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받았지만 솔직히 재미있게 본 스릴러 '열린 문틈으로'

조회수 2019. 5. 20.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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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넷플릭스 '열린 문틈으로' 리뷰

* [열린 문틈으로]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남들은 '별로다', '망작이다'라며 혹평하지만, 본인은 재미있게 본 작품이 한 편씩은 있기 마련이다. '대중적이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취향이 제각기 다르기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연출법이나 스토리, 영화 음악, 결말 등이 취향을 저격한다면 아무리 혹평을 받더라도 자신의 마음에는 쏙 드는 작품이 되는 법이다. [열린 문틈으로]가 에디터에게는 바로 그런 영화다.

출처: 넷플릭스

[열린 문틈으로]는 작년 1월 공개된 넷플릭스 공포 스릴러로, 남편의 죽음 이후 친척의 별장으로 이사 간 모자가 겪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다. 두 사람이 지내는 별장이 '오픈 하우스'라는 설정이 생소할 수 있다. 집주인 참관 하에 중개인과 구매자가 둘러보는 국내와 달리, 주인이 일정 시간 집을 비우면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오픈 하우스다. 원제(The Open House)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내 집을 둘러보고, 숨어있을 수도 있다'라는 기분 나쁜 상상에서 오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려는 작품이다.


이런 류의 비슷한 설정은 손현주 주연의 2013년작 [숨바꼭질]을 비롯해서 국내외 많은 작품들에서 접할 수 있었고, 또 연출과 전개에 따라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열린 문틈으로]가 의도한 대로 이를 잘 살려내는데 성공했을까?

출처: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열린 문틈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한 영화다. 워낙 평단이 대중의 취향과 다른 경우도 많고, 공포 영화 특성상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 작품이 드문 편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8%라는 처참한 로튼 토마토 스코어는 관객마저도 이 영화에 등을 돌린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메타크리틱 관객스코어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여론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열에 아홉은 "시간을 낭비했다"라며 [열린 문틈으로]를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망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점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움도 있었고, 의아한 부분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서 [열린 문틈으로]을 '평작'이라 부르고 싶다("이 사람 영화 볼 줄 모른다"라는 말이 벌써부터 들리지만...). 그 이유로는 '배우의 존재감'과 '구성', 그리고 '결말'을 꼽겠다.


에디터가 이 작품을 즐겁게 본 가장 큰 이유는 딜런 미넷의 존재감이다.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나 [맨 인 더 다크]로 잘 알려진 이 배우는 공포/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매력과 연기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열린 문틈으로]에서도 여지없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한다. 인물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큰 눈, 창백한 피부, 순수해보이고 여리여리한 외모는 속된 말로 영화감독들이 '괴롭히고 싶게' 만들고,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함은 물론이고 동질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출처: 넷플릭스

[열린 문틈으로]의 구성도 꽤나 매력적이다. 로건과 나오미(피어시 돌턴)가 오픈 하우스에 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브라이언(아론 에이브람스)의 사고사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행복했던 이 가족은 가장이 세상을 떠나자 경제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아는 사람이 전무한 한적한 지역에서 친척이 팔려고 내놓은 별장에 임시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구성과 전개는 [열린 문틈으로]가 선보이려는 공포 - '넓은 집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숨어있다' - 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모두가 수상해 보이고, 물건이 없어지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 둘만 있는 집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은 클리셰가 가득하지만 긴장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요소도 영화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 아버지를 존경하고 동경했던 로건과 당장 눈 앞에 놓인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자신을 이런 처지에 놓이게 만든 남편에 대한 원망을 가진 나오미의 갈등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으며, 나아가 서로 의지해도 모자란 위기에 더 큰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론 둘의 갈등은 생각보다 빨리 해소되지만, 꽤나 핵심적인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열린 문틈으로]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도 이러한 영화 구성만큼은 "괜찮다"라고 평가하니 말이다.


관객 사이에서 가장 아쉽다고 거론되는 부분은 중후반부 이후의 전개와 결말이다. 내내 수상한 행동을 보였던 마사(패트리샤 베튄)는 단순히 알츠하이머 환자였고, 이유 없이 친절을 베풀면서 로건의 의심을 샀던 크리스(샤리프 아킨스)는 정말 그저 호의를 베풀던 것뿐이었다. 그동안 의심했던 이들이 알고 보니 평범한 인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범인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아니 아예 영화 내내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인물이라는 점이 영화의 긴장감을 풀었다는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로건의 예상대로 이들의 집에는 연쇄살인마가 숨어있었다. 수상한 일들이 점점 많이 벌어지자 겁에 질린 나오미와 로건은 크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가장 먼저 연쇄살인마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이후 영화는 크리스와 나오미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로건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날이 밝았고, 크리스는 먼 곳까지 도망치는데 성공하는 줄 알았으나... 쫓아온 범인에게 맥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범인이 또 다른 오픈 하우스를 찾아간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맥 빠지고 불편한 결말이다. 해피엔딩은 고사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영화의 처참한 스코어에 크게 한몫한 결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우선 본인은 찝찝하게 마무리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독특한(?) 취향을 가진 만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인물이었기에 더 소름 끼치고, 또 현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묻지마 살인이나 연쇄 살인과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열린 문틈으로]의 결말이 상당히 와닿았다. 비교 자체로도 의아한 이들도 있겠지만, 불편한 결말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던 [퍼니게임](97년작과 2010년작 모두 재미있게 봤다)이 떠오르기도 했다. 

출처: 넷플릭스

앞서 언급했지만, 영화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재미있게 봤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재미없게 본 이 작품을 억지로 권유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배우 딜런 미넷의 팬이거나 열린 결말이랍시고 찝찝함만 남기는 영화를 평소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열린 문틈으로]가 단순히 혹평 때문에 지나기엔 아까운, 한 번쯤은 볼만한 작품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혹시 아나?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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