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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해도 장르의 애정이 듬뿍 담긴 공포영화

조회수 2019. 8. 16. 1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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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 후기

공포영화 외길 인생 김진원 감독의 도전

[암전]을 연출한 김진원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 전부터 꾸준히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다수의 단편 공포영화를 만들고, 슬래셔 무비 [도살자]로 웬만한 강심장도 쉽게 볼 수 없는 BIFAN ‘금지구역’에 초청되었다. 김진원 감독이 첫 상업 영화 출사표로 공포영화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대사가 김진원 감독의 다짐이 아니었을까? 

출처: TCO(주)더콘텐츠온

장르의 애정이 담긴 공포영화

[암전]은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이 너무 잔인해서 상영이 금지된 영화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정은 영화 속 영화 ‘암전’의 메이킹 필름을 입수해 촬영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페이크 다큐 형식이 등장해 극영화와 만나는 신선한 시도를 선보인다. 주인공을 영화감독으로 설정했기에 끔찍한 장면이 나와도 카메라로 끝까지 촬영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과도한 공포 효과를 자제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서서히 형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탄탄하다.


공포영화는 장르 특성상 대부분 신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후의 생존자를 관객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숨은 배우를 발견하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어설픈 연기가 발목을 잡아 그 자체로 공포가 되기도 한다. [암전]은 다행히도 서예지와 진선규의 안정된 연기 덕분에 이 같은 걱정에서는 벗어난다.


서예지는 원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괴로운 감독 미정 역을 맡아 남의 작품을 훔쳐서라도 만들겠다는 욕망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잘 소화해낸다. 진선규는 너무 무서워서 상영이 금지된 공포영화를 만든 감독 재현을 맡아 자신의 작품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죄책감과 광기를 탁월한 연기로 선보인다. 두 배우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분위기보다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게 되는 공포영화가 될 수 있게 기여한다.

출처: TCO(주)더콘텐츠온

김진원 감독의 공포영화 사랑은 고스란히 연출로도 이어진다. 독특한 앵글로 사각을 만들어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전하고, 상황에 맞는 음악으로 기괴하고도 긴장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폐극장과 붉은 조명을 이용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공포영화의 배경을 만들어낸 것도 인상적이다. 최근 한국 공포 영화가 단발적인 상황 연출에만 매달려 부실한 완성도로 장르적인 재미를 놓쳤다면, [암전]은 장르에 대한 애정이 담긴 감독의 진심이 완성도로 연결된다.

 

다만 중반부까지 적절한 긴장감과 공포를 이어가던 [암전]은 후반부부터 흐트러진다. 마지막까지 귀신이 모습을 감추면서 당하는 자와 해하는 자의 분간이 어렵고, 정신없는 카메라 앵글과 투박한 연출은 무섭기보다 어지러움을 더 유발한다. 시청각적으로 확실히 다가오는 임팩트가 없다 보니 후반부 들어서는 공포영화의 장르적 특색이 무색해진다. 창작 욕구에 관한 인간의 이기심을 여러 캐릭터를 통해 잘 표현했던 부분도 서사의 연결고리가 부족해 헐거워진다. 말하는 바는 알겠지만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

출처: TCO(주)더콘텐츠온

공포영화에 빗댄 영화에 대한 헌사?

후반부의 아쉬운 점만 뺀다면 [암전]은 공포영화 외길 사랑 김진원 감독의 뚝심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만난 괜찮은 장르 영화다. 특히 김진원 감독은 그동안 충무로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 다음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또 하나 [암전]은 공포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아 특별하게 다가온다. 비록 영화에서는 비극적인 장치로 사용됐지만 “공포영화가 날 구원해줬거든요”라는 재현의 대사는 삶의 위안 혹은 꿈이 되는 영화의 매력을 은유한다. 무서운 공포영화가 되는데 실패했음에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헌사와 애정을 전했다는 점에서 [암전]의 시도는 인상적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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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GV 왕십리 무대인사 - 서예지 & 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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