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의 대가'와 '데드풀' 감독의 발칙한 상상력

조회수 2019. 3. 27. 10: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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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러브, 데스 + 로봇]

* [러브, 데스 + 로봇]의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에디터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삼십 대가 된 지금도 [미녀와 야수]만 보면 눈물이 왈칵 나오고, [천원돌파 그렌라간]을 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공각기동대]의 메시지에 사색에 빠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거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치하지 않은, 혹은 성인들의 입맛에 맞는 애니메이션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꾸준하게 나오는 편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할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바로 지난 1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러브, 데스 + 로봇]이다.

출처: 넷플릭스

[러브, 데스 + 로봇]은 데이빗 핀처와 팀 밀러가 손 잡고 제작한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시리즈다. 여러 연출가들이 장르와 메시지에 구애받지 않고 솜씨를 뽐낸 것은 멀리는 [헤비 메탈](실제 이 시리즈의 리부트 기획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조금 가까이는 [애니매트릭스]가 떠오른다. 열여덟 편의 에피소드가 5분에서 20분 정도로 분량이 짧은 편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이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전부 볼 수 있다. 그러나 작정하고 만든 '성인용' 애니메이션인 만큼, 상상 이상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드러나는 회차들이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첫 에피소드 '무적의 소니'부터 [러브, 데스 + 로봇]의 정체성이 돋보인다. 인간과 거대 괴수의 뇌를 동기화해 불법 싸움판을 벌인다는 이야기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는 물론이고 나름의 반전도 포함하고 있어서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했다. 괴수들의 외형이 매력적이어서 '장편으로 나와도 좋았겠다' 싶었던 에피소드.


'목격자'는 시리즈에서 가장 말이 많이 나올 에피소드일 것이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스트리퍼가 범인의 추적을 피한다는 내용은 평범한 편이나, 스트립 클럽의 전경이나 약 60초간 펼쳐지는 주인공의 스트립쇼가 상당히 노골적이어서 어느 때보다 젠더 감수성에 민감한 만큼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홍콩 빈민가 '구룡성'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에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더하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연상케 하는 만화적이고 과감한 그림체는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동양의 매력과 스팀펑크가 잘 어우러진 '굿 헌팅'도 인상 깊었다. 근대화 문명에서 마법의 힘을 잃은 구미호가 기계 몸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문명은 선진화되었을지 모르나 여전히 구시대적인 인간성과 도덕관념을 지닌 이들에게 억압당하던 약자의 저항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통쾌하면서도 씁쓸함이 입에 남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한국의 레드독 컬처 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출처: 넷플릭스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 세 편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러브, 데스 + 로봇]에는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각자 취향에 맞게 이야기를 골라 볼 수 있는 셈이다. 


'세 대의 로봇'은 인류가 전멸한 지구에 관광을 온 세 로봇의 여정을 그린다. 어찌 보면 가장 암울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지만, 인간 문명의 잔해를 보며 열띤 토론을 펼치는 로봇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집사들을 설레게 하면서도 움찔하게 만드는 반전(?)도 있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귀여운 에피소드다.


에디터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는 '지마 블루'다. 자극적이거나 귀여운 요소 없이 담담하게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가치관과 삶을 풀어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이게 뭔데?" 싶고, 지루한 10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지금까지 탐구하면서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얻을 수 없는) '존재의 기원'을 독특하게 풀어내 깊은 여운을 안겨주었다.


"히틀러가 일찍 죽었다면?"이라는 발칙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또 다른 역사', 인류가 뛰어난 지능을 갖춘 요거트의 지배를 받게 된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독특한 유머 코드를 지닌 시청자들에게 추천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해저의 밤'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니, 자극적인 묘사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잠시나마 힐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아쉬움도 있다. 이 작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함과 선정성, 그리고 폭력성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에디터가 [목격자] 에피소드의 화풍과 세계관에 푹 빠진 동시에 걱정도 앞섰던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러브, 데스 + 로봇]이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실력 있는 여러 연출가들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매력적인 작화를 짧은 시간 안에, 골라서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한 주말,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TV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러브, 데스 + 로봇]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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