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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이것이 소설 같은 인생이다: 절망편

조회수 2019. 11. 21.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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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겨울왕국 2 - 엘사와 안나의 성장 서사의 완성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원희: ★★★★ ‘렛 잇 고’ 열풍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겨울왕국]이 6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엘사는 자신을 부르는 기묘한 울림소리를 듣고, 위기에 빠진 아렌델을 구하고 자신 힘의 기원을 찾기 위해 안나, 크리스토프, 스벤, 올라프와 함께 마법의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새로운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전작보다 더욱 엘사와 안나에게 서사가 집중된다. 자신의 존재와 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엘사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엘사를 아끼는 안나 역시 용기와 리더십을 보여 주고, 두 사람은 제 자리를 찾으며 성장 서사의 완벽한 방점을 찍는다. [겨울왕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래들은 전작보다 중독성은 줄었지만, 심오한 가사와 연기가 가미된 뮤지컬 요소가 더해져 더욱 다채로워졌다. 올겨울도 아이, 어른 모두에게 [겨울왕국] 열풍이 강타할 듯하다.

아이리시맨 - 씁쓸하고 멜랑콜리한 여운이 자욱하게

출처: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209분의 긴 러닝타임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마틴 스코세이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감독과 배우들이 그들의 이름값을 거뜬히 해낸다. [아이리시맨]은 청부살인업자 프랭크 시런의 시선을 통해 한때 미국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노동조합 위원장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장대한 드라마로 펼쳐 보인다.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세월에 얽히고설킨 우정과 믿음, 욕망과 배신, 영욕의 대서사시는 최근 마블 영화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킨 마틴 스코세이지가 말하는 '시네마'의 정수를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권력을 누리고 탐하며 무수한 죽음을 초래했던 이들은 결국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다. 비참하고 쓸쓸한 말로가 가까워질수록 복잡 미묘한 감정이 사무친다. 어리석고 치졸하며 비정한 그들만의 세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의 죽음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퇴색되고 잊히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감정은 자연스레 인간의 삶과 시간으로 향한다. 단지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에 완벽하게 끌어들이며 영화 밖을 돌아보게 하는, 그게 바로 감독이 말하는 시네마가 아닐까.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 어른이 미안해

출처: ㈜삼백상회

에디터 혜란: ★★★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고 방임에 마음이 멍든 아이들과 이들을 잃지 않으려는 선생님 민재의 이야기. [바람] 이성한 감독은 이번엔 부모와 사회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영화 속 소년 소녀들은 어른들을 믿지 않으며,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지 못한다.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죄에만 관심을 보이고 곪아 터진 마음의 상처는 외면한다. 절망의 상황에 빠진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허구의 존재라는 사실도 마음에 얹은 돌을 빼내지는 못한다.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나 거칠고 뜨거운 느낌이 어쩌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고, 어떻게든 한 사람만이라도 더 살리려는 민재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빌 - 이것이 소설 같은 인생이다: 절망편

출처: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에디터 영준: ★★★☆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프랑스식 막장 코미디. 시빌은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정신상담의 일을 그만두려 한다. 그러나 마지막 환자인 영화배우 마고의 상담을 진행하며 '의사-환자' 관계를 넘어 마고의 삶에 점점 관여하고, 그의 사연을 허락 없이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완벽해 보였던 시빌의 인생은 이때부터 집착과 욕망으로 얼룩진다. [시빌]은 '소설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인생은 수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정말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시빌이 영화 촬영 현장을 찾아가는 순간부터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이고르와 마고, 미카의 삼각관계에 시빌이 뜻하지 않게(?) 발을 들이며, 이들의 관계가 영화 촬영과 소설 집필에 영향을 준다는 코미디가 인상적이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 숨 막히도록 처절한 234분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에디터 홍선: ★★★★ 친구의 자살, 학교폭력, 원조교제 등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네 명의 인물이 만저우리에 있는 동물원의 코끼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최근 중국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차가운 현실을 배경으로, 네 사람의 에피소드가 하나로 연결되는 구성이 돋보인다. 러닝타임이 무려 234분이지만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심리 변화가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대부분 장면을 롱테이크로 담았는데, 작품 자체를 긴 호흡으로 구성해 이야기의 속도와 맞춰, 4시간의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배우들의 연기도 막막한 현실에 체념한 듯 힘없는 모습으로 비극의 깊이를 더한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후 보 감독의 유작으로, 작품 공개 전까지 마음고생을 했던 감독의 사연을 알고 본다면 러닝타임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긴 시간에도 한순간의 흐트러짐 없이 매초 아니 매 프레임마다 진심을 담아 만든 흔적에, 훌륭한 작품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이것이 그의 마지막이라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어멍 - 제주에서 만난 엄마의 바다

출처: (주)로드픽쳐스

에디터 홍선: ★★★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한테는 냉정했고, 자식들에게는 윽박만 질렀던 엄마의 진짜 마음을, 철없는 아들이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전형적인 구성이지만, 눈물보다는 입씨름이 더 많다는 점이 신선하다. 그만큼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등장인물 누구도 눈물 쏟지 않으며 속으로 삭히는 슬픔의 여운도 인상 깊다. 특히 엄마 역을 맡은 문희경 배우의 좋은 연기가 영화의 진정성을 더욱 깊게 만든다. 제주도의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화면과 구수한 사투리도 작품의 정서를 뒷받침한다. 다만 담백하다 못해 심심한 구성과 몇몇 부자연스러운 에피소드와 캐릭터는 사족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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