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탄내에 임신 아내 힘들까봐.. 소방관 남편의 사랑

조회수 2020. 4. 16. 0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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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소방관 달력 주인공

구현정·한사훈 부부

 2017년 12월 겨울, 저(현정)는 의학과 의과학 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고 졸업 준비 중이었어요. 평소 소방관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소방관 공부를 병행하고 있었죠. 어느 날 친한 언니가 인스타그램 친구 중에 소방관이 있다며 계정을 보여줬어요. 바로 사훈 씨 계정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희는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는 SNS 친구로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사훈 씨와 실제로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훈 씨가 제게 소방관 달력을 주겠다고 제안한 겁니다. 사훈 씨는 2017·2018년 2회 연속 소방관 달력 모델을 한 ‘몸짱 소방관’이거든요. 원래는 친한 언니랑 같이 달력을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언니가 사정이 생겨 저 혼자 사훈 씨를 만나게 됐어요.

 그를 만나러 가기로 한 주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그런데, 하필 그날 사훈 씨 휴대전화가 고장 났어요. 사훈 씨가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이 안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 수리 센터로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사람 뭐지, 달력 주기 싫은가?" 싶었지만 수리 센터로 향했어요. 하지만 센터엔 사훈 씨가 없었습니다. 결국 못 만나겠구나 싶어서 떠나려는데 수리센터 정문에서 사훈 씨를 만났습니다.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그날 저희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다음 만남을 약속했어요. 두 번째 만난 날 전 몸짱 소방관들이 초청받은 영화 시사회에 사훈 씨와 함께 가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만난 지 3일째 되던 날, 사훈 씨가 지인들에게 절 소개해 줬어요.

 "사훈아, 옆에 계신 여자분은 누구셔?"  

  "여자친구 현정 씨야. 인사해."  

  여자친구라니!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내심 싫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전 얼떨결에 사훈 씨와 사귀게 됐습니다. 

 사훈 씨는 "너를 만나면 만날수록 결혼 생각이 든다"며 만난 지 2주 만에 제게 프러포즈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초고속 결혼 준비에 들어갔어요. 저희는 2018년 10월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러곤 지난해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사훈 씨는 소방관 일을 정말 사랑해요. 저도 사훈 씨가 소방관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일을 남편이 하고 있다니….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다만 위험한 일을 하고 있기에 걱정되는 마음을 감추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전 항상 사훈 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빠가 안전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어. 항상 건강하게 집으로 퇴근해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야."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몇 시간씩 연락이 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요. 늘 위험한 현장 어딘가를 홀로 헤매고 있을 남편 모습이 그려지거든요. 퇴근 뒤 돌아온 남편 몸에는 항상 탄내가 배 있어요. 냄새에 예민해지는 임신 기간, 사훈 씨는 본인 몸에서 나는 탄 냄새에 제가 힘들어할까 봐 몇 번씩 샤워하곤 했어요.  

 그런 사훈 씨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몰라요. 

 큰 산불이 났을 때 남편도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가 불안해하자 사훈 씨는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나라도 가서 도와줘야지. 어쨌든 난 소방관이니까 사람들 구하는 게 우선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이 사람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제 남편이지만 참 멋있는 사람이에요.

 사훈 씨는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한 뒤에도 집에 오면 젖병을 씻고 아기랑 놀아주려고 노력해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소방관의 아내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국 그 어느 곳에서도 큰 화재가 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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