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로 닭가슴살 넣을 냉동고부터 샀어요."..운동하는 부부
함께 운동하고 함께 식단을 조절하는, 운동 마니아 황철·한지현 부부는 종종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입상할 정도로 열심히 운동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둘의 첫 인연은 운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지현 씨와 철 씨는 대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전공은 사진이었다. 지현 씨가 2학년이 됐을 때 철 씨는 갓 복학했다.
둘은 촬영여행의 조장과 조원으로 알게 됐다. 같은 조였기에 대화를 많이 나누긴 했고, 또 금방 친해졌다. 그러나 단순 친한 선후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엔 서로 다른 사람과 CC였다.
인연은 졸업 후 7년 동안 완전히 끊겼다.
그런데 둘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재회한다.
지현 씨는 졸업 후 끊임없이 다이어트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생활체육계에서 일할 생각으로 자격증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현 씨는 2017년 한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한다. 결과는 1등!
이 대회가 철 씨와 재회하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승 후 지현 씨 인스타그램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무대 잘 봤어. 1등 축하해!”
철 씨(!)였다. 알고 보니 철 씨도 대학생 때부터 트레이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졸업 후엔 본격적으로 트레이너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연은 인연인 걸까? 머잖아 열린 또 다른 피트니스 대회. 둘은 무대 백스테이지에서 선수 대 선수로 만났다.
철 씨는 그렇게 다시 이어진 인연의 끈을 꽉 붙잡기로 한다. 대회가 끝나고 다시 메시지를 보낸 철 씨. 늦은 저녁이라 마땅히 운동할 센터를 찾지 못했다며 지현 씨가 일하고 있는 센터에서 하루 운동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지현 씨는 “알겠다”고 했다.
지현 씨는 “평소라면 늦은 시간이고 어색할 대로 어색한 7년 전 선배의 부탁을 거절했겠지만, 그때는 이상하게 거리낌이 없이 대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헬스장에서 만나게 된 둘. 같이 운동한 후 식사하러 간 자리에서 무려 4시간 동안 술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가 너무 잘 통했다. 그렇게 둘의 헬스장 만남은 계속됐고 곧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연애하며 함께 운동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또 한 번 그랑프리 우승을 한 지현 씨. 스포츠지와 인터뷰를 하던 중 기념으로 철 씨와 뽀뽀하는 사진을 찍었는데….
“대회장에서 오빠와 뽀뽀하는 사진이 포털사이트 스포츠 기사로 올라왔고 그걸 저희 부모님이 보시게 됐습니다. 딸의 연애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된 저희 부모님은 당황하셨지만,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는 오빠밖에 없을 거라며 신랑을 이쁘게 봐주셨어요. 하하하.”(지현)
엉겁결에(?) 부모님 허락까지 얻게 된 둘. 결혼 이야기도 금방 나왔다.
결혼할 당시 지현 씨의 대회준비로 인해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고 결혼식도 대회 일정에 맞추느라 굉장히 빠듯하게 준비했다. 준비과정이 채 한 달이 안 걸렸다고.
“혼수 준비 중 냉장고보다도 닭가슴살 넣어놓을 냉동고를 먼저 샀어요. 하하. 앞으로도 서로 취미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쁘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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