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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심해의 사투 '47미터 2'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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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새 - 평범한 소녀의 찬란한 시절에 대하여

출처(주)엣나인필름

에디터 혜란: 평범한 소녀 은희의 찬란한 시절을 그린 성장 영화. 시대를 보여주는 추억의 물건이나 익숙한 음악이 먼저 보이고, 그때도 지금도 여전한 가부장제와 지역, 계급 정서를 느끼며 숨이 막힌다. 그 순간 평소에는 그저 지나쳤을 '조용한 날라리' 은희가 눈에 들어온다. 끊임없이 날갯짓하는 벌새처럼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모습에서 나뿐 아니라 14살을 겪은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은희의 삶은 즐겁기도, 슬프기도, 고통스럽기도 하기에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화려한 비주얼이 없어도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박지후, 김새벽 등 배우들은 마치 그 시대 사람들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영화가 담아낸 시공간과 감정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벌새]가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리뷰가 뜬구름을 잡는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다. 짧은 시처럼 마음을 건드리고는 독자마다 서로 다른 해석과 감상을 한 권씩 쓰게 하는 마력 말이다.


2. 유열의 음악앨범 - 늦여름을 담은 화보 사진첩 같은 감성 멜로

출처CGV아트하우스

에디터 원희: 늦여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멜로 영화. 라디오 방송 '유열의 음악앨범'을 중심으로 만남과 이별, 기다림과 재회를 반복하며 미수와 현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1990년 중반~2000년 중반을 배경으로 시대에 맞는 다양한 소품이 등장하고, 라디오 방송이 핵심인 만큼 시대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들이 알맞게 등장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김고은과 정해인의 케미는 좋고, 영상 화보급으로 두 배우가 화면에 예쁘게 담긴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시작해 영화 내내 우연에 기댄 서사로 두 사람의 감정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주변 인물과 (특히 현우의 서사가 설명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연이 여러 번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하는데 이만큼의 우연으로 계속 헤어짐을 반복하니 마치 모두가 두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빌어주는 것 같다. 그래도 영상미와 잘 어울리는 음악이 관람객에게 만족감을 줄 법하다.


3. 47미터 2 -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심해의 사투

출처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현정: '47미터'란 제목만 남기고 모든 게 달라졌지만, 심해에서 아찔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여전히 쫄깃한 긴장감이 있다. 상어 체험에 도전한 두 자매에 이어, 이번에는 10대들이 낙원과 같은 호수에 물놀이를 갔다가 호기심에 이끌려 오래전 물에 잠긴 수중도시를 탐험하면서 벌어지는 아찔한 이야기를 다룬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오프닝은 하이틴 드라마를 보듯 진부하고 서사는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미로처럼 복잡한 심해 수중도시는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위압감을 조성하며 신비롭고 색다른 볼거리를 안긴다. 깊은 바닷속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였던 전편과 달리 인물도 포식자도 주요 공간도 확장해 테마파크를 보는 듯한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다만 새롭게 확장된 이야기가 허술한 전개 과정은 둘째치더라도 무자비한 포식자 상어가 주는 공포가 전보다 반감됐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4. 바우하우스 - 겉이 아닌 속을 중시하는 디자인의 이상향

출처(주)마노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영준: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의 발자취를 쫓는 다큐멘터리. 건축, 미술, 디자인, 그리고 사진 등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이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이들의 정신과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점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작품의 구성과 흐름 때문에 장점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영화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진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특정 주제에 맞게 분류하지 않고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종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비전공자의 견해일 뿐, 전공자와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으니 영화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자. 


5. 안나 - 이제는 낡고 식상한 뤽 베송표 액션

출처판씨네마㈜

에디터 현정: 모델로 위장한 킬러. 새롭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소재다. 문제는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 시대착오적인 요소가 넘치고 도무지 설득력 없는 서사로 강행한다는 사실이다. [안나]는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함께 냉전 체제에서 존엄과 자유를 억압받는 안나의 고뇌도 담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액션도 이야기도 [니키타]가 나왔을 법한 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영화 속 액션이 [존 윅]처럼 리얼리티를 담보한 세련된 액션을 추구하는데 반해, [안나]는 가볍고 겉만 화려한 액션에 그친다. 문제는 서사다. 반전 장치로 쓰이는 플래시백은 반복되면서 집중력을 흩뜨리고, 알맹이 없는 액션만 요란하게 늘어놓느라 안나의 캐릭터를 탐구하는 건 뒷전이다. 안나를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해야 할 시간에 상대 배우와 끈적한 밀당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배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쉽다.


6. 불빛 아래서 - 짠내 나는 청춘 쿨하게 맞서기

출처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에디터 홍선: 언제부터인가 청춘을 소재로 한 영화에 열정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작품이 끌리는 것은 짠내 나는 현실을 쿨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불빛 아래서] 역시 그렇다. 무대 위에서는 특별하지만 밖에서는 지금의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 밴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오랜 기간 밴드들을 밀착 취재해 담아낸 제작진의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는 어떠한 격식이나 체면을 따지지 않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소주 한 잔을 하는 듯한 진솔함이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풀어놓지만 영화는 어설픈 위로보다 공감과 미소로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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