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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쌓인 피로를 풀어줄 반가운 소식이 캐나다에서 날아왔다. 제44회 토론토영화제에서 [기생충]이 3등상에 해당하는 관객상-세컨드를 수상한 것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또 한 번의 쾌거다. 한국영화 최초로 내년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노리는 [기생충]에 토론토영화제 수상 소식은 칸의 황금종려상보다 더 확실한 청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토론토영화제 수상작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매년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올해로 44회를 맞는 영화제다. 칸-베를린-베니스와 더불어 세계 4대 영화제로 불릴 만큼 북미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할리우드 기대작이 대거 상영되기에 영화제의 실질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필름마켓 규모는 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특히 토론토영화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나 수상작이 북미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이 되기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레이스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토론토영화제의 실질적인 최우수 작품상인 ‘관객상’(People's Choice Award)은 아카데미 작품상 예약 티켓이라고 불린다. 관객상은 일반 관객이 투표로 선정하며 2000년대 이후로는 단일 작품만을 선정하지 않고 투표수대로 관객상, 관객상-퍼스트(People's Choice Award, First Runner Up), 관객상-세컨드(People's Choice Award, Second Runner Up)로 나누어 실질적인 1-2-3등을 정한다.

관객상 수상작은 최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더 나아가 수상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2010년대 들어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중 2011년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를 제외하고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관객상-퍼스트, 관객상-세컨드 수상작도 굵직한 결과를 내어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작으로 큰 관심을 갖는다. [기생충]이 수상한 관객상-세컨드의 전년도 수상작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였던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카데미 작품상 예비후보’,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은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2010년대의 리스트를 살펴본다.

[킹스 스피치]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진 조지 6세(콜린 퍼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불안한 정세로 힘든 국민을 위해 아내 퀸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의 권유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작품이다. 제35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했다. 당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유력했던 [소셜 네트워크]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인 제68회 골든 글로브에서 [킹스 스피치]를 제치고 작품상-드라마 부문을 수상했지만, [킹스 스피치]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의 힘을 보여줬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감정이 폭발해 모든 것을 잃은 팻(브래들리 쿠퍼)과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과 관계를 맺은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같이 댄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드라마다. 제37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다음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참고로 같은 해 관객상-퍼스트를 수상한 [아르고]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노예 12년]은 [킹스 스피치]처럼 토론토영화제 관객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이 일치한 사례다.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프)이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38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제71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드라마 수상을 거쳐,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같은 해 관객상-퍼스트를 수상한 [필로미나의 기적]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제39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미테이션 게임]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참여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브리 라슨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룸]도 제40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7년 전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작은 방에 갇힌 조이(브리 라슨)와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의 그린 이야기로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에 힘입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세컨드(3등상)를 수상한 [스포트라이트]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 [라라랜드] 역시 제41회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의 꿈과 사랑을 아름다운 노래로 이야기한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샘 록웰의 연기가 빛나는 [쓰리 빌보드]도 제42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사건에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엄마 밀드레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실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샘 록웰은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최대 이변 [그린 북]도 제43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천재 뮤지션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보디가드이자 운전사인 토니(비고 모텐슨)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쳤지만, 토론토에서 [로마]를 제치고 관객상을 수상한 [그린 북]이 아카데미에서도 승자가 됐다. [그린 북]의 수상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이 갖는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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