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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마니아가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다면

조회수 2019. 6. 16. 03: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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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머더 미스터리'
출처: 넷플릭스

추리물을 좋아하는 에디터가 퇴근 후 가장 먼저 고른 이번 주 넷플릭스 신작은 제니퍼 애니스톤과 아담 샌들러 주연의 [머더 미스터리]다. '결혼 후 처음으로 유럽여행에 나선 부부가 억만장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는 설정에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누가 왜 어디서 어떻게 죽였는지 하나둘씩 풀어가는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어떻게 사태를 극복해나갈지 궁금할 것이다. 아담 샌들러의 출연이 살짝 발목을 잡긴 했지만(그의 코미디는 참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살인 미스터리의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다. 한 가지 더, 얼마 전 넷플릭스에 공개된 스페인 미스터리 드라마 [알타 마르: 선상의 살인자]도 나름 재밌게 본 터라, 이번에도 믿고(?) [머더 미스터리]의 유혹에 빠져보기로 했다. 주말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 영화가 최고니까. 


[머더 미스터리]는 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의 고전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무대가 등장한다. 고급 요트에 억만장자, 귀족, 대령, 배우, 레이서 등 상류층 사람들이 참석한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고, 결정적인 순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파티의 주최자 억만장자 노신사가 모두가 모인 공간에서 중대 발표를 한 이후 살해당한 것이다. 그 타이밍이란 게 참으로 묘하다. 조카의 연인을 가로챈 노신사가 모든 유산을 새로운 젊은 아내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하고 참석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상황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 외부인이 들어올 틈도 없다. 미스터리의 단골 테마인 '거액의 유산'을 얻고자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 누군가 불이 꺼진 틈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밀실 살인사건'의 구조에서 출발한다.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인물은 우연한 기회에 파티에 초대되었다가 살인 용의자의 누명을 쓴 닉과 오드리 부부다. 마침내 유럽여행의 꿈을 이룬 부부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살인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운명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닉은 형사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면서도 형사인 척하는 뉴욕 경찰이고, 오드리는 그런 속 사정을 모른 채 형사 남편을 뒀다고 생각하고 범죄소설을 즐기는 미용사다. 특히 평소 범죄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오드리가 남편과 함께 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점에서, 추리물에 곧잘 등장하는 탐정 역할이 기대된다.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하는 코난처럼.

출처: 넷플릭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발생하자 오드리는 번뜩이는 추리 감각을 펼치기 시작한다. 다만, 영화는 범죄 소설 마니아가 아마추어 탐정 역할을 하는 것보다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갈수록 꼬여가는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관심이 많아 소동극에 가까운 전개 방식을 취한다. 닉과 오드리는 황당한 논리에 따라 용의자로 지목되자 그들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다. 그래도 걷잡을 수없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는 건 오드리다. 게으르고 무성의한 닉이 종종 찬물을 끼얹는 식상한 개그를 늘어놓을 때, 오드리는 그간 쌓아왔던 범죄소설 마니아의 진가를 발휘한다. 


2011년 [마이 프리텐드 와이프] 이후 8년 만에 부부 연기를 했다는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호흡은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더 나아가 아담 샌들러가 제니퍼 애니스톤의 덕을 받다고 여길 만큼 애니스톤의 존재감이 탁월하다. 애니스톤은 샌들러의 코미디가 마구 엇나가지 않게 붙잡으면서, 절박한 상황에 몰린 범죄소설 마니아의 열망에 생기를 가득 채우고 친숙한 매력을 전한다. 닉과 오드리의 추리 소동극에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던 건 샌들러보다 한결 편하고 부담 없는 코미디 연기를 펼친 애니스톤 때문이 아닐까. 

출처: 넷플릭스

의외로 호화로운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루크 에반스, 젬마 아터튼, 쿠츠나 시오리(데드풀 2), 올라푸르 다리 올라프손(트랩트) 등 BBC에서 선보이는 애거사 크리스티 특집극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출연진을 갖췄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대부분이 닉과 오드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살인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즉, 미스터리를 고조시킬 주변 인물들의 활약이 부진해 추리물만의 긴장감이 약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계속해서 다른 상황으로 이동하는 닉과 오드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닉과 오드리를 휴양지의 미스터리로 끌어들인 루크 에반스는 무언가 더 보여줘야 했을 것 같은데 못내 아쉽다. 


[머더 미스터리]는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많은 부분 기대어 흘러가는 무난한 영화다. 미스터리보다 코미디에 중심을 두고, 흩어진 퍼즐을 맞춰가는 추리물의 재미를 전하는 대신 수다스러운 유머와 아찔한 탈출 장면이나 자동차 추격신처럼 부부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분명 정직한 제목과 달리 미스터리의 재미는 약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은 때론 엉터리 같은 부부 탐정단의 활약을 다시 보고픈 기대감이 들 만큼 위트가 넘친다. 현재 평론가들의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가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말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Jaci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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