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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클리셰를 격파하는 로맨틱 코미디

조회수 2019. 3. 10.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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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어쩌다 로맨스'

[어쩌다 로맨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확립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영화를 규정하고 영화 자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공식에 충실한 영화는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뻔하다.” 관객은 허술한 스토리와 사람만 달라지는 것 같은 캐릭터의 향연은 눈감는 대신 설레고 따뜻한 느낌을 얻어 간다. 만약 이런 세계에 진짜 현실감 가득한 주인공이 떨어진다면?

출처: 넷플릭스

[어쩌다 로맨스]는 현실은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다고 믿는 내털리가 사고로 15금 로맨틱 코미디 세계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영화로 봐도 징그러울 만큼 달콤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현실주의자 내털리에게는 완전히 악몽이다. 그는 로코 세계에서 빠져나가려면 사랑에 빠져야 함을 깨닫고 사랑할 누군가를 찾으려 한다.


영화의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극한으로 거침없이 몰고 간다. [귀여운 여인]과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 다른 1990~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모두 집어넣어 변주한다. “게이 인권을 100년쯤 돌려놓은” 스테레오 타입 베스트 프렌드나, 얼마나 유능한지는 잘 모르는 스타 건축가가 된 것도 그렇다. 집은 넓고 아름다우며 반려견은 훈련이 완벽하게 돼 있다. 꽃잎을 ‘사랑의 힘’으로 던져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부분에선 현실 웃음이 제대로 터진다.


하지만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비현실적이고 억압적인 클리셰에도 태클을 건다. 주인공에게 여자 친구는 없고 철천지원수는 있으며, 누군가 자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속절없이 빠져드는 상황도 벌어진다. 남자의 사랑을 받는 대신 자신의 커리어와 정체성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압박마저 경험한다. 달콤하고 영원한 사랑의 환상 대신 주인공에게 강요하는 모든 공식을 제대로 바라보게 한다.

출처: 넷플릭스

로코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찾던 내털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 내털리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본인의 모습과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영화 말미에서 모든 캐스트는 춤을 추며 솔직한 생각과 감정으로 자신을 잃지 않는 당당한 삶을 축복하고 현실 렌즈를 낀 사람들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조금은 더 희망찬 세계를 보여준다.


웃자고 하는 패러디로 시작했지만, [어쩌다 로맨스]는 스테레오타입을 팍팍 깨면서 수십 년 간 그림 같은 사랑을 그려온 관객뿐 아니라 현실 로맨스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똑똑 두드린다. 보는 사람마다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끼는 정도는 달라도, 영화의 메시지에는 공감하게 될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레벨 윌슨은 언제나 캐릭터가 확고한 코미디언이자 배우로, 이번 영화에서도 그다운 연기를 보여준다. [피치 퍼펙트]로 함께 공연한 아담 더바인과의 호흡도 잘 맞다. 리암 헴스워스와 프리양카 초프라의 ‘잘생김’과 ‘아름다움’이 영화 속에서 웃음 코드로 쓰이는 건 신선했다.


음악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는데, 특히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주 나온 바네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이 비슷한 지점에 쓰이는데도 큰 웃음을 줬다. 영화 전체를 마무리하는 “캐치한 뮤지컬 넘버”도 기억에 남는다.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 출연진과 댄서들의 멋진 퍼포먼스, 그리고 헴스워스의 손 싱크 따위 신경쓰지 않는 색소폰 연주가 웃음을 주지만, 이 노래의 백미는 “차선책은 당신에게 충분하지 않다.” “사랑의 타이밍이 안 맞으면 그냥 넘어가라.” “자기 자신을 표현하라.”는 가사다. 한글 번역이 없는 게 다소 아쉬웠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겨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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