 달걀 프라이를 면에 얹어 달라는 요구에 조용히 신음을 뱉고, 뜨거운 물이 몸에 튀자 “앗 뜨거 2C!!!”를 유난히 크게 외치는 ‘유 사장님’의 밉지 않은 짜증들은 덤. 특히 ‘한 입만’ 벌칙에 당첨된 김준현을 제외한 세 멤버가 ‘인생라면’ 집의 3대 메뉴(유산슬라면, 간짜장라면, 특선짬뽕라면)를 3그릇씩 주문하자, 1·2번 메뉴 총 6그릇을 순식간에 내보낸 뒤 녹초가 된 채 가게 밖에서 숨을 돌리던 유재석의 한탄은 화룡점정이었다. “여긴 정말 지옥이네요!”

출처: 코미디TV

짜증은 거들뿐. [무한도전]을 통해 각종 고난도 과업을 마스터했던 유재석은 결국 뚱4를 위한 ‘인생라면’ 9그릇을 모두 완성하며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의 위엄을 뽐냈다. 건더기는 물론 국물까지 싹싹 비우며 진심으로 호평을 건네는 뚱4 덕에, 신선하고 건강한 풍미를 내고자 이연복·박은영 두 셰프에게 사사한 보람도 매우 컸을 것이다. 유재석의 ‘인생라면’ 집에는 이미 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다녀간 터였으나,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통틀어 독보적인 먹방을 보여주는 [맛있는 녀석들] 팀이 자신의 요리를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양 팀의 찰떡궁합은 김준현이 유재석과 뚱4 멤버들에게 손수 비빔라면을 만들어 대접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 프로 요리사 못지않은 솜씨와 가치관 덕에 ‘김프로’란 별명까지 얻은 김준현의 비빔라면은 비주얼로나 맛으로나 유재석의 라면들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말처럼 홀로 뚱4의 식사를 차리느라 고생한 유재석에게 김준현이 맛있는 별미로 보답하지 않았더라면, 해당 특집은 웃기긴 하되 어딘지 허전했을 듯하다.

출처: 코미디TV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 투게더] 등 유재석의 기존 히트작들과 달리 오로지 본인 힘으로 끌어가는 일인극에 가깝다. 아무리 만능인이라고 해도 데뷔 30년 이래 처음 시도한 쿡방을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혼자 끌어가기란 유재석 입장에서는 적잖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은 일하면서 심심하지 않게 친한 지인들과 수다도 떨고, 뚱4도 평상시 만나기 힘든 특급 게스트 덕에 포식을 했으니, [맛있는 녀석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양측에게 200% ‘윈윈’이 됐다.


이들의 협업은 영상 편집에서 차별성이 십분 발휘되면서 더욱 빛이 났다. 아무래도 [놀면 뭐하니?] 버전 에피소드는 유재석의 원맨쇼인 만큼 화면이 그의 시야를 기준으로 펼쳐진다. 프로그램 취지상 당연히 음식보다는 사장으로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대화를 이끄는 유재석 개인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맛있는 녀석들]의 경우, ‘먹방 어벤져스’로 불리는 뚱4의 명성에 걸맞게 모든 토크와 게임이 음식 위주로 운영된다. 이전의 모든 에피소드가 그랬듯 이번 [놀면 뭐하니?]와의 컬래버 에피소드에서도 카메라가 가장 가까이, 그리고 공들여 담은 건 출연자가 아닌 요리였다. 동일한 사람, 동일한 대사가 찍힌 장면도 어떤 프로그램으로 보느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두 프로그램의 컬래버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얻었다. 2월 2일 닐슨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의 ‘인생라면’ 편 시청률은 프로그램 자체 최고 기록인 10.1%까지 상승했다. 이어 7일 방송된 [맛있는 녀석들] 역시 ‘인생 맛집’ 편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 1.279%를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방송보다 0.43% 상승한 수치이자, 2019년 12월 6일 방송(1.189%) 이후 2020년 첫 1%대 시청률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과] [1박 2일]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의 컬래버를 기대한 바 있으나,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방송가 분위기 탓인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의미와 캐릭터의 특징을 모두 살림으로써 성공한 [맛있는 녀석들]과 [놀면 뭐하니?]의 합작이 예능 분야에서 일어날지 모를 제2, 제3의 컬래버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길 기대해 본다.



테일러콘텐츠 객원 에디터. 봄동

제보 및 문의 contact@tailorcontents.com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