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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가 외국남자랑 사귀면 문란한 건가요?"

조회수 2020. 3. 4.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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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과거에 비해 국제커플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죠. 

 하지만, 아직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제커플들에게 한국에서 연애하며 지금까지 당황스럽고, 곤욕스러웠던 순간들을 물어봤습니다.

묻지 않아도 될 것들을 물어봐요.

이태엽-이올리비아 (한국-폴란드 커플)
이올리비아 (한폴커플)
"왜 스물 네살에 결혼했어?"
"더 즐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일찍 결혼한 거 아냐?"
"아직 기회가 많은데, 더 좋은 사람 골라서 결혼할 수 있지 않나?"
한국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폴란드에서 24살은 정말 숫자에 불과하고 정말 사랑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명 만나보고 결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은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무례한 질문인 것 같아요.
제 남편한테도, 저한테도 모욕적인 말인 것 같아요.
이승헌 (한일커플)
와이프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유독 독도나 위안부 등 일본의 역사 인식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아요. '너네 일본은 왜 그러느냐'고 다그치는 것처럼 말이죠. 궁금해서 질문했다기 보다는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해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 편이에요.
강현진 (한미커플)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2세는..."이에요. 한 번은 친해진 우체국 직원 아저씨가 2세에 대해 물어 보셨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냐고...
제 대답은 "지금 당장 후회하기보다 나중에 후회할래요"에요. 저는 부모로서의 제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고,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요.

"외국인이랑 한국인이랑 뭐가 달라?...이거 왜 물어봐요?"

이올리비아 (한폴커플)
폴란드 남자와 한국남자랑 차이를 물어볼 때 많이 불편해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누가 나은 사람인지 말하는 게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굉장히 불편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남편을 선택한 건 남편이 한국사람이거나 어느 나라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고 제 남편이기 때문에 선택한 거에요.
이태엽 (한폴커플)
몇몇 분들은 저희를 대놓고 10분 넘게 쳐다보기도 해요. 와이프가 외국인이라 신기해서 쳐다보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 저희도 불편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승헌-유카 (한국-일본 커플)
이승헌 (한일커플)
오히려 저는 주변 (동성)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받기도 해요. 대개 일본여자는 상냥하고, 남자들에게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또 (남녀) 더치페이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잘 자리 잡았고, 결혼비용도 남녀가 반반씩 부담한다는 일본인의 인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국제커플에 대한 편견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

강현진 (한미커플)
한국여자-외국남자 커플의 만남은 가볍고 일시적이거나 문란한 관계라고 보는 편견이 심하죠. 한국에서 만났다면, 언젠가 남자가 자기 나라로 떠나면서 헤어지는 순간을 맞게 되니 일시적인 연인 관계로 흐를 가능성도 있죠.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가 결혼에 이르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해요. 그렇다고 국제 커플이라서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 아끼고 사랑하지만, 둘다 자신의 커리어를 도저히 양보할 수 없어서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 커플에 대해서는 여자의 출신국이나 외모에 따라 '부럽다' '불쌍하다'는 식으로 보는 경우가 많죠. 여자가 선진국 출신이 아닌 경우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인 약자라는 편견이 더 크고요.
이올리비아 (한폴커플)
한국남자-외국여자 커플의 경우에는 남자가 '금수저다' '돈이 많다'라거나 외국여자가 '골드디거'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한국여자-외국남자 커플의 경우에도 여자가 더 비판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떤 커플이라도 여자가 조금 더 많이 비판을 받는 것 같아요.
이승헌 (한일커플)
확실히 남자와 여자를 달리 보는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특히 교제 상대가 서양 남자라면 '(한국 여자와) 즐기다가 헤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를 하는 게 적지 않은 거 같아요.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됐느냐를 보기보다 '서양 남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사귀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깔려 있기 때문인 듯 해요.
강현진-제이제이 강 그래함 (한국-미국 커플)

부탁드립니다만,

강현진 (한미커플)
언어나 외모가 서로 다른 국제 커플들은 어딜 가든 눈에 띄기 마련이죠. 국적을 떠나 국제 커플을 보기 힘든 지역이라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요즘은 서울,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외국인이나 국제 커플이 많아서인지 주변 시선은 별로 못 느꼈어요. 무덤덤한 편이라 누가 쳐다봐도 못 느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시선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눈에 띄니까 볼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거나, 부러워서 볼 수도 있겠죠. 어떤 이유에서 보는 것이든 제가 그 사람들의 생각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어요.

국제 커플들도 여느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아끼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걱정인지 잘 알아요. 하지만 우리의 연애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는 걸 알아주세요.
썸랩 윤정선 에디터, 정리 김희주 인턴 에디터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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