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특수부대 요원들의 대담한 강도극

조회수 2019. 3. 16. 16: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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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트리플 프런티어'
출처: 넷플릭스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이제 넷플릭스에서 유명 감독과 배우가 만난 오리지널 작품을 보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초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주로 저예산 독립영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작품의 폭이 확장되어 선택의 즐거움이 늘고 있다. 올해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호화로운 출연진을 내세운 오리지널 작품이 줄지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트리플 프런티어]는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하나다. [마진 콜], [올 이즈 로스트]의 J.C. 챈더가 연출을 맡고, 감독의 전작 [모스트 바이어런트]에서 함께 작업한 오스카 아이삭을 필두로 벤 애플렉, 찰리 허냄, 가렛 헤드룬드, 페드로 파스칼 참여한 멀티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트리플 프런티어]는 영화로 나오기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에서 감독과 각본가로 호흡을 맞춘 캐서린 비글로우와 마크 볼이 작업할 예정이었으나 캐스팅도 제작도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제작자로 물러났고, 파라마운트는 답보 상태에 빠진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조니 뎁, 톰 행크스, 채닝 테이텀, 톰 하디, 마허샬라 알리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성사되지 못하거나 하차했다. 넷플릭스가 무산된 프로젝트를 인수하고, 이전에 출연 논의를 했던 벤 애플렉이 다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트리플 프런티어]는 남미 마약왕이 숨긴 거액을 강탈하려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표면상으로는 대담한 범죄를 그린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영웅적인 헌신에도 국가로부터 응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전직 요원들의 범죄극은 J.C. 챈더가 이전 영화에서 다루었던 욕망과 생존의 비정한 드라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출처: 넷플릭스

감독의 전작 [모스트 바이어런트]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돈을 좇던 사업가 아벨을 연기했던 오스카 아이삭은 [트리플 프런티어]에서는 유일하게 특수부대의 연장선상에서 마약범죄를 소탕하는 용병 산티아고(포프)를 연기한다. 그는 가장 직설적으로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말한다. 대담한 범죄도 3년간 마약조직을 쫓으며 허탕만 쳤던 산티아고의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는 범죄를 주도한 오스카 아이삭의 산티아고보다는 벤 애플렉이 연기한 톰(레드플라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인물의 서사에 크게 할애하지 않는 영화에서 톰이 처한 현실은 몇 차례 반복된다. 벤 애플렉의 톰은 마치 DC 영화의 배트맨처럼 우울함이 강조된다. 그는 범죄 계획을 최종 설계할 만큼 능력을 가졌음에도 은퇴 후 생활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전 경력과 전혀 무관한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직업, 이혼, 밀린 고지서만 봐도 특수부대 요원이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량하다. 벤 애플렉은 삶의 목적도 방향도 모두 잃은 우울한 중년을 정말 잘 해낸다. (잘 어울린다...) 산티아고가 계획한 범죄가 실행에 옮기기까지 톰의 역할이 큰 건 당연하다.


마침내 톰이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범죄에 가담하기로 합류했을 때, 영화는 관객이 원하는 속도감으로 전직 요원들의 치밀하고 자신만만한 강탈 계획을 밀고 나간다. 전직 요원들은 그들 나름의 원칙을 정하고 정글로 둘러싸인 조직 보스의 요새를 침범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영화에서 늘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듯이 5명의 전직 요원들은 긴박한 순간에 예상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숨겨진 돈은 인생의 실패자로 전락한 톰의 이성을 무너뜨린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보냈던 톰은 엄청난 돈 앞에서 흔들리는 욕망을 드러낸다. 결국 그들은 계획했던 것 이상의 돈을 훔치고, 어긋난 여정이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강도에 성공한 이들이 범죄조직에 쫓기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신 일탈이 가져온 파국의 드라마에 힘을 싣는다. 액션 스릴러의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펼쳐지는 후반부의 생존 드라마는 심심할지도 모른다.


2억 5천만 달러라는 너무 많이 훔친 돈은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데 암초로 작용한다. 그들은 자꾸 무언가를 잃어간다. 계획에 없던 희생자가 발생하고, 안데스 산맥과 바다를 무사히 통과시켜줄 이동수단을 잃고, 그 많던 돈도 포기를 감수해야 하고, 그들을 결속시켰던 우정과 의리도 신념도 흔들린다. 예기치 못한 선택이 가져온 절박한 상황은 안데스 산맥의 광활하고 장엄한 풍경을 무대로 차갑고 건조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결국 [트리플 프런티어]는 잘못된 선택과 욕망이 대가를 치르는 비극으로 안착한다. 마약왕의 돈을 강탈했던 주인공들은 범죄는 성공했으나 결과는 초라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톰은 최전선에서 신념과 욕망이 충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파국을 증명하고, 너무 많은 돈은 그들의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다만, J.C. 챈더는 엔딩 무렵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선 이들에게 관대한 순간을 열어 보이는데, 속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벽에 꽁꽁 숨고, 무참히 낙하하며 흩날리고, 불태워지던 돈의 허무한 모습이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듯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Jaci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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