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별로라고 생각했던 복학생 오빠랑 결혼했습니다;;^^
홍선희(여·29) 씨와 손경원(남·32) 커플이 처음 만난 곳은 강의실이다.
선희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복학생을 챙기는 일을 도맡았다. 선희 씨는 강의실에서 경원 선배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며 (고민 1도 없이) "완전 별로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선희 씨에게 들어봤다.
우연히 선희 씨는 경원 선배의 성적표를 보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원 선배가 학점이나 학교 생활에에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선희 씨 표현을 빌리면, '게으른 선배'라고 생각했다. 쓸 때 없는 남 걱정이지만, '누가 저런 선배랑 결혼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근데 뭣이라. 경원 선배는 성적표를 A+로 도배하며,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첫 인상이 별로여서일까. 오히려 '반전 매력'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방학 때 같은 복지관에 실습을 갔는데, 경원 선배가 일을 정말 잘했어요. 더구나 저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도 살뜰히 챙겨줬고요. 알면 알수록 선배가 좋았어요. '내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게으름뱅이 인줄 알았던 선배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거죠.
여름방학 때 복지기관에 실습에 나가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니, 선희 씨 혼자 사랑에 빠졌다. 선희 씨는 어느새 경원 선배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됐다. 선희 씨는 경원 선배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고백했다.
졸업 직후 결혼을 약속했고, 희꿍('선희의 짝꿍' 줄임, 태명)이를 선물로 받게 되면서 둘은 더 미룰 것도 없이 처음 만났던 1305호실 강의실을 추억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가끔 사람들이 대학교 졸업 직후 육아와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아쉬운 게 없느냐고 물어봐요. 솔직히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가족과 보내는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 그녀의 사진이 더 특별해 보인다. "사진이 참 예쁘다"고 말하자 선희 씨는 "조리개값이라는 개념을 최근에 배웠다. 사진을 잘 찍는 건 아닌데,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진이 예쁘게 보이는 이유가 남편 덕분이라고 말한다. 뒤늦게 사진에 취미를 두기 시작한 선희 씨를 위해 경원 씨는 이번 주말도 두 여자를 태우고 운전대를 잡는다.
자기야, 이번 주말에는 희꿍이랑 어디로 갈까?
썸랩 윤정선 에디터
정리 이영아 인턴 에디터
(sum-lab@naver.com)